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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 중간 어디쯤 Jul 28. 2020

어머님이 빨래를 내던지셨다

잘 준비하려고 들어간 방 안에서 아이들이 (치고받고) 싸웠다.

누구 하나 지지 않고 뒤엉켜 있었기 때문에

이번엔 나도 작정하고 둘에게 무섭게 말했다.


서로를 아프게 했으니 둘이 서로 마음 풀릴 때까지는 '절대' 이방에서 나오지 마라고 말이다!

그렇게 말해놓고 나도 같이 방에 앉아 있었다.


아주 팽팽하고 차가운 공기가 세 사람 사이에 흐르던 차였다.


그때 갑자기 창문이 열리더니

건조기에서 갓 나온

아주 따끈따끈한 빨래들이 우리 머리 위로 쏟아졌다.


팽팽하고 차가웠던 공기가

빨래들로 인해 툭! 끊어지는 게 느껴졌다.


두 아이가 즐겁게 수건 하나씩 들고 소리 지르면서 달려 나가기 시작했고

나는 화해도 안 해놓고 어딜 나가냐며

"빨리 와!"라 말했지만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이들은 수건을 한 손에  들고 곧 돌아와 화해했다.


한 번씩

아이들을 키우면서

'절대'안돼, 또는 이건 '절대'이렇게 해야 해 라고 하면서 나 스스로와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한 번씩은 느슨해져도 괜찮을 것 같은데

방법도 모르고 할 줄 몰라 잘 못한다.


창문 밖에서 조용히 우리를 보고 계시다가

(아, 우리 집은 안방 창문 밖 베란다에 세탁기랑 건조기가 있다) 따끈따끈한 빨래를 툭 던지시는 어머님을 보면서


이런  내 남편을 포함한 삼 남매를 길러내신 분의 "인생 지혜"라는 것을 배운다.


창문으로 날아온 빨래 덕에

즐거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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