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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수 Feb 08. 2024

한시를 우리시로 읽으세요 68

궁녀의 恨

何하滿만子자   궁녀의 한

                                張장祜 호    


故고國국三삼千천里리            고향 멀리 삼천리를 떠나

深심宮궁二이十십年년◎         대궐에 갇힌 지 이십 년.

一일聲성何하滿만子자            하만자 한 곡조에

雙쌍淚루落락君군前전◎         두 줄기 눈물 님 앞에 뿌리네.      

 

  하만자는 시의 제목이 아니라 詞의 곡조명입니다. 唐대의 한시는 읽고 읊조리는 음시(吟詩)가 주류였습니다. 이에 비하여 사는 노래(歌)하기 위해서 지은 新詩를 말합니다. 가는 반주(伴奏)가 있는 唱(창)을 말합니다. 사를 노래하는 곡조를 사패(詞牌)라고 합니다.  이시는 7언 절구의 형식을 하고 있지만 기능으로 말하면 사패입니다. 나중에 宋대로 가면 5, 7언 唐詩의 형식을 벗어나 3,3,4언을 중심으로 보다 자유로운 宋詞로 발전하게 됩니다. 하만자는 이 사패 중의 하나이고, 張祜가 여기에 가사를 지어 붙인 것이 이 시입니다. 그러니까 하만자라는 제목의 시는 시인만큼 많은 것입니다.

  하만자라는 사패는 하만자라는 궁녀가 지었다고 합니다. 왕에게 죄를 지어 이 곡조를 지어 불렀기에 하만자라고 하였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하만자는 끝내 용서를 받지 못했다고 했으니 이 이 곡조는 슬플 수밖에 없습니다.

 孟才人이라는 궁녀는 황제 앞에서 하만자를 부르다가 설움에 북받쳐 죽었다고 합니다. 황제가 맹재인의 죽음을 슬피 여기다가 죽었는데 장례식의 관이 움직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맹재인의 관을 갖다 놓으니 비로소 황제의 관이 움직였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장호는 자신의 불우한 인생을 궁녀로 비유했는지도 모릅니다. 그의 생몰연대는 미상입니다.      


故國三千里

故國  고국. 國은 흔히 나라하고 생각하지만 원래는 城, 邑이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고향으로 옮겼습니다.  만약에 고국을 지금처럼 해석하면 포로나 貢女(공녀)가 될 것입니다. 三千里 먼 거리. 원작에 서술어가 없으므로 ‘떠나’를 보탰습니다. 만약 산문이었다면 '떠나'라는 서술어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이 궁녀는 아주 먼 곳에서 궁녀로 뽑혀들어왔습니다. 워낙 땅덩어리가 큰 중국이니 3천리는 그냥 먼 거리를 나타내는 숫자일 뿐입니다. 만약 이민족의 포로나 공내(貢女)라면 그 서러움이 더 클 것입니다.       


深宮二十年

深宮 대궐 깊숙한 곳. 바같 세상은 구경조차 할 수 없는 深宮이니 갇혀있는 공간입니다. 二十年 긴 세월. 역시 서술어가 없으므로 ‘갇히다’를 보탰습니다. 물론 서술어가 없어도 되겠지만 전달효과는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궁녀의 나이가 30이 안 되었다면 아주 어렸을 때부터 갇혀 살았으니 대궐의 깊이만큼이나 한 맺힌 세월입니다. 이러한 주제의식을 나타낸 한시를 宮詞(궁사)라고도 합니다.      


一聲何滿子

一聲 한 곡조. 何滿子는 악부 곡조(사패)의 이름. 詞는 唐詩(당시)의 변형으로 唐詩화는 달리 글자의 운용이 자유로웠고, 처음부터 노래 부르기 위해서 쓰여진 시입니다. 우리도 詞를 지었던 시인도 있었지만 대부분 중국의 음율을 몰랐기 때문에 많지 않았습니다.


雙淚落君前

雙淚 두 줄기 눈물. 슬픔이 넘친 눈물. 落 눈물이 떨어지다. 君前 그대 앞에. 궁녀이니까 황제나 왕 앞일 것입니다. 그나마 눈물을 쏟을 왕을 앞에 둘 수 있었으니 다행인 궁녀입니다. 매구마다 三千, 二十, 一, 雙 등의 숫자로 이루어진 것이 매우 세련된 솜씨로 보입니다. 애초에 노래의 가사로 지어진 시이기 때문에 평이한 시어와 알기 쉬운 내용으로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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