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의 군상
디지털 풍경 속의 인간들
- 버스 안의 군상
퇴근길 전철이나 버스 안을 보면, 세상은 더 이상 창밖을 보지 않는다.
모두가 각자의 손바닥 안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대부분 콩나물 같은 이어폰으로 귀를 메우고 있다.
그 작은 화면 속에는 뉴스, 메시지, 쇼핑, 그리고 누군가의 삶이 있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늘 포털사이트 검색에 빠져있다.
보호필름을 끼우지 않았던 어느 날, 좌우 사람들의 시선이 내 휴대폰에 스치자 얼른 화면을 바꿨던 적이 있다.
그 짧은 순간은, 어쩐지 사생활을 들킨 듯 민망했다.
- 버스 안의 작은 세상들
어젯밤, 만원 버스에 몸을 싣고 거의 뒷자리에 서 있었다.
잠시 신호에 걸려 버스가 멈춘 순간, 무심코 고개를 돌리다 앞자리 승객들의 휴대폰 화면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잠시, 현타가 왔다.
남자 젊은이 절반은 웹툰 속 캐릭터의 세계에, 나머지 절반은 전투와 승리에 몰입한 게임 화면에 빠져 있었다. 젊은 여성들 관심사도 쇼핑과 게임, 웹툰이 주를 이뤘다.
내 또래나 윗세대는 골프 레슨과 미용, 쇼핑, 건강채널의 영상에 집중하고 있었다. 일부는 유튜브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모두가 각자의 세계에서 '바쁘게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곳은 늘 내가 생각해 오던 현실이 아니었다.
- 사라진 대화, 잃어버린 시선
언제부터일까.
창밖의 석양보다 SNS 속 타인의 일상이 더 궁금해졌고,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보다
손끝의 스크롤 속 움직임이 더 익숙해졌다.
서로의 눈을 마주치는 대신,
각자의 화면 속에서 타인과 연결된 척하며 살아간다.
도시의 대화는 사라졌고,
버스 안의 풍경은 무표정한 얼굴들로 가득 차 있다.
- 작은 결심
오늘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음 버스를 탈 땐 휴대폰을 꺼두고 창밖을 바라보자.
스마트폰 대신 가을바람, 나무, 빛,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자.
그 속에서 잊고 있던 ‘진짜 나’를 다시 찾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미지: 구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