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수분에 넣고 싶은 것

by 그 중간 어디쯤

어찌어찌하여

또다시 주말이 찾아왔다.

오늘은 조금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아이들과 놀 수 있는 금요일 저녁이다.


모두의 눈꺼풀이 무거워 올 때쯤

큰아이가 책 한 권을 뽑아왔다.

화수분이 나오는 전래동화 이야기인데 결국 욕심부리던 사람이 곤경에 처하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이렇게 계속 계속 뭔가가 나오는 항아리를 화수분이라고 해.

뽀로로에서 에디가 만든, 크롱크롱을 여러 명 나오게 한 기계 같은 거야~

애써 아이들의 관심을 끌어보려 뽀로로 장면까지 인용하며 설명했더니 흥미를 보인다.


화수분이 있다면 뭘 넣고 싶어?


아~주 망설임 없이 첫째는 로봇!

둘째는 주스라고 했다가 아니, 포크레인!이라 외친다.


난 물어보나 마나 '돈'이었을 텐데 말이다.




긁적긁적

피부에 아무것도 난 것이 없는데 매일 가렵다는 파킨슨병에 걸린 할머니가 계신다. 목욕한 날도 긁적긁적.

가족들에게 버림받다시피 한 분이라 변변찮은 로션 한통이 없는 게 못내 마음에 걸려 어느 날 덜컥, "제가 로션 사드릴게요." 하고 말았다.

아이들 쓰려고 사둔 로션 한통을 챙겨가서 드린 그날, 놀랍게도 가려움증이 많이 좋아졌다.


그분을 떠올리며

'그분이라면 화수분에 로션을 넣으시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꼬리를 물다 보니

한 분 더 떠올랐다.


매일 딸을 찾으시는 편마비가 있는 할머니.

딸이 지극정성인데, 아들들도 있지만 잘 오지 못해 딸이 많이 챙긴다고 했다. 보호자 면담 때 "어머님이 매일 따님을 찾으세요."라고 했더니 "예전에는 오빠들만 좋아하시더니.."라며 웃으신다.


요즘 여쭤보면 "딸이 더 좋아!"라고 쿨하게 인정하시는 그분의 화수분에는 따님을 넣어드리고 싶다.

딱 한 분만 더 생겨서 어머님 곁에 계셔 주시면 좋겠다.


아참,

매일 간호사실에 나와 맡겨놓은 돈 달라 하시는 분이 있다.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치신 분인데

"뭐 때문에 필요하세요?" 여쭤보니

비닐장갑을 사야한다고 하셨다.

다른 것도 아닌 비닐장갑.

이분께는 비닐장갑을 넣으시라고 해야겠다..




하루는 1인실 사용하시는 할머니께서 누가 속옷을 가져갔다며 내게 이야기 하신 적 있다. 나만 알고 그냥 묻어두라며, 애써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다고 하셨는데 그때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어머님~ 돈이랑 귀중품 같은 건 간수 잘하세요"라고 했더니

"여기선 그런 거 필요 없어~"

라고 하셨다.


여기선 그런 거 필요 없어


돈! 나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아이들과 어르신들의 화수분에는 돈 아닌 다른 것이 담기는 걸 보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무형의 것도 넣을 수 있는 화수분이 있어


행복을 넣을 수 있다면,

건강을 넣을 수 있다면,

관심을 넣을 수 있다면,


돈 말고 그것들도 넣어볼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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