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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목구멍

인간은 한 없이 작은 존재

by 떼오 Theo
브라질 하면 축구밖에 떠오르지 않는
그만큼 미지의 나라


딱 그 정도였다. 그만큼 멀리 있는 나라이고, 평생 살면서 나와는 전혀 엮일 일이 없을법한 그런 나라였다. 내가 그곳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하지만 남미여행이 한 달이 흘러 거의 40일이 다 되어가고 있고 마지막 나라인 브라질행을 앞두고 있는 지금, 브라질이라는 나라는 현재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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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전에 아르헨티나에서 치러야 할 중요한 일정이 하나 남았다. 바로 세계 3대 폭포 중 하나인 이과수를 내 두 눈으로 마주하는 날이다. 이과수폭포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 걸쳐 볼 수 있지만 이과수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인 일명 '악마의 목구멍'은 아르헨티나에서 볼 수 있다. 그에 반해 브라질에 있는 이과수는 폭포의 전체적인 모습을 감상할 수 있어 또 다른 매력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평생 딱 한 번만 이과수를 볼 수 있다면 '악마의 목구멍'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고민도 할 것 없이 아르헨티나에서 외과수를 보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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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수를 보고 바로 브라질로 넘어가야 하기 때문에 짐을 바리바리 싸서 버스에 몸을 싣었다. 버스에서 조금 눈을 붙이고 싶었지만 30분 채 안 가서 도착. 입장료를 먼저 구입해야 한다. 들리는 소문으로 인하면 이곳에서 카드복제가 많이 일어난다고 한다. 실제로 당한 사람들도 많았고. 맘 편하게 현금으로 구입. 전날 공항 ATM에서 카드까지 먹힌(?) 경험이 있기에 다시는 그런 일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 입장료는 800 ARS. 그리고 짐보관은 350 ARS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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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 있는 이과수가 전체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고, 이곳 아르헨티나에서 대부분 '악마의 목구멍'을 보러 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을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너무 넓어 기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사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브라질 이과수는 이보다 더 넓을 테니. 모두의 목적지는 같다고 스스로 판단하여 지도를 보지 않고 사람들이 이동하는 곳을 따라갔다. 아마존 기후 때문인지 습한 공기가 공원 전체를 가득 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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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하다 보면 다양한 동식물을 만날 수 있다. 마치 포켓몬 도감을 채우는 마냥 새로운 동식물을 만나면 카메라로 담아본다. 하지만 그런 재미도 잠시, 너무 덥고 그늘 하나 없어 힘들었다. 사실한 것이 별로 없는데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휴식도 없이 이어지는 지난 여행동안 지칠 대로 지쳤나 보다. 혼자라서 텐션도 함께 쭉쭉 떨어지는 중... 이과수 갈 때 물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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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다리를 따라 쭉 이동하다 보니 약간 폭포 비슷 한 게 보이는 거 같은데....

'에이... 설마 이게 끝은 아니겠지? 명성에 비해 너무 작고 시시한데?'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펼쳐진 광경...!!


엄청난 규모의 폭포를 드러내고야 말았다. 이것이 바로 이과수 악마의 목구멍이란 말인가.

계속 지켜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끌려들어 갈 것만 같아 다리에 힘을 주고 있어야 했다. 그 정도의 엄청난 규모. 현장이 주는 스케일을 절대 사진과 영상으로는 담을 수 없다. 그냥 압도당했다.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연 앞에 인간은 한 없이 작은 존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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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가 쏟아내는 끝없는 수증기. 보트투어를 못해서 아쉽긴 하지만 이렇게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카메라에 이과수의 장엄함을 충분히 담고 나서 다시 발길을 돌렸다. 시간이 되면 나머지도 둘러보기로 했는데 시간보다 내 체력이 허락을 해주지 않았다.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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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도중 만난 이과수의 무법자 코아티. 귀여워 보여도 한 성격 하는 이 녀석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사람들의 가방에 손을 대고 음식물도 훔쳐먹는다. 이 녀석들을 만나면 조심해야 한다.


자 이제 브라질로 가보자!


푸에르토 이과수에서 포즈두 이과수로 넘어가는 버스를 탈 때 주의할 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여권검사를 위해 국경에서 내렸다가 다음 버스가 오면 따고 다시 이동해야 한다. 그리고 이때 꼭 같은 회사의 버스를 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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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국경에서 검사를 마치고 다음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반대쪽에 낯이 익은 사람이 걸어가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마추픽추랑 토레스 델 파이네 일정을 함께 한 동행분이었다. 어느새 새로운 동행들과 만나 이동을 하고 있었다. 너무 반가운 나머지 그 자리에 짐을 다 두고 반대쪽으로 뛰어가 반갑게 인사를 했다. 사람이 많이 그리웠나 보다.


무사히 버스를 타고 핸드폰을 확인했다. 가족들에게 잔뜩 와 있는 카톡. 한국에서 마스크와 손소독제가 그렇게 귀해 귀국할 때 많이 사서 오라는 것이었다. '그 정도로 심한가...'


이곳 남미에서는 코로나의 '코'자도 보이지 않는다. 단지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사건인양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거 같다. 같은 지구 안에 존재하는 인간이지만 이렇게까지 무관심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결코 무관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앞으로 몇 년 동안 펼쳐지는 미래가 입증하게 될 것이다.


한국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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