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 일기 예원 2화
인생의 한줄기 빛과도 같은 존재가
차가운 겨울, 길바닥에서 눈을 감고 있다.
그를 만나기 전의 나는
어두운 방구석 아무렇게나 놓여진 부모의 감정 쓰레기통 정도였다면,
그를 만난 후의 나는
반짝반짝 빛이 나는 다이아몬드가 된 느낌이었달까?
장마철 먹구름 같은 우울증은
그의 사랑스러운 눈망울 앞에선 맥없이 사라졌다.
그의 향기는
이제껏 맡아본 그 어떤 명품 향수보다도 황홀했으며,
그의 촉감은
내 손과 마음을 눈 녹듯 녹여준다.
그의 손길은
흐르는 내 눈물을 직접 닦아주고,
그의 발걸음 소리는
나를 18세 소녀의 마음으로 되돌려놓는다.
무엇보다 나는 그를 만난 뒤로,
더 이상 부모님의 시퍼런 칼날 같은 혀에 내 심장을 다치게 내버려 두지 않을 용기가 생겼다.
아버지의 친구분들에게 자랑하기엔 모자란 스펙을 꾸중 듣는 것도,
어머니의 감정기복에 심장을 구타당하는 일도..
더 이상 쓰러진 나를 피 흘리게 두지 않았다.
내게는 사랑 사랑 내 사랑,
바로 첫사랑이 주는 힘과 용기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그와 함께 살 보금자리 마련을 위해
나는 기꺼이 퇴근 후에도 새벽까지 일하는 불도저가 되었고,
동시에 오너에게 잘 보이기 위해 무리한 요구도 받아주는 바보천치가 되어도 괜찮았다.
왜냐면..
그를 지하철 길바닥에서 영원이 잠들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없으면
- 먹지도 못하고,
- 혼자선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 때론 나를 온 세상 전부인 엄마로 믿고 따라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바로
.
.
.
.
.
이 친구였다.
토끼, 내 사랑 그대여.
당시엔 동물복지법이 미약해서 지하철이나 시장 길에서 각종 동물들을 팔곤 했다. ㅜㅜ
너무도 추운 겨울,
아직 젖먹이 아이가 어미젖도 떼지 못한 채 눈을 감고 있는데..
이걸 어찌 못 본 체 하리. ㅜㅜ
이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씻기기 위해서는 나는 ' 엄마 '라는 강한 이름으로 이 험한 세상과 부딪혀야 한다.
우울증?
- 이 아이의 보석 같은 눈망울을 보면,
- 노란 햇살 같은 털의 촉감을 느끼면,
- 딸기향이 나는 그 부드러운 입에 입맞춤을 하면 눈 녹듯이 사라진다.
사랑해, 영원히.
덕분에 나는 천국의 솜사탕 같은 맛을 보았고,
영원할 것 같은 그 천국은 찰나의 순간만큼이었다는 것을 머지않아 알게 된다.
그때까진 이 세상이
얼마나 차갑고 더러운지,
여자 혼자 버티기엔 얼마나 버거운지 역시 알지 못했으니..
그건 바로..
(파랑새 일기 3편에서 이어갈게요^^)
너로 인해 지금의 남편을 무사히 만날 수 있었고,
너로 인해 이 세상이 얼마나 행복한지 처음으로 온전히 느낄 수 있었어.
넌 부모의 이혼과 재혼이란 칼날이 무참하게 할퀴어 놓은 내 영혼에 따스한 약을 발라주었고,
덕분에 지금의 난 이렇게 건강해졌어.
눈물 나도록 고맙고.
무식하게 키워서 미안하고.
오랜 시간 나만 보고 기다리게 해서 또 미안해..
이제는 네가 하루빨리 내 품에 다시 오길 바라지 않아.
왜냐면.. 이젠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으니까.
사랑해.
내가 너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온전히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그날,
꼭 다시 만나자.
그땐 내가 너를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기다려줄 테니.
종갓집 맏며느리 이야기_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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