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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수 Aug 29. 2024

우리시를 한시로 읽으세요 81

泊秦淮  진회의 밤

   杜牧 803-852    

                          


煙연籠롱寒한水수月월籠롱沙사◎    

물안개 차운 강, 달안개 내린 모래톱을 지나

夜야泊박秦진淮회近근酒주家가◎    

밤늦게 진회 주막 가까이 닻을 내리다.

商상女녀不부知지亡망國국恨한       

술집 여자는 망국의 슬픔도 모르고

隔격江강猶유唱창後후庭정花화◎   

 아직도 강 건너에서 지화자를 부르고 있구.          

 

 李杜는 李白과 杜甫로 병칭되던 역대 최고 한시인입니다. 杜牧은 李商隱과 더불어 小李杜로 불리는 최고의 晩唐( 만당)시인입니다. 두보가 침울한 애국시인이었듯이 두목도 비슷한 시풍을 가진 시인이었습니다. 이 시도 그런 두목의 면모를 볼 수 있는 작품으로 唐의 쇠퇴를 비감하게 읊었습니다.

 秦淮는 남경에서 장강으로 흘러들던 강으로 옛날 陳後主가 주색에 빠져 나라를 망쳤던 역사적 현장입니다. 남경은 옛날부터 도읍지로 큰 도시여서 번화했던 곳이었습니다. 泊이란 배를 포구에 대고 밤을 보내는 행위를 말합니다. 지금도 여행의 일정을 말하는 단위로 쓰는 말입니다. 후정화는 진후주가 지었다는 노래로 망국의 슬픔을 노래한 곡이라고 합니다. 옛날 망국의 현장에서, 짬도 모르는 백성들과,  또한 기울어가는 나라를 생각하니 고려의 망국을 탄식한 우리 시조를 연상하게 합니다.            


煙籠寒水月籠沙

煙 내, 안개, 아지랑이. 籠 내가 짙게 끼어있는 모습. 寒水 차가운 강, 날씨가 찬 강. 月籠 달빛에 비치는 안개. 沙 모래톱, 모래사장. 우리 음으로 읽어보아도 리듬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니 원음으로 읊으면 그 이상의 한시의 묘미를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만 그럴 수 없으니 유감입니다.        


夜泊秦淮近酒家

夜泊 밤에 배를 대다, 정박하다. 秦淮 남경에 있는 장강의 지류. 近酒家 술집, 주가 가까이.

시인은 나그네임을 알 수 있습니다. 중국은 땅이 넓고 水運이 발달하여 배를 타고 떠도는 나그네가 많았습니다. 중국 한시의 나그네 설움은 배에서 지어진 시가 많습니다.      


商女不知亡國恨

商女 술집 여자, 기생. 不知 알지 못하다. 亡國恨 망국의 한. 남경은 고도였으므로 많은 왕조들이 흥망성세를 거듭한 역사의 현장입니다. 두목이 살았던 시대도 만당의 어지러운 시대였으므로 망국을 걱정하는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나라의 어지러움을 술집의 일개 기녀가 알 리가 없습니다. 홀로 識字憂患(식자우환)하는 심정입니다.      


隔江猶唱後庭花

隔江 강 건너, 강 맞은 편. 술집. 猶 아직도, 여전히, 여기에서는 ‘철없이’라고 옮겼습니다. 손님의 환심을 사 돈이나 벌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비단 기녀들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唱 노래 부르다. 後庭花 궁중의 퇴폐적인 악곡의 이름. 진후주가 지었다고 합니다. 중국의 악곡이어서 그대로 옮기기보다는 우리의 권주가 ‘지화자’라고 옮겨보았습니다. 중국한시의 경우 고유명사는 우리에게 감동을 주기 어려우므로 구태여 직역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서술어미를 어떻게 옮기느냐에 따라서 정서적인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부르고 있구나’로 하면 좀더 격정적일 것이고, ‘부르고 있다’라 하면 좀더 냉철한 느낌이 될 것입니다. 번역에서 생각해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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