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원주 새벽시장

사람 냄새나는 삶의 체험 현장

by 글사랑이 조동표

5만 원 갖고 가면 두 사람이 두 손에 가득 장을 보는 곳.


물가가 올라도 착한 가격의 시장.


아직도 천 원으로 살 수 있는 농작물이 있고 시골의 정취가 넘치는 곳.



천 원이라도 깎으려는 손님에게 흥정하지 말라며 덤으로 한두 개 얹어주는 곳.


도시에서는 구하기 힘든 귀한 약초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곳.


새벽 일찍 상쾌한 공기를 마시러 운동 삼아 나갔다가 득템도 하고 작은 횡재도 하는 곳.



구릿빛 시골 할머니와 아줌마의 생존법을 배우는 곳.



만 원이 얼마나 쓰임새가 많은지 깨닫는 곳.


치열한 삶의 현장이자 정이 넘치는 곳.


어릴 적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곳.


아내를 졸졸 따라다니며 심부름꾼 역할이 즐거워지는 곳.



김장철 새벽시장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아침이라도 인근의 농수산물이 죄다 모여들고, 천변가 주차장 좌판에는 흥겨운 장이 선다네.



시골 농부들의 일 이천 원 흥정에 돈 만 원이면 행복이 양손에 가득하고, 만 원에 고구마와 무를 사면 두 손에 들고 걷기도 힘이 드네.



강남 피부과에서 관리받은 하얀 손과, 오천 원에 무 한 다발을 냉큼 내밀며 천 원짜리 거스름돈을 세는 땡볕에 그을린 시골 아낙네의 새까맣고 투박한 손이 묘하게 교차되는 곳.


하루에 몇만 원 벌기도 힘든 좌판 하나에 기대어 사는 시골 촌로의 땀방울이 내 가슴을 후비고 저미네.


입동 지나 김장철인데 가을비는 추적추적 나그네의 옷깃을 여미게 하네.


11월에 마지막으로 문을 닫고 이듬해 4월에 다시 문을 여는 원주 새벽시장 풍경이 그리워서 쓴 글입니다.


김장철 무, 배추와 고추, 생강, 버섯, 깨, 고구마, 토마토, 사과, 배, 감 등 각종 채소와 과일, 산나물에 수산물까지 가득합니다.



영하의 날씨에 접어들면 끝물이지만, 군불만큼이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쉽지만 이 겨울을 나고 봄나물이 나오기 시작하는 4월까지 동면에 들어갑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