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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랑 Oct 30. 2022

CX팀이 타부서와 협업 전 기억해야하는 4가지

CX팀은 고객과 회사를, 부서와 부서를 연결하는 역할이다.

이전 편: 성공적인 CX팀의 데뷔


사팀장은 평소에도 이루어지던 업무들을 다시 '고객경험팀'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고객 구매 여정을 하나씩 탐구하다 보니 다음 해결과제를 찾게 되었다고 한다.

타 부서와의 첫 협업


- "저희도 인바운드콜을 하면서 느꼈던 점이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무시했던 내용이었어요. 그런데 타 부서 인터뷰를 통해서 심각성을 깨닫게 된 거죠. "


사팀장은 아까의 흥분은 어디 갔는지 근심 가득한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초기 오픈 이후 마케팅팀에서 서비스 홍보를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발행하였다. 덕분에 오픈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전화 문의도 꽤나 들어왔고, 영업팀에서 고객사를 방문했을 때도 제법 서비스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거기서 더 큰 장벽이 생기고 만 것이다.

마케팅팀에서 열심히 뿌려 놓은 콘텐츠를 접한 후 서비스를 접한 고객들의 클레임이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오프라인 서비스이다 보니 온라인 콘텐츠와 지역마다의 서비스 이용 가능한 매장 수나 서비스 차이가 컸던 것이다. 인터뷰에서 한 영업 담당자는 "고객 담당자에게 그렇게 하면 허위광고 아니냐며 따지더군요. 저 욕 많이 먹었습니다." 라며 수치스럽다는 듯 한숨을 크게 내쉬며 말을 했다.


- "인터뷰 후 확인해보니 서비스 이용 가능하다고 등록된 매장 중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며 거부한 곳도 많았다고 해요. 그렇다고 마케팅팀에 무턱대고 일을 그만하라고 할 수도 없고... 저희가 글을 직접 쓸 수도 없고 말이에요. 이런 상황에 저희 CX팀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


- " 이제 정말 CX팀으로써의 중요한 '연결' 역할을 할 때가 온 거네요. "




CX팀의 핵심 업무라고 말한 수 있는 역할이 바로 '연결'이다. 고객과 회사를 잇고, 부서와 부서를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되어 주는 것이다. 고객 서비스가 처음 중요시 여겨지던 시점에는 '고객은 왕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회사는 고객의 의견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이제는 '고객은 왕' 보다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Win-Win 관계가 되었고, 그렇기에 고객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기 위한 노력은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CS 고객 서비스에만 초점을 맞출 때는 회사의 입장을 고객에게 최대한 기분 나쁘지 않게 전달하고, 우리가 가진 프로세스, 체계를 고객에게 잘 전달하는 '서비스적 대화' 역량이 중요했다. CS팀이 회사에 의견을 전달하고, 서비스 개선에 영향을 끼치는 일은 사실상 어려웠다.  


하지만 CX팀은 다르다. 모든 부서가 CX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렇게 될 수 있는 이유는 '고객의 소리'라는 가장 큰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CX팀은 다경로로 수집한 고객들의 주관적인 VoC(Voice of Customer, 고객의 소리)를 '객관적인 데이터'로 가공하고, 타 부서와 합심하여 보다 나은 고객 구매 여정을 설계 및 실행 후 다음 데이터 점검까지 해야 할 의무가 있다.

CX팀의 VoC 데이터 활용






- "그럼 이제 마케팅팀 미팅을 요청하세요. 타 부서에 미팅을 요청할 때는 선행되어야 하는 두 가지와 절대 조심해야 하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부분 쉽게 간과하곤 하죠."


예실장은 화이트보드에 '협업'이라고 적으며 말을 이어갔다.


- "첫 번째, 수집된 데이터는 직접 재현해보아야 합니다. 수집된 데이터를 다양한 패러다임으로 정리한 후 그 데이터가 수집되기까지의 고객의 경험 경로를 재현해보아야 합니다. 화장품 용기가 불편하다는 클레임이 반복적으로 들어온다면, 직접 그 화장품 용기를 고객 입장이 되어 끝까지 사용해보는 것이죠. 정말로 먼지가 많이 쌓이나? 뚜껑이 잘 안 닫히는 건 언제부터일까? 모바일 앱 동작이 불편하다고 하면 실제 그 고객의 입장이 되어 동일한 방법으로 앱을 사용해보고 해당 루틴으로 서비스를 이용해 보는 거죠. 그 고객에 이입해보는 거예요."


고객은 거의 틀린 말을 하지 않는다. 그저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에 있어 그 의견을 취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 "두 번째는 두세 가지 실행방안을 준비해야 합니다. 데이터를 보고 문제를 찾아내는 역할은 누구나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해야 할 것은 '고객이 개선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타 부서와 미팅 전에 개선하고자 하는 몇 가지 방안과 그에 대한 액션플랜을 준비해야 합니다. 물론 상대 부서가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내면 좋지만,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보다 이미 준비된 아이디어에 의견을 얹고 피드백을 할 때 보다 나은 방법을 찾게 될 것입니다."


협업을 하다 보면 '액션'을 해야 하는 부서는 새로운 의견을 듣는 것이 다소 불편하다. 특히 결론 없는 피드백을 받게 되었을 때는 '나보고 어쩌라는 거지..'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제안 부서에서 먼저 의견을 가져와 제 의견에 '피드백해주세요.'라고 하게 되면 세상 모든 사람은 세상에 둘도 없는 예리한 선생님이 되어 피드백을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아이디어를 결국엔 본인들이 실행하게 되더라도 함께 만들었고, 본인이 한 수 알려줬다는 뿌듯함에 좋은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 더 노력하게 된다. 물론 모든 관계와 모든 상황이 그럴 수만은 없겠지만, 비교적 많은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 "조심해야 할 첫 번째는 잘못을 이야기하는 미팅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누구나 내 부족함이 드러날 때는 경계를 하게 됩니다. 이때 CX팀이 고객상담 시'~는 어렵지만, 대신 이렇게 해보세요'라는 '대신' 제안법을 동일하게 우리 직원에게 사용해보는 것이다. 상대의 입장에서 고려하여 대안책까지 준비하여 '너만의 과제가 아니야, 우리가 함께 해결할 과제일 뿐이야.'라는 느낌을 충분히 전할 수 있는 여기서부터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십분 발휘해보세요.


두 번째로는 의견을 넘기고 끝나는 미팅이 되면 안 됩니다. CX팀은 개선 후 데이터 확인까지가 의무이고 성과입니다."


말하자면 사전에 해야 할 두 가지보다 조심해야 할 두 가지가 훨씬 어렵다. CX고객경험팀에서도 고객을 상대하고 그것을 데이터화하는 것까지만 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타 팀에 그 의견을 그대로 전달했을 때 부정적 느낌을 주어 협업부서에서 방어기제를 나타낸다면 문제 개선이 순조롭기 어렵다. 협업부서 역시 우리의 '고객'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한 IT회사에서 어느 시점부터 앱 오류가 너무 잦아 고객 클레임과 이탈률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앱의 오류가 얼마나 고객 경험에 치명적인지 데이터를 준비해 보고도 하고 팀과 미팅도 했지만 쉽사리 개선되지 않았다. 개발팀은 이미 본인들이 매번 늦게까지 남아 업무 하는 것에 대한 불만과 피로가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CX팀은 2주에 한 번씩 저녁 앱 업데이트 후 테스트를 함께 하기로 한 것이다. 처음엔 모두 '뭘 저렇게까지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 달 세 달이 지나자 협업 부서 간의 이해관계가 더 깊어지며 앱 오류가 개선되어 가는 과정이 눈에 띄게 나타나게 되었다.


모든 문제 개선 과정에서 이러한 업무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 날은 한 직원이 내게 면담 때 "각 부서의 역할이 다 있기 마련인데,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내 대답은 당연히 "Yes!"였다. 모든 부서가 각자의 전문성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들은 '개발', '기획', '제조', '마케팅' 등에 전문성을 가진 것이지 고객 입장을 이해하는 것에 전문성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우리야말로 그들의 전문성이 고객에게 닿을 수 있도록 그 길을 가이드해주는 역할을 해주는 고객 전문가 아닌가.



- "예실장님, 오늘도 제게 너무 많은 숙제를 내주신 거 아닌가요?"


사팀장은 또 당했다는 듯한 표정으로 혀를 차며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해도 이미 무엇을 해야 할지 머리로 설계를 끝낸듯해 보였다.


- "사팀장님, 다음 만남이 너무 기대되네요. 꼭 다음 후기도 들려주세요. 오늘 커피도 너무 잘 마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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