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떤 종족입니까

by 천상우

“저 행성에 지능체가 살고 있단 말이지?”

전략사령관 글로키우스의 표정이 이두워졌다. 기후와 토양까지 최적조건인 행성에 지능체가 너무 많았다.

“지능체가 50만 개체 이상입니다. 포를 쏘면 원주민 지능체의 40% 이상 손실이 납니다.”

전략분석관 젤록이 원형 홀로그램을 돌려가며 말했다.

세타행성의 보르타 연합은 은하계에서 가장 많은 식민 행성을 거느리고 있었다. 무자비함이 그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타깃 행성에 음식이나 광물 자원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 일주일 한에 보르타 연합군 함대가 광전자 포를 마구잡이로 쏟아부었다. 원주민 지능체들은 공격을 인지하기도 전에 몰살 당했다. 어쩌다 살아남은 원주민 지능체는 하늘에서 불기둥 여러개가 내려오는걸 보았다고 했다. 광전자 포에 당한 행성들은 대부분 표면이 패이고 패여 못생긴 감자모양이 되었는데, 이 감자모양이 곧 그들의 식민지임을 알려주는 표식이 되었다.

세타행성의 무자비한 전략이 효과를 보자 다른 행성도 유사 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다 보니 우주에서 너무 많은 원주민 지능체 손실이 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식민 행성 점령시 지능체 손실은 해당 행상의 3% 이내로 제한합니다. 이를 위반하는 행성은 30년간 우주무역거래소 이용을 금지합니다. 땅, 땅, 땅”

은하계연합 스바라데이 사무총장이 의사봉을 두드린 후 식민 행성 개척 경쟁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사실상 무력 점령을 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원주민 지능체의 대량 손실이 예상되면 행성들은 타깃 행성 점령을 포기하거나 단계적 우회 침투 전략을 가동했다. 15광년 떨어진 지구가 후자의 경우였다.

“그래서 우리는 위장 사업을 통해 지구를 경제 식민지로 만들 계획입니다.”

“무슨 사업을 한단 말인가?”

“배달입니다.”

“배달이라고?”

“네, 배달입니다. 아시겠지만 지능체 기반 전송이죠. 저희 행성엔 이미 사라진 개념입니다.”

전략분석관 젤록이 은하 고대어 사전의 한 페이지를 홀로그램에 띄웠다. 은하계에서 배달이라는 단어는 수만년 전에 멸종되었다. 가정용 전송 포털이 대중화된 후 물건을 누군가가 이곳에서 저 곳으로 옮겨주는 행위 자체가 필요 없어진 것이다. 은하 고대어 사전에 나타난 배달의 사전적 의미는 ‘지능체 기반 전송’이다. 고대어 사전 정보가 사라진 화면엔 지구에서 분주하게 이동하는 라이더들의 모습이 보였다. 교촌 치킨과 도미노 피자, 원할머니 보쌈과 지평 생막걸리를 실은 자동차와 오토바이와 전기자전거가 아스팔트 길을 달렸다. 누군가가 만든 음식을 누군가가 수동으로 옮겨주는 이 원시적인 사업이 지구의 지능체 문화를 알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게 젤록의 설명이었다.

“가장 치열한 배달 격전지는 ‘한국’입니다.”

원로 의원들의 최종 결정으로 1차 침공 프로젝트가 가동되었다. 계획은 이러했다. 지구 배달 사업 3년 안에 한국 섹터의 비중을 50%이상 차지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구인의 생태데이터와 취향을 입수한다. 배달 위장 사업 부대는 이면에서 저인망식 조사를 벌여 지구의 주요 광물 등 필요 자원을 파악한다. 파악이 완료되면 무장 병력을 주둔 시킨 후 곳곳에서 자원을 채취한다. 사실상의 점령이지만 지능체 사살은 최소화 하는 방법이다.

세타행성의 엘리트 첩보원 키렌은 '킴태우'라는 지구인의 신분을 완벽하게 구축했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미국 실리콘밸리 근무 경력, 그리고 스타트업 투자자들을 홀릴 만한 화려한 이력이 준비되었다.

“슈타라다”

그는 자신이 만든 배달 앱의 이름을 소리 내어 말했다. 세타어로 '침략의 시작'이라는 의미였지만, 지구인용 네이밍은 ‘스타 라이더’였다.

스타 라이더는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초기에는 파격적인 배달비 무료 정책으로 시장을 장악했고, 천천히 영향력을 확대했다. 출시 6개월 만에 스타 라이더는 한국 배달 시장에서 급성장했다. 무료 배달, 최저 수수료, 화려한 마케팅으로 소비자와 음식점 모두를 사로잡았다. 킴태우의 창업 스토리는 포브스와 타임지 커버 스토리를 장식했다.

잘 나가던 스타 라이더에도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배달 라이더들이 노조를 결성했다. 많이 번 만큼 많이 나눠야 한다는게 노조원들의 논리였다.

"킴태우 대표는 외계인입니까? 라이더 복지도 보장하라! 보장하라!“

키렌은 당황했다. 세타행성의 노동 개념은 지구와 달랐다. 그들에게 노동은 집단의 번영을 위한 의무였다. 지구인들의 '권리'라는 개념이 낯설었다. 노조와의 트러블은 라이더 복지를 높이는 방향으로 쉽게 타결됐다. 키렌이 하는 지구 사업에선 자본 부담이 없었기 때문이다.

스타 라이더가 시장 점유율 45%를 넘어서자, 다른 배달 플랫폼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점유율을 앞세운 무자비한 치킨게임”, “라이더 시장을 독점한 시장지배적 사업자” 등의 과격한 문구가 뉴스를 장식했다.

“아워 딜리버리, 테라 라이더 같은 경쟁업체가 물밑 공격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원격 보고를 받은 글로키우스가 명령을 하달했다.

“이봐, 사업 같은거 말고 자네가 평소에 잘 해왔던 걸 좀 하게.”

킴태우는 아워 딜리버리 대표와 테라 라이더 대표의 자택으로 암살조를 보냈다. 암살조가 아워 딜리버리 대표를 향해 고주파 레이저건을 발사했다. 레이저가 도달하는 순간 아워 딜리버리 대표의 몸에 보호막이 형성됐다.

“뭐야, 그런거였나?”

암살자는 사라졌지만 아워 딜리버리 대표는 당혹감을 감출 길이 없었다. 지구의 무기쯤은 신경쓸 일이 없었다. 그럼에도 전시상황을 가정해 상시보호막 장비를 허리춤에 켜두고 있었다. 암살자가 지구에 없는 무기를 사용했다는 것은 암살자을 청부한 인물 또한 지구인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였다.

같은 시각 암살 시도를 당한 테라 라이더 대표도 적잖이 당황했다. 저택의 마이크로 요격시스템 덕에 생명엔 영향이 없었다. 테라 라이더 대표 역시 자기 종족 외에 다른 행성 출신이 상주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몹시 성가신 일이었다.

세 종족 모두 비상 정보망을 가동한 끝에 삼일 만에 서로의 존재를 모두 알아챘다. 몇일간 서로 조용했지만 첨단 무기를 이용한 국지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엇비슷한 기술로는 장기적으로 승산이 없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 더구나 지구에서 싸워봐야 지능체 손실로 뉴스에만 오를 공산이 컸다. 아워 딜리버리와 테라 라이더는 정보 채널을 가동한 끝에 스타 라이더가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지목했다. 스타 라이더는 암살 의혹을 부인했지만 세 업체 대표는 공유 오피스에서 미팅을 가졌다.

“까놓고 얘기 합시다. 다들 어디서 오셨소?”

“우린 알파 은하 출신이요”

“난 켄타우리에서 왔소”

“우린 세타 행성이요.”

3자 대표들은 누구에게 지구에 대한 우선권이 있는가를 놓고 치열하게 토론했다.

“우린 가장 먼저 지구에 도착했소, 우리에게 점령 우선권이 있소. 당신네들이 움직인다면 우리도 무기를 들여오겠소.”

아워 딜리버리 대표가 말했다.

“지구를 가장 먼저 발견한 행성이 우리 행성이오. 당신네들이 먼저 점령한다면 우주재판소에 즉각 제소하겠소.”

테라 라이더 대표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은 마라톤 논의 끝에 신사협정을 맺었다. 지구 점령 계획은 100년 후로 연기되었다. 서로 뺏고 뺏기는 점유율 싸움을 하는 대신, 사업을 우주 단위로 확장키로 했다. 자기 종족들의 본토 행성을 대상으로 지구의 음식을 전송한다면 승산이 있었다. 스타 라이더는 지구 곳곳에 심어놓은 비밀 포털을 통해 교촌 치킨과 도미노 피자와 원할머니 보쌈과 지평 생막걸리를 세타 행성에 전송했다.

세타인들은 호전적인 성격 만큼이나 하루 소비 열량도 엄청났다. 하루 1만kcal 가량을 섭취해야만 했으니 적게 잡아도 지구인의 5배 이상의 영양분이 필요했다. 황금올리브 치킨이나 고추바사삭치킨, 야들야들한 보쌈과 매밀 막국수를 처음 맞본 세타인들은 눈이 뒤집힐 지경이었다. 6개월만에 세타 행성 전역에서 치킨 주문이 쇄도했다. 지구의 치킨이 인기를 끌자 키렌은 지구사업총괄로 직함이 변경되었다. 그는 얼마전 세타행성 배달 사업부가 보낸 마케팅 문구중 하나를 낙점했다.

‘우리가 어떤 종족입니까. 먹어도 먹어도 살 찌지 않는 종족. 치킨 한 마리 주문하면 한 마리가 무료!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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