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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비 Apr 16. 2022

8화. 아이의 눈으로 보는 군 관사

가을. 익어가는 계절이 오면

조금 쌀쌀하지만 아직 산책하기는 괜찮은 날이다. 

조금씩 잎들이 떨어지고  푸르른 건 소나무밖에 없는 시간으로 채워지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점점 쌀쌀해져 가고 군 관사는 다시 을씨년스러운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

저녁 7시쯤 배부른 탓에 소화가 되질 않아 아이들이랑 군 관사 주변을 운동 삼아 걸었다.

둘째가 저 멀리 번화한 지역에 우뚝 서 있는 반짝이는 아파트를 가리키며 얘기한다

"엄마. 저 아파트는 진짜 멋진 것 같아~ 우리 아파트는 약간 거지 같아~"

"............................."


그렇다.

 저 멀리 보이는 아파트는 이 지역에서 굉장히 비싼 값에  팔리는 나름 로열 아파트였다. 누가 봐도 비싸 보이고 욕심부려 살고 싶은 아파트이다. 성인의 눈으로 봐도 빛나 보이는데 아이의 눈에 띄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초저녁 어두워지기 시작하니 오늘따라 그 아파트가 더욱더 빛나 보였다. 아이의 시선을 뺏을만한 반짝임으로.

나는 아이에게 우리가 살고 있는 군 관사의 장점에 대해 나열하며 우리 아파트가 겉만 이렇지 속은 탄탄하다고 설득 아닌 강요를 하고 말았다. 

문득 생각난다. 옆 동에 첫째 아이 엄마 아들이 관사로 이사 올 때  이곳에 내려서 했던 말이.

"엄마. 여기 신비 아파트야?"

아이들의 눈은 정말 신선하다. 그리고 솔직하다. 신비 아파트는 귀신이 등장하는 을씨년스럽고 낡은 아파트인데 우리 군 관사의 외관상의 처음 보는 모습과 겹쳐 보였다. 순간 너무 재미나고 웃음이 났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싶었다.


마음속에 동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내가 제일 아끼는 우리 아이가 뻔하지만 현실적인 비교를 한다. 아이들은 어디든 아빠 엄마와 함께 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행복한 울타리고 만족스러운 삶이다. 늘 즐거워만 하던 아이가 현실을 알고  느꼈을 때 그 솔직한 생각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아직 8세밖에 안된 어린아이에게 장단점을 알려주는 어려운 과정은 그저 엄마의 잔소리일 뿐이다. 아이 눈엔 오직 좋고 싫음. 크고 작음. 헌물건과 새물건뿐 그 이상의 과정은 느끼기는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일 수 있다. 

아이에게 어디에 포커스를 두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게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하루가 피곤했는지 아이들이 일찍 잠에 들었다. 

나의 하루도 아이들과 마무리를 하고 조용히 누워있는데 아이의 솔직한 표현이 자꾸 신경 쓰인다.

나와 남편의 삶은 어쩌면 크고 작은 기복이 없이 이렇게 흘러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 가정은 남들이 볼 때 아주 평범한 가정이고 서로의 역할에 충실하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번쩍번쩍한 집안의 자제들도 아니고 사업을 해서 재정적으로 충만한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계급사회에서 한층 더 올라갈 수 있는 재간은 보이지 않는다. 어른들의 세계야 서로 인정하는 부분이기에 여러 복합적인 감정이 들어도 살아가면 된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생각하고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다 해도 아이 문제에 있어선 다른 문제가 된다. 


아이의 입장에서 본인이 선택해서 나의 아이로 태어난 것이 아니다.

아이를 선택한 건 부모인 것이다. 선택한 부모가 재력, 인성, 학벌, 재정 등이 충만하다면 처음부터 쥐고 태어났기 때문에 이득이 되는 부분도 참 많을 것이다.

선택할 수 없이 태어난 우리 아이들에게 미안함이 드는 건 정말 사랑하기 때문인 것 같다. 

마음을 다 잡아 본다.

현실은 바꿀 수 없지만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은 가능하다.

군 관사에서 살면서 우리가 느끼는 안정적인 부분을 좀 더 느껴보고 이곳에서 즐길 수 있는 놀거리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춰본다.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은 인정하고 그것에 마음을 더 두지 않고 우리 가족의 행복과 안녕에 포커스를 둘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결국 먼 훗날 아이들의 기억 속에 남는 장면들은 낡고 볼품없는 아파트에서 사는 게 창피했다가 아니라 낡고 볼품없는 아파트에서 살게 되었지만 나는 정말 행복했다일 것이다.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장성했을 때의 생각들은 그들의 선택일 것이다. 나쁜 기억만큼 행복한 기억들도 많다는 것을 알아차렸으면 좋겠다.

결국 인간은 어렸을 때의 좋은 추억을 가지고 평생을 살게 되는걸. 아이보다 조금 더 살아본 엄마의 입장에서 해 줄 수 있는 선물 아닐까 싶다.

오늘보다 더 행복한 아이들이 되려면 내가 먼저 이곳을 즐기는 즐거운 엄마가 되겠다고 생각한다.

내일도 아이들과 함께 쌓을 추억을 생각하며 하루를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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