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우는 게임을 시작한 지 세 시간 만에 던전 끝에 도달했다. 얼리 액세스 게임 테스터로서 제우의 역할은 중요했다. 재우가 너무 빨리 게임을 끝내면 게임사는 난이도를 높여야 했다. 게임 고수인 재우조차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면 게임사는 잡몸들 일부를 제거하거나 중간 보스의 체력바를 줄였다. 재우에게 걸리는 한 시간은 일반 게이머에게 10시간 분량이었다. 세 시간이 걸렸으니 난이도는 적정한 수준이었다. 마지막 보스만이 남아 있었다.
“이 보스는 쓰러뜨리기 전 저주를 걸려고 한다”는 경고가 화면에 떴다. 저주가 궁금해진 재우는 보스를 완전히 죽이는 대신, 체력을 회복시켜가며 저주를 기다렸다. 마침내, 괴물은 절규했다.
“내가 죽어서라도 너를 저주하겠다. 곧 알게 될 거야.”
괴물은 쓰러졌고, 화면에는 축하 메시지가 떴다. “당신 덕분에 다른 게이머들에게 더 많은 즐거움을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재우는 게임 게시판에 리뷰를 남기고 잠들었다. 하지만 새벽에 깨어난 그는 자신의 몸에 이상을 느꼈다. 팔과 다리가 사람의 형태가 아니었다. 여섯 개의 다리를 가진 거대한 벌레가 된 자신을 거울을 통해 확인한 그는 공포에 질렸다.
가족에게 발견될 두려움에 그는 창문을 통해 집을 나섰고, 근처 산속의 동굴로 몸을 숨겼다. 그곳에서 자신과 닮은 벌레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붉은 자막이 시야에 떠올랐다.
“환영합니다. 20시간 후 게임이 시작됩니다. 살아남으려면 은신처를 찾고, 먹이를 먹어 몸집을 키우세요. 도살자가 찾아오면 저항해야 합니다. 적정 저항 포인트를 달성하고 죽으면 현실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일찍 죽거나 너무 늦게 죽으면 리셋됩니다.”
재우는 자신이 게임 속 괴물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20시간 후, 도살자가 동굴로 들어왔다. 그의 모습은 자신이 이전에 조종하던 캐릭터와 다를 바 없었다.
도살자가 하나둘 벌레들을 처치하며 다가오자, 재우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싸울 것인가, 아니면 도망칠 것인가. 하지만 그는 “선택하지 않는 선택”을 했다.
무작정 도살자에게 돌진한 후, 다리 하나를 잘리고 간신히 동굴 밖으로 도망쳤다. 그 순간, 파란 자막이 떴다.
“게임장을 벗어나셨습니다. 예상치 못한 전개입니다. 당신의 선택은 얼리억세스 게임 스토리 구축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오늘의 로그를 판매하시겠습니까?”
재우는 침대에서 깨어났다. 자신이 램수면현실(RR) 침대의 시뮬레이션 안에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스마트폰에는 게임 회사로부터 이메일과 결제 허가 창이 떠 있었다. 경험을 팔면 적지 않은 돈을 벌 수 있었지만, 그는 마음이 복잡했다. 결국 돈을 받고 데이터를 제공했지만, 이 게임의 정식 출시 이후 자신은 절대 다시 플레이하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