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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아 Jun 07. 2024

아이에게 죽음을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매일 죽음을 마주하며 살던 날들이 있었다. 백혈병과 난치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과 화상수업을 했을 때였다. 독한 약과 힘든 수술을 이겨내고 있는 아이들은 때때로 힘든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용감했고, 지혜롭고, 성숙했다. 그중에는 90년대 가요를 좋아하던 한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자신의 꿈은 자신처럼 아픈 아이들을 고쳐주는 의사라며 누구보다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 그 아이는 수업이 끝난 쉬는 시간이면 목청을 높여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주곤 했다. 그렇게 모든 것에 열정적이었던 아이는 어느 날 얼굴이 퉁퉁 부어서 나타났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어머니께서 아이의 병이 더 진전됐다고 하셨다.


하루가 다르게 상태가 안 좋아지는 아이에게 힘을 주고 싶어서, 나는 아이에게 장애를 딛고 의사가 된 이승복이라는 분의 <기적은 당신 안에 있습니다>라는 책과 편지를 보냈다. 더 이상 치료 방법이 없다는 아이에게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하지만 아이는 그 뒤 며칠간 수업에 나오지 않았다. 그 후 아이의 부고 소식을 들었고, 아이의 어머니에게 아이가 내가 보낸 책과 편지를 받고선 엉엉 울고서는 다음 날 하늘나라로 떠났다고 했다. 그 소식을 듣고서 나는 눈 밑에 실핏줄이 터질 정도로 울었다. 누구보다 삶에 대한 열정과 의지가 가득했던 아이의 죽음 앞에서 나도 한동안 헤어나기 힘들었다. 10여 년이 지난 아직도 내게 초등학교 2학년 때의 모습으로 남아 있는 아이를 떠올릴 때면 아직도 가슴 한편이 저릿하게 아파 온다.

  

그 뒤로도 내가 가르쳤던 몇 명의 학생들이 하늘나라로 떠났다. 그랬기에 나는 아이들과의 수업이 매일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수업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죽음 앞에서 무엇이 남는지,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해 자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생각에서 더 나아가 호스피스 교육을 받고서 실습을 하기도 했다. 실습을 했던 음성 꽃동네의 호스피스 병동에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부터 노인까지 정말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죽어가는 이들 바로 옆에서 그들을 돌보고, 그들의 손을 잡고, 기도를 했다. 그중 어떤 이는 뼈만 앙상하게 남은 몰골로 차갑게 식어가기도 했고, 어떤 이는 아주 평화롭고 고요하게 떠나가기도 했다.

  

죽음 앞에서는,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었는지가 선명하게 드러났었고, 누구도 자신이 살아왔던 삶의 궤적을 숨길 수 없었다. 나는 그들이 평화롭고, 기쁘게 죽음을 맞이하길 바랐다. 나는 그들을 통해, 죽음도 아름다울 수 있음을, 죽음이 끝이 아닌, 삶의 변형이자, 새로운 시작임을 생생하게 체험했다. 그리고 죽음이라는 것이 우리의 삶에 드리워진 그림자처럼 매우 가까이 있는 것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 만난 아이들 가운데에서도 직간접적으로 죽음을 경험한 아이들이 꽤 많았다. 가깝게는 부모님이나 가족, 친척의 죽음을 경험하거나, 멀게는 기사에서 접하는 매일의 사건 사고 등에서 우리는 죽음을 마주하고 있다. 어느 해에는 학교에서 여러 말썽을 부리던 한 아이가 내게 찾아와 자신의 아버지가 몇 년 전에 갑작스러운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꺼냈다. 죽음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소중한 이를 잃은 상실감을 해결할 방법이 없어 방황하던 아이에게 나는 죽음에 대해 어떻게 말해줘야 할지 여러 날 고민했다. 그러다 좋은 그림책을 몇 권 찾게 되었다. 당시 아이에게 건넨 책은 <코끼리의 등>이라는 그림책이었다. 죽음을 준비하는 아빠와 아이가 대화를 나누는 책이었다. 죽음 후에도 언제나 아이와 함께 할 것이라는 아빠의 메시지가 아이에게도 잘 전해진 것 같았다.

  

@<코끼리의 등> 표지

그 후에도 나는 아이들에게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여러 자료들을 찾고 또 전하게 되었다. 다니카와 슌타로의 <죽음은 돌아가는 것>이라는 그림책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상황으로 시작해 아이의 시점에서 아이의 느낌이나 의문들을 담고 있다.     

@<죽음은 돌아가는 것> 이미지


할아버지는 여기에 안 계시지만,
어딘가 계시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
   근데 여기에 안 계시면 어디에 가신 걸까?     

  

@<스프링칸타타> 표지

레오버스카글리아의 <스프링칸타타>라는 책에서는 프레디라는 나뭇잎과 친구 다니엘의 대화 속에 삶과 죽음의 의미를 전한다.      

"그럼 이 나무도 언젠가는 죽는 거야?"
프레디가 물었다.
"언젠가는.
하지만 이 세상엔 나무보다 더 강한 게 있어.
그건 생명이야.
영원히 이어지는 생명.
     그리고 우리는 모두 그 생명의 일부인 거야."     

 

@<나는 생명이에요>, <나는 죽음이에요> 표지와 내용

엘리자베스 헬란 라슨이 쓴 <나는 생명이에요>, <나는 죽음이에요>라는 두 권의 그림책들에서는 삶과 죽음과 그 의미를 돌아볼 수 있는 글과 그림으로 깊은 여운을 준다. 죽음을 금기시하고 숨기는 것은 두려움과 불안을 더 키울 수밖에 없다. 우리가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할 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매 순간은 더욱 소중해진다. 그리고 죽음 앞에서 진정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기억하게 된다. 아이들에게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여러 자료 통해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죽음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위와 같이 죽음을 주제로 한 그림책이나 책을 함께 읽고 느낀 점을 나누어보거나 자신이 주변에서 경험했던 죽음이나 죽음 자체에 대한 생각을 글로 적어보는 활동도 이어서 할 수 있다. 그를 통해 아이들은 죽음 앞에서 더 빛나는 삶을 더 깊이 끌어안을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은 없는 모든 삶의 순간들을 말이다.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방법은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
너는 존재한다. 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 그러므로 아름답다.

- '두 번은 없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

수업 참고 자료

그림책 : <코끼리의 등>, 아키모토 야스시 글, 아미나카 이즈루 그림, 보물상자 출판사

<죽음은 돌아가는 것>, 다니카와 슌타로 글,  가루베 메구미 그림, 너머학교 출판사

<나는 생명이에요>, 엘리자베스 헬란 라슨 글, 마린 슈나이더 그림, 마루벌 출판사

<나는 죽음이에요>, 엘리자베스 헬란 라슨 글, 마린 슈나이더 그림, 마루벌 출판사

책 : <스프링칸타타>, 레오버스카 글리아 글, 천은실 그림, 샘터사

시 : '두 번은 없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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