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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운 Oct 30. 2022

꽃은 겨울에도 핀다.


  일 년 열두 달은 언뜻 보기에 모두가 평등한(?) 위치처럼 보이지만, 그중에서도 알게 모르게 서열이 있다. 소위 말하는 성수기와 비수기다. 주로 여름과 겨울이 휴가철 성수기로 비행기 티켓, 호텔 비용 등 모든 물가가 올라가는 편이고, 겨울보다는 여름이 좀 더 비싼 편이다. 겨울철은 스키장 등 동계스포츠 쪽을 제외하면 비교적 한산하다. 우리가 여름이라 부르는 7,8월이 가장 높은 위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7,8월보다도 한 단계 위에 있는 달이 있다. 이른바 계절의 여왕, 5월의 신부라는 수식어로 유명한 5월이다. 3,4월은 봄이라지만 가끔씩 강원도 이외의 지역에서도 눈이 내릴 정도로 아직은 좀 쌀쌀하다. 여름으로 넘어가는 5월쯤 돼야 ‘날씨 좋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장미를 비롯해 5월에 피는 꽃들도 많아 뭔가 생명력이 넘치는,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다. 이제야 제대로 된 1년을 시작하는 느낌이랄까? 여름이 지나 더위가 한 풀 꺾인 9, 10월도 날씨가 좋지만 아무래도 한 해가 저물어간다는 ‘끝’의 느낌이 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5월에는 유독 축제도 많고, 5월의 신부를 꿈꾸는 연인들도 많다고 한다. 1월이든, 3월이든, 9월이든, 11월이든 언제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결혼식이고, 축제지만 유독 5월을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어쩌면 한국 특유의 ‘한 가지 정답’만을 고집하는 문화 때문은 아닐까? ‘5월에 결혼해야 한다.’라는 생각은 20살에는 대학교에 가야 하고, 25살에는 취업을 해야 하고, 30살에는 결혼을 해야 하고... 등등의 어떤 정해진 기준에 따라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문화의 연장선 인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도 추위가 가시고, 완연한 봄이 되어 맞이한 5월은 분명 형형색색의 꽃들로 가득 차 있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절로 신이 나고, 뭐든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은, 관대한 마음도 생긴다. 다만, 5월만 아름답다, 혹은 5월이 가장 아름답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장미만 꽃은 아니니까. 여름만 아름다운 계절은 아니니까.


  봄에는 벚꽃과 개나리, 진달래가 있고, 가을에는 국화와 코스모스가 있다. 심지어 생명의 찬란함보다 삭막한 죽음이 느껴지는 겨울에조차 동백꽃과 수선화가 피어난다. 계절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각자의 매력이 있다는 얘기다. 오죽하면 아름답기로 유명한 금강산은 계절마다 이름을 다르게 불렀을까. 우리가 아는 금강산은 봄의 풍경을 의미하고, 여름에는 봉래산(蓬萊山), 가을에는 풍악산(楓嶽山), 겨울에는 개골산(皆骨山)으로 불렀다고 한다. 그만큼 계절마다, 달마다 서로 다른 아름다움을 뽐냈단 얘기겠지.


  계절마다 다른 꽃이 피고, 저마다 다른 매력을 뽐내는데 어떻게 한 가지 계절만을 최고로 칠 수 있을까. 한 가지 아름다움만 ‘아름답다’라고 할 수 있을까. 사람도 마찬가지다. 비록 지금 당장 남들처럼 화려하게 여름을 수놓진 못해도, 가을이 되고, 겨울이 되고, 다시 내년 봄이 되면 분명 피어날 때가 있다. 다만 사람마다 그 타이밍이 다를 뿐이다.


출처 : 구글 검색 동백꽃 中


  산을 오르며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믿기로 했다. 당장은 제자리를 맴돌며 실패한 것처럼 보이지만, 남들처럼 환영받으며 화려하게 꽃을 피우진 못하더라도, 언젠가 피어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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