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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 중간 어디쯤 Apr 13. 2020

마음의 소리? 마음대로 바꾸는 소리!

영상물은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어 휴대폰 영상도 최대한 노출을 자제하려 발버둥 치고 있지만, 6살과 4살이 된 요즘은 저녁 식후 1시간 이내로(어머님과 내가 씻고 저녁 식사할 시간..) TV 보여 주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뽀로로, 타요, 띠띠뽀, 코코몽이 애청 목록인데 최근 몇일간은 띠띠뽀에 꽂힌 두 아드님이다.


어떤 프로그램을 보았느냐에 따라

그날 밤의 역할극이 달라진다. 둘째는 모든 역할극에서 포크레인이 되겠다고 하고, 첫째는 몇 개 좋아하는 캐릭터에서 큰 변동 없이 자신이 정하기 때문에 역할극의 종류에 따라 가장 역할 변동이 큰 대상은 어른들(나와 남편)이다.


코코몽본 날은

"아빠는 세균킹 해요." 

이건, 몸을 좀 많이 써야 하는 캐릭터다;;

띠띠뽀 본 날은 허브 아저씨를 맡아야 하는데, 이때는 가만히 누워서 말만 해도 아이들에게 용납되기 때문에 남편의 선호 캐릭터이다.


반면에 나의 경우, 코코몽에 나오는 아로미가 좀 편하고, 띠띠뽀의 씽씽이(KTX)를 맡은 날은 좀 뛰어야 해서 힘들다.


당연히 남편과 나의 의견 조율이 좀 힘든 분야이다. 이 문제만큼은!


주말인 어제는 남편이 진지하게 말했다.


토요일과 일요일만큼은 TV 프로그램 선택에
우리가 개입해 보자


그때의 상황은 

나는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 씽씽이었고, 남편은 누워있는 허브 아저씨였기에

'자신이 좀 더 편한 역할을 하도록 유도하자는 뜻' 같아서 곧이 들리지가 않았다. (1)


'띠띠뽀만 틀어주려고? 난 발댈세~'

남편을 보면서 약간 얄미워한다는 눈빛을 보내면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둘째가 말했다.


엄마, 아빠가 캐릭터에 집중하지 못하고 딴 이야기 하는 동안 또 다른 캐릭터 띠띠뽀가 필요한 상황이었던 것 같다.


"아빠, 아빠는 허브 아저씨도 하고 띠띠뽀도 해요."


웃음이 빵 터졌다.

그리고 내가 외쳤다.

"오~예~!!!"


첫째가 이상한 듯이 내게 물었다.

"엄마 갑자기 왜 웃어요?"

"응..? 네가 좋아서!!!!" ㅋㅋㅋ


그제야, 남편이 내게 해 준 "주말 TV 프로그램  선택할 때 우리가 개입해볼까?" 란 말이 나를 놀리는 말이 아닌 진짜 '제안'으로 들렸다. (2)



같은 말인데

상황에 따라 참 다르게 들린다.


엄마, 아빠가 세상 전부인 줄 알았던, 첫째 지금보다 더 어렸던 시절, 창밖 다른 집들을 보면서 "저게 아파트야" 가르쳐 주었는데

"아빠?"

"엄마트는?"

라고 되물어서 남편이 한 번에 못 알아듣고, 무슨 뜻인지 알아채고 난 뒤에는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난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어제 남편의 그 말이

아주 빈약한 가능성으로 둘다 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아보자는 '나에 대한 배려'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3)


진실은 오직 남편만이 알지만!

내가 좋은 대로 해석하는 건 내 마음이니, 마음의 소리인 (3) 번을 선택한 뒤 좀 더 즐거운 마음으로 월요일을 시작해볼 작정이다!


마음의 소리는

어쩌면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소리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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