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막바지에는 빵 한 조각의 낭만이지.
챌린지 시작! 빵 한 조각의 행복(?)
눈물 젖은 빵 한 조각 드셔보셨습니까?
항상 여행 막바지만 되면 왜 가난한 여행자가 되는 건가? 사실 그건 아니다. 여행 내내 가난한 여행자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누가 봐도 세계여행자 분위기를 뿜뿜 풍기면서 브라질이라는 나라에 도착했다.
유명하다는 코파카바나 해변이 눈앞에 펼쳐졌지만 지금은 내 어깨를 짓누르는 이 짐짝을 내려놓고 싶었다. 숙소를 찾아 도착했지만 곧바로 언어의 장벽에 부딪혔다. 남미여행을 이어가며 그래도 나름 익숙해져 가고 있었던 스페인어. 하지만 이곳 브라질은 포르투갈어를 사용한다. 구글번역기를 돌려 겨우겨우 체크인을 마친다.
많은 호스텔을 가보았지만 3층 침대는 처음 본다. 숙소가 저렴한 편에 속하긴 했지만 3층 침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1박만 하면 되는 거니... 참자.' 그리고 지금은 이런 걸 따질 처지가 아니었다. 잠자리만 있으면 감사할 따름. 이렇게 나도 모르게 챌린지는 시작되었던 것이다.
아까 제대로 보지 못한 코파카바나 해변을 둘러보기 위해 곧바로 숙소를 나섰다. 오랜만에 바다를 보니 그래도 속이 뻥 뚫리면서 시원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바다가 주는 나름의 운치가 있구나.'
'리우라고 생각하면 정말 먼 도시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실제로도 멀지. 지구 반대편인데. 살면서 절대 갈 수 없는 곳이라고 생각했었지.'
리우올림픽을 할 때 TV로 보면서 진짜 이국적이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내가 지금 그곳에 와있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눈앞에 어디서 많이 본 간식이 보인다. 바로 아사이베리. '비록 돈은 없지만 아사이베리 정도는 먹을 수 있잖아?' 옛날 우리나라에서 파는 슬러쉬를 주듯이 작은 플라스틱컵에 가득 담아주는 아사이베리. 지금 이 순간 나에겐 고급 디저트와 다름없다. 시원하고 달콤한 게 너무 맛있었다. 사실 브라질에서 아사이베리는 꽤 유명해서 카페나 식당 같은 곳에서도 먹을 수 있지만 그냥 비싸기도 하고, 이렇게 길거리에서 먹는 감성이 더 좋았다.
이건 그렇다 쳐도 문제는 내일 예수상까지 가는 경로이다. 지금 나에게 남은 돈으로 가장 저렴하게 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
돈만 있으면 다양한 선택권이 있다. 숙소 근처까지 픽업을 오는 차량도 있고, 택시나 우버도 있고, 또 근처에 가서 트램을 타는 방법 등등. 하지만 나에겐 선택권이 거의 없었기에 사실 어렵지 않게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마차도역까지 간 후 그곳에서 특정 인원수가 차면 출발하는 벤을 타면 내가 갈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저렴한 방법으로 예수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
내일 벌어질 일은 내일 생각하기로!
남미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리우에서의 마지막 날. 어제 세운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비장하게 짐을 챙겨 숙소를 나선다. 가장 중요한 빵 조각과 함께. 다행히 예수상까지 가는 벤이 출발하는 마차도역까지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리우 하면 불안정한 치안을 생각해 지하철이 지저분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깨끗해서 놀랐다. 밤늦게 돌아다니지 않고 관광지 주변만 다니면 크게 위험할 일은 없어 보였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안전제일!
벤을 타고 이동 후 중간 정도에서 한번 갈아타야 되는데 대기시간이 꽤 있다. 어느 순간 사람이 많아졌다.
벤을 타고 올라오면서 창밖으로는 트램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지나쳤는데 대기하는 인원이 정말 많았다. 트램을 타면 올라가면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글쎄요... 저라면 벤을 타는 걸 추천합니다.'
벤에서 내려 예수상이 있는 전망대까지는 어느 정도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조금씩 보이는 예수상의 뒷모습. 올라갈수록 날이 흐려져 예수상이 점점 멀어지는 듯한 착각이 든다.
드디어 정상...! 에 도착했지만, 예수상의 얼굴조차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예수상도 보려면 삼대가 덕을 쌓아야 되는 거야?'
옆사람의 얼굴에도 아쉬움이 가득 묻어난 듯하다. 전체적으로 설렘과 함께 아쉬움이 가득 찬 예수상에 모인 사람들. 그러한 우리 모습을 하늘이 보았는지 갑자기 흐린 구름에 작은 구멍이 생기더니 그 사이로 빛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서서히 구멍이 커지면서 안개가 개기 시작했다. 일제히 사람들은 환호를 지르고 바닥에 드러눕기 시작했다.
하늘에 감사인사라도 하는 거야? 싶었는데 알고 보니 예수상이 가까이서 보면 너무 높기 때문에 너무 드러누워서 인증샷을 찍으려는 것! '그래! 인증샷 포기할 수 없지. 또 언제 흐려질지 모르니깐!'
나도 혼자 인증샷을 남기고 옆 사람에게 사진을 부탁해 예수상 시그니쳐 포즈로도 사진을 남겼다.
조금 울컥한다.
퇴사 후 홀로 낯선 땅을 여행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조금 성숙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럴 때면 '아직 멀었어!'라는 듯이 역경이 찾아오고, 또 자연의 위대함 속에 절로 숙연해지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리우라는 도시에 이렇게 서있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다.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물론 한국으로 돌아가면 크게 변한 것은 없을 것이다. 당장은. 하지만 이러한 경험들이 레이어드 겹처럼 쌓여 일상생활을 살아가며 나도 모르게 큰 힘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제 내려갈 때이다. 예수상에서도, 여행에서도.
'몇 시간 후 리우 공항에 있겠지.'
그전까지 시간이 남아서 리우 시내를 조금 둘러보려고 한다. 힘이 닿는 대로 낯선 광경을 충분히 오감으로 느끼려고 한다. 셀라논 계단에서 대한민국 국기도 찾아보고,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성당이라 불리는 리우대성당도 담아본다. 코파카바나 해변으로 돌아와서 마지막 아사이.
리우에서 상파울루 공항으로 이동, 상파울루에서 멕시코시티 그리고 한국으로 이동하는 대장정이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까지 공항노숙으로 여행객 티 좀 내볼 생각이다.
남미여행의 마지막 나라, 브라질도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