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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마스크 대란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 새로운 발걸음

by 떼오 Theo
여전히 들떠 있는 여행자 마음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는다. 아마 한국에 도착해서 며칠간 차분해지기란 쉽지 않겠지? 지난 여행들을 추억하느라 일상에 적응 못할 것이 안 봐도 뻔하다. 그래도 돌아가야 한다. 그렇게 리우에서 상파울루행 비행기에 탑승. 그리고 다시 상파울루에서 멕시코시티까지.


그런데 점점 비행기가 지연이 되더니 상파울루에서 멕시코시티까지 가는 비행기는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지연될 것을 예상해 어느 정도 널널하게 예약했음에도 불구하고 계획대로 안되면 불안한 성격을 가진 잘로써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나 같은 사람들이 몇몇 보였다. 불안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며 직원에게 질문폭탄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나는 양반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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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시차도 고려해야 하니 시간이 널널한 것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무사히 비행기는 잘 출발했고, 멕시코시티까지 도착. 이제 마지막 단계! 인천행 비행기뿐이다. 보딩을 기다리기 위해 인천행 비행기 근처에 가니 급격히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제야 기억났다!


지금 한국은 코로나가 심해서 마스크와 손 소독제 대란이라는 것이. 급하게 공항에 있는 편의점들을 둘러보았지만 이미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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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겠지 뭐.' 약간의 안일한 마음을 품고 14시간의 기절 끝에 한국에 도착했다. 꿈만 같다. 중간에 한번 비자 때문에 한국에서 일주일을 보냈지만, 동남아부터 시작한 여행이 멕시코와 남미를 거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데 정작 80일이 걸렸다.


뭐부터 해야 될지 모르겠다. '우선 몸이 기억하는 대로 집에 가서 쉬어야지.'


다시 그때의 사진을 돌이켜보니 정말 행복해 보인다. 표정에서 '행복'이라는 게 쓰여있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저런 표정이 다시 나올 수 있을까? 나는 여행을 하면 행복한 이유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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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 아닌 여행에서는 다양한 선택의 기회에서 내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주체성, (물론 누군가의 조언은 들을 수 있겠지만) 그 선택에서 오는 즉각적인 결과. 그리고 만족감과 뿌듯함. 하지만 언제나 좋은 결정만 내린 건 아니었기에 또 그런 결정에서 배우는 것들. 이 모든 게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을 함축시켜 놓은 것만 같았다.


여행을 다녀오면 나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를 객관적으로 떼어놓고 볼 수 있다는 점이 너무 매력적이다. 이러한 과정들을 알아갈수록 행복감은 더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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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행을 다녀왔다고 해서 당장 변한 건 하나도 없다.

다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여행을 다녀온 지 6~7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하고 추억할 수 있다는 것이 있는 거 자체가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내 삶을 더욱 주체적으로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가끔 내가 주체적으로 살지 못하다고 느낄 때 한 번씩 여행을 가는 습관이 생겼다. 여행지에서는 내가 주체적인 존재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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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는 끝이 없다. 앞으로 또 어떤 여행을 떠나게 될지 모르지만,

그전까지 최대한 일상을 여행처럼 주체적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그리고 다시 수동적인 나를 발견하게 되면 다시 떠날 것이다.


그때까지 잠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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