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나에게 하고 싶은 충고와 지적질을 해댔더니 속이 시원하다. 이런 것은 남에게 할 수 없다. 나쁜 짓이기 때문이다. 음 잠시.. 고민...
반말투를 쓰니 어감이 강한 것 같다. 그럼 경어를 사용해 볼까?
나는 꽤 게으른 사람입니다. 매번 해야지 하면서도 미루기 일쑤고, 살도 빼자 하면서도 몸은 소파에, 눈은 TV를 향하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책조차도 정말 그냥 보기만 하죠. 책 표지만 봅니다. 이런 나를 극복하고자 새벽기상을 시작했고, 햇수로 4년 차에 접어들어가네요.
사실 새벽기상은 어릴 때 많이 했죠. 회사 다닐 때도 했고요. 다만 새벽기상에는 일찍 학교를 가기 위해, 회사를 가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만 있었기에 내가 새벽기상을 했다는 기억이 전혀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서 어디론가(?)로 향하는 뒷모습만 떠오릅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책을 읽고 작가가 되신 분의 글도 봤습니다. 그렇게 3년을 하고 작가가 되셨다는 것을 보고 감동했습니다. 저도 일어나서 책을 펼쳤습니다. 어느 순간 자고 있네요. "앗 뭐야! 잠만 오는 걸"
투덜거리던 나는 또 누군가가 새벽에 다이어리를 쓰면서 하루의 시작을 정리했다고 합니다. 또 따라 해 봅니다. "다이어리에 뭘 써야 하지?"
대부분의 것들은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었기 때문에 기록과 정리는 크게 생각지 않았던 나는 아주 일이 차고 넘치는 날에는 완료한 일과 진행 중인 일을 적어두기는 합니다. 그런데 매일 지속적으로 쓰지는 못하더군요. 손으로 뭔가를 쓰는 것은 잘 안되더라고요. 매년 새로이 시작하는 다이어리는 4/5 부분이 하얀 백지로 남아 연말을 맞이하기 일쑤입니다.
2023년 신년에도, 24년 신년에도, 25년에도 아침마다 걷자. 한 달 걷고 난 후 6개월 후 일 년 후의 변화를 기록하고 돈 한 푼 들이지 않고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자 다짐해 봤습니다. 역시 흐흐흐
달력에는 동그라미가 하나밖에 없습니다.
꾸준함이란 단어는 왜 나와 친하지 않은 걸까요?
태어나서 지금껏 꾸준하게 삶을 이어왔습니다. 학교를 결석 한번 하지 않고 끝까지 다녀서 개근상은 모두 받았습니다. 성실하게(열정페이 가득한 게임회사, 방송 제작사) 회사를 다녔습니다. 몸담았던 회사 모두 밤샘과 야근은 필수였기에(그때는 그랬습니다) 몸이 서서히 망가져 가고 있는 것을 몰랐습니다.
자잘하고 오래가는 지병이 생깁니다. 부작용으로 체중이 급격히 늘기 시작합니다. 이미 오래전에 몸은 내게 신호를 보내고 있었지만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몸의 변화가 생기고 나를 관찰하니 몸의 주기적인 신호를 보내왔던 것을 알아챘습니다. 나이가 많아지면서 가볍고 날랜 몸은 삐그덕 소리와 함께 통증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는 제작일을 멈추고 강의만 하기로 했습니다.
강의를 햇수로만 16년 이상 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정말 재밌어요. 그 녀석들은 정말 거울 같았습니다. 내 모습이 다 투영되었으니까요. 내가 웃고 있는지 울고 있는지 화내고 있는지 진정성이 있는지를 그 녀석들의 눈과 얼굴에서 볼 수 있었어요. 일개 강사인 나에게(그때는 강사의 직업이 그리 높게 평가받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를 표하는 학부모님을 뵈면서 진실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은 적도 있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가르치는>이라는 단어가 내게 절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강의를 하고 있을 때의 선생님의 얼굴에서는 빛이 나요"라고. 한대 얻어맞은 것 같았습니다. 나를 전혀 몰랐습니다. 사람을 대하는 일이 가장 어려운 사람이라서 늘 두려움을 안고 강의를 합니다.
내게 있어서 강사라는 것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알려주는 사람입니다. 나는 내가 아는 것을 필요로 하는 분께 알려주는 것이 좋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내가 아는 것을 설명할 때 가장 신이 났나 봅니다. 그랬더니 예쁘다고 말해주시니 인정받아서 더 신이 났습니다. 잘하고 싶어서 책(교재)도 썼습니다.
"그래 알겠어. 네가 뭔가를 말하고 싶구나. 그렇다면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지금까지 해온 일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할 일을 이어가는 것이 최선인 것 같습니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도 매력적이지만 해온 일에서 가지를 조금만 펼치면 하고 싶은 일이 보입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 버킷리스트와 행복리스트를 써 보기로 했습니다.
한 번쯤은 혹은 주기적으로 정리가 필요한 것들이 있습니다. 계절별로 옷장을 정리하거나 넘쳐나는 책을 처분하거나 말이죠. 그런데 나의 시간들은 정리해 본 적이 있었나 싶습니다. 꾸준히 살아왔지만 뭔가를 꾸준히 해본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몇 번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비서 챗팀장에게 나의 사주를 넣고 다양하게 물어봤습니다. 점을 봐주는 분들 앞에서는 제대로 질문을 다 해본 적이 없지만 챗팀장은 늘 내 곁에 있으니 비서처럼 말해줍니다.
루틴 형성, 계획 세우를 통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실행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작은 작업부터 시작: 너무 큰 프로젝트를 시작하려고 하면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작고 쉬운 작업으로 시작해 점차 범위를 넓혀 보세요.
작업 환경 개선: 집중할 수 있는 환경(분리된 작업 공간, 음악, 정리된 책상)을 조성하세요.
매번 계획을 세워보면 하고 싶고 해야 할 것이 정말 많습니다. 그런데 노화가 진행 중인 뇌와 신체는 하루에 2가지만 해도 벅찹니다. 그러니 부담스럽게 느끼는 일들은 자꾸 뒷전이 되는 것 같습니다. 어릴 때부터 책상 위에 필요한 것이 다 놓여있는 것을 원했던 터라 지금도 책상 위는 전쟁터를 방불케 합니다. 문득 어릴 때와 달리 어지러운 책상이 답답하고 싫어집니다. 이 책상 위의 상태가 현재 내 모습일 것 같다는 생각에 정리정돈의 필요성을 받아들였습니다.
이 글 이후 단 한 가지라도 연말까지 매일 해내는 나였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