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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링 Oct 18. 2022

너는 결혼 잘할 거야. 내가 알아.

잘하는 것이란


회의실 문을 벌컥 열고 회장님이 큰소리로 물었다. 


" 결혼한다며? "


" 너는 결혼 잘할 거야. 내가 알아. 축하한다. "



어떤 마음이 담겨 있는 문장인지 곱씹어 본다. 걱정도 담겨 있는 듯했고 재도 곧 그만두겠구나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기도 했다. 회장님 아니 대표님과의 첫 면접 때도 나에게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셨었다. 결혼해도 회사 계속 다닐 건지. 의례히 물어보는 공통의 질문이었겠지만 결혼은 내가 마음대로 정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회사에 아주 오래오래 다닐 생각이라고만 대답을 했다. 회장님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 '그래 들어오면 10년은 다녀야지.'라고 말씀하시며 껄껄 웃으셨다. 


결혼을 한다고 하자 자주 보던 이들이나 처음 만나게 되는 사람들도 나에게 궁금해하는 것이 똑같았다. 


" 결혼하면 회사 계속 다닐 거야? "


내 대답 역시 똑같았다. 


" 글쎄. 아기 생기기 전까지는 다니려고 해. "


결혼을 하면 당연히 아기가 생기는 거고 아기는 엄마가 키워야 하기 때문에 나는 일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내 생각인지 그동안 보고 들었던 것들의 생각인지 모르게 내 속에 있었다. 말로는 '나는 우리 엄마한테 애 봐달라고 할 수 없어.'였지만 내 일을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는 게 싫은 마음이 제일 컸다. 신세 지는 게 싫었다. 그게 가족일지라도. 그렇다고 내가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기관에 아이를 맡기기도 싫었다. 결혼을 하기로 결정하는 순간 아직 생기지도 않은 일들을 걱정하고 계획 세우느라 벌써 지쳐버렸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나와 결혼하기로 한 이의 의견이었다. 우리가 결혼해서 아이가 생기면 그 아기는 누가 봐줄 것이며 맞벌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이미 내 마음은 정해져 있지만 그의 생각이 무엇일지 알고 싶었다.


" 맞벌이 당연히 해야지. 요즘 세상에 혼자 벌어서 되니? "

" 그럼 애 생기면 애는 누가 키우는데? "

.

.

.

" 나는 남자니까 어쩔 수 없이 하고 싶지 않은 일도 계속해야 하잖아. 근데 너는 안 그래도 되니까. 네가 하고 싶은 것 찾아서 하고 싶은 일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


내 마음보다 앞서 있는 그의 말에 내 마음은 녹아서 풀어져버렸다.


회장님 말이 맞다. 

나는 결혼을 잘할 거다. 나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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