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縷衣 노세노세 젊어노세.
杜秋娘 791-?
勸권君군莫막惜석金금縷루衣의◎ 그대는 금루의를 아끼지 말고
勸권君군惜석取취少소年년時시◎ 모름지기 젊은 청춘을 즐길지어다.
花화開개堪감折절直직須수折절 꽃이 피걸랑 주저말고 꺾어라.
莫막待대無무花화空공折절枝지◎ 꽃이 진 후 빈 가지 꺾어 무엇하랴?
이 시는 엄정한 한시의 율격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에서 악부(樂府)로 분류되는 한시입니다. 자수율로 보아서는 7언 절구를 닮았지만 성조가 근체시의 조건에서 많이 벗어나 있습니다. 처음부터 노래부르기 위해 지어졌거나 백성들이 즐겨 부르는 민요를 악보로 옮긴 것, 심지어 글자수의 정형을 벗어난 한시를 악부라고 하였습니다만 우리로서는 구별이 어려운 일입니다. 한국한시에서도 악부라고 하는 한시가 있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악부시의 요건을 갖춘 경우가 매우 드뭅니다. 고려속요는 <악장가사>에 실려있는데 樂章은 악부와 같은 말이니 장르의 성격도 유사합니다. 작자로 되어있는 杜秋娘의 신상이 분명치 않다는 것도 민요라서 그럴 것입니다. 일설에 의하면 두추낭은 李綺(이기)의 첩이었는데 노래를 잘하여 자주 주연에서 노래를 불렀다고 합니다. 후에 이기가 반란을 일으켰으나 두추낭은 현종의 눈에 들어 궁중으로 들어갔다가 또 역모에 휘말려 낙향하여 일생를 마쳤다고 합니다. 이 노래는 두추냥이 지었는지 다른 사람이 지은 시를 노래불렀는지 분명치 않다고 합니다. 다만 <唐詩三百首>에 수록된 대로 두추낭의 작품이라는 설이 유력합니다.
金縷衣는 ‘금으로 짠 옷’이니 부귀공명을 뜻한다면 이 시의 주지는 '출세를 위한 노고보다는 인생을 즐기라'일 것입니다. 꽃이 피었을 때를 놓지지 말고 꺾으라는 말은 늙어지기 전에 마음껏 젊음을 불태우라는 요염한 여인의 도전적이고 고혹적인 유혹으로도 해석됩니다. 우리의 고려속요나, 기생들의 시조를 연상하게 합니다.
勸君莫惜金縷衣
勸君 그대, 당신에게 권하다. 악부시의 말투이기도 합니다. 勸은 따로 옮길 필요 없이 명령문으로 옮기면 됩니다. 莫惜 아끼지 말라. 마음껏 누려라. 金縷衣 금실로 짠 화려한 옷. 부귀공명의 상징일 수 있습니다. 또는 재물을 아끼지 말라.
勸君惜取少年時
勸君 앞 구에 반복되는 말이므로 다시 옮기지 않는 것이 좋아보입니다. 원작에서는 반복의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 시로서는 오히려 매끄럽지 않은 듯하여 생략했습니다. 대신 '모름지기'로 옮겼습니다. 惜取 愛惜, 아까워하다. 청춘을 최대한 가치있게, 즉 젊음을 마음껏 즐기라는 뜻입니다. 少年時 청춘시대, 젊음. 같은 惜이지만 앞에서는 莫이라는 금지사가 있으니 '아끼지 말라'로 옮기고, 여기에서는 '아끼라'라는 상대어로 옮겨야 합니다. 부귀공명과 재물을 아끼지 말고, 청춘은 가치있게 즐기라는 의미입니다. 결국은 인생을 후회없이 즐기라는 대담한 향락, 쾌락주의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花開堪折直須折
花開 꽃이 피다. 젊음, 청춘, 아름다움. 堪折 꺾어라, 즐겨라. 直須折 바로, 과감하게, 거침없이 꺾어라, 즐기라. 물질이건 정신이건 즐기라. 만약 꽃이 이성의 상징물이라면 이는 거침없는 사랑가일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시인이 여성, 기생이라면 도발적인 연정가일 것입니다. 우리의 고려속요나 기녀들의 시조에서도 이런 내용을 볼 수 있는 것은 장르의 유사성때문일 것입니다.
莫待無花空折枝
莫待 기다리지 말라. 주저하지 말라. 無花 꽃이 없어지다, 시들다. 늙다. 空 헛되이. 折枝 꽃도 없는 가지, 늙어 말라빠진 가지를 꺾어본들 헛된 일이다. 아무래도 이 노래는 여인의 대담한 사랑의 노래일 것 같습니다. 이 시가 한시의 율격에서 매우 자유로운 민요의 형식을 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운율만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 내용도 매우 자유분방합니다.
그런 가운데에서 莫惜-惜取, 直須折-空折枝는 反意의 시어를 살린 솜씨가 절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