그림을 그리듯 밥상을 차린다

by 달리아

누군가 그랬다. 그리움이 그림이 되고 글이 된다고. 몇 년간 일정이 엇갈려 만나지 못했던 지인분과의 만남을 앞두고 켜켜이 쌓였던 그리움이 담은 밥상을 차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마치 물감을 선택하듯 색색의 재료들을 고르며 머릿속엔 야수파의 그림처럼 다채로운 색상의 살아있는 밥상이 떠올랐다.

단호박 수프와 연어 허브 샐러드, 무지개 야채 찜, 허브피클, 똠양궁과 잡곡밥을 메뉴로 정하고, 요리를 시작했다. 지난 번 허벌리스트 수업 시간에 담근 허브 오일과 숲밭에서 수확했던 허브향들이 한껏 풍미를 돋군다.


나처럼, 그리움이 가득했던 지인분은 약속시간보다 일찍 집에 도착하셨고, 우리는 진한 포옹으로 반가움을 표시한 뒤 밀린 얘기들을 나누기 시작했다.

국악에서 메기는 소리, 받는 소리를 하듯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음식은 하나씩 완성되어갔고, 밥상을 차리고 보니 꼭 그림 같기도 했다. 지인분께서는 모든 음식을 먹을 때마다 "맛있다!"라는 감탄을 연발해 주셨는데 그 또한 하나의 추임새처럼 느껴졌다.


지인분은 나의 결혼식과 아이의 돌잔치 등 내 삶의 의미 있는 순간들에 함께해 주셨고, 둘째를 출산할 때는


"잘 하고 있어요."


라는 격려의 말씀과 따뜻하고도 부드러운 사랑으로 둘라 역할까지 해주셨던 분이라 늘 감사한 마음이다. 말로는 다 전하기 힘든 감사와 여러 마음들을 요리를 통해 전할 수 있어서 기뻤고, 그 마음을 온전히 받아주신 것도 너무나 감사했다. 그리고 그 순간은 내내 충만한 감각으로 내 안에 남아있다.

누군가를 위해 최선을 다해 밥상을 차린다는 것, 그것은 내게 사랑과 감사와 존경을 전하고 표현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은 삶이라는 예술을 적극적으로 누리고 즐기고 나눌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마음을 차린 밥상은 살아갈 힘을 채워주는 예술이라고도 느낀다.


앞으로도 그림을 그리듯 매일 나와 가족과 이웃을 위한 밥상을 차리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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