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경기도 판교에 요괴 한마리가 어슬렁거렸다. 키가 작고 둥근 얼굴에 미소를 띄고 있었다. 눈알은 커다란 보라색 자수정이 박힌 것 같았다. 사람들은 이 눈 때문에 그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금새 눈치챘다. 이 요괴는 피곤해 보이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선물을 건냈다.
"공짜로 꿀잠 자셔 꿀잠, 5분만 자면 하루종일 잔 것처럼 개운해. 나랑 악수 한번만 하셔."
의심이 가더라도 공짜는 공짜였다. 용기 내어 요괴의 손을 잡은 사람은 찌르르 전기가 흐르는 느낌과 함께 5분 잠 쿠폰을 건네 받았다. 점심 시간에 쿠폰을 쓴 사람들은 그 효과에 감탄했다. 판교에서 이 요괴는 인기 인물이 되었다. SNS에 #광눈이 #보라천사 #보라광인 #잠신 등의 해시태그가 순식간에 퍼졌다. 한 개발자는 ‘광눈이 실시간 지도’를 만들어 유명해진 덕에 국내 굴지 게임사에 입사했다.
요괴는 어느 날 슬그머니 웃으며 거래를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꿀잠 스무 번에 수명 한 시간입니다. 원없이 푹 자고 한시간 일찍 가도 남는 장사잖아요?"
사람들은 처음에 반신반의했다. 잠을 팔고 수명을 뺏어가는게 가능한 일인가. 어떤 이들은 요괴가 환생할 목적으로 사람의 수명을 뺐는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그 뿐이었다. 판교 직장인들은 하루만에 요괴에 굴복했다. 240번 꿀잠을 자도 하루 정도 일찍 세상을 떠난다면 그럭저럭 해볼만한 거래였다. 게다가 수명 한 시간은 먼 미래의 일이었다. 판교의 IT 회사들은 직원들의 생산성이 급격히 향상되었고, 야근도 줄었다. 사람들은 절약한 시간으로 자기 계발을 하거나 취미를 즐겼다.
판교인들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요괴가 가격 인상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꿀잠 10번에 수명 한 시간입니다.“
다시 SNS가 들끓었다. 음모론도 설득력을 얻었다. 보라요괴가 결국 잠을 빌미로 판교인들의 목숨을 가져가려는 것 아니겠냐는 거였다. #네 이랄줄 알았다! 라는 해시태그를 단 최민식 짤이 퍼지고, #광눈이새끼 #광눈이돈독 #광눈이살인마 #광눈이거래하지마세요 라는 태그까지 만들어졌다. 대놓고 요괴를 만나 항의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싫으면 안사면 되잖아요. 왜 제 욕을 해요”
요괴가 글썽이더니 보라색 수정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항의하던 사람은 이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 #광눈이 #이새퀴운다.
꿀잠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수시로 SNS를 검색해 요괴를 찾아다녔다. 잠에 중독된 사람들은 어느새 ‘짧고 굵게 살자’는 말을 모토로 자신을 위안했다.
어느날 요괴가 종적을 감추자 판교인들은 당황했다. 금단 증상을 겪는 사람이 한두명이 아니었다. 꿀잠을 소진한 사람들은 낮 시간 동안 몽롱함이 지속되었다. 정신을 차리려고 커피를 마셔대는 바람의 판교의 카페 매출이 급상승했다. SNS에는 #광눈이실종 #광눈이어디 #보신분 등의 태그가 퍼졌다.
사람들이 요괴를 잊어갈 때였다. 3개월이 지나 요괴가 다시 나타났다.
"봄맞이 특별 세일이에요. 꿀잠 10개 패키지 사면 3회 더!“
요괴는 다양한 상품을 내놓았다. 프리미엄 패키지, 가족 패키지, 주말 한정 패키지 등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었고, 모두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사람들은 이제 음모론 따위 생각하지 않았다. 쌀 때 많이 사두자는 생각만이 뇌를 지배했다. 잠이 너무 잘 팔리자 요괴는 예전보다 더 빨리 자취를 감췄다. 제아무리 요괴라도 잠을 무한정 가지고 있지는 않은 듯 했다.
그 즈음, 경기도의 한 요양원에 요괴 한 마리가 어슬렁거렸다. 키가 작고 둥근 얼굴에 미소를 띄고 있었다. 눈알은 커다란 보라색 자수정이 박힌 것 같았다. 노인들은 이 눈 때문에 그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금새 눈치챘다. 그 요괴는 무료한 노인들에게 다가가 거래를 시작했다.
"시간 사셔 시간, 잠 두 시간 팔면 수명 두 시간 드려유“
치매에 걸린 노인들과 그들의 가족들은 이 제안에 귀를 기울였다. 조금이라도 더 맑은 정신으로, 조금이라도 더 가족과 함께 있고 싶었다. 그들은 기꺼이 잠을 팔아 수명을 얻었다. 잠이 다 팔리자 요괴는 종적을 감추었다.
그 즈음 서울 마곡 연구 단지에 요괴 한마리가 어슬렁거렸다. 키가 작고 둥근 얼굴에 미소를 띄고 있었다. 눈알은 커다란 보라색 자수정이 박힌 것 같았다. 사람들은 이 눈 때문에 그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금새 눈치챘다. 이 요괴는 피곤해 보이는 마곡인들에게 넉살 좋게 말을 붙였다.
"공짜로 꿀잠 자보셔 꿀잠, 5분만 자면 겁나 개운해요. 나랑 악수 한번만 하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