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이 아닌 직업을 찾아가는 40대 경력단절 여성의 기록
제주도에 와서 나는 잔뜩 불렀던 배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꺼지면서 엄마가 됐고, 25kg 불어난 체중은 아직도 복부에 10kg 남아 있는 산후회복 중 산모다. 그런 상태로 매일 아기 4kg를 수십 번을 더 들어 올리기를 반복하는 체력장 같은 일상을 살면서 다짐한다.
나는 지금 일하러 가는 희망으로 버틴다고 말이다.
만약 반복되는 이 육아가 내 일상의 전부였다면 산후우울증에 벌써 12층 오피스텔에서 뛰어내렸을지도 모르겠지만...
몇 주 후면 다시 안정된 우리 집으로 돌아간다는 희망, 내 사무실로 복귀한다는 희망, 전망 좋은 그 15층 사무실 책상 회전의자에 앉아 사람들을 만나며 업무를 한다는 희망이 있어 지금 이 시간들을 견딜 수 있다는 것을.
아침이면 거울을 보며 얼굴을 정돈하고 예쁜 옷을 입고 옷에 어울리는 하이힐을 골라 신고, 현관문을 또깍또깍 걸어 나서는 그 경쾌한 소리를 다시 만들어 내고 싶어 몸살이 나다.
평생 일하는 여자로, 일하는 엄마로 살고 말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