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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7 전차

바퀴가 없어도 전차는 멈추지 않는다.

by 오필

바퀴 없는 전차

먹, 낡은 종이, 약간의 향유. 늘 같은 냄새가 맴도는 성직의 화랑에 세바스티안이 홀로 있다. 그는 이곳에서의 냄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 냄새가 사라지면 자신의 존재가 사라질 것만 같았다. 오늘도 어김없이 냄새의 감성을 훑으며 보고서, 교단 성기사들이 각 전선에서 보낸 전황 기록을 읽고 있었다. 언제나 별다를 것 없는 신의 뜻, 신의 심판, 신의 승리라는 기록을 담은 문장들 사이에서 패턴과 오류, 생존율과 지휘 체계의 흐름을 읽어 냈다. 세바스티안에게 신의 뜻이란 통계의 다른 이름일 뿐이었다. 그는 반복된 일상에 푸념하듯 혼잣말을 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신이라는 질서가 나를 지킨다.”


그는 질서가 무너지는 순간, 자신이 황제의 아들도 사제도 아닌 그저 불필요한 존재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잡념과 기록물을 읽는 마음이 섞인 채로 페이지를 넘기던 그의 공간에 루카르가 들어왔다. 루카르가 들어오자 세바스티안은 자신과 비슷하지만 다른 냄새의 감성을 느낀다. 방안에는 같지만 서로 다른 냄새가 뒤섞였다. 루카르는 향유의 뒤섞임을 조용히 흘리듯 발걸음을 차분히 옮긴 뒤 잠시간의 침묵 후 문서를 전달한다.

“황자 전하.”

“그래, 새로운 전선이오?”

“새로운 인물입니다.”

'새로운 인물?'

문서를 펼치던 세바스티안의 손끝이 멈췄다. 루카르가 이런 말을 꺼내는 건 처음이었다.

“명분이 부족한 자. 황자 전하를 보좌하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세바스티안은 무의식적으로 탁상에 손가락을 두드렸다. 그는 어릴 적부터 군부를 손에 쥐고 싶었으나 부족한 신체능력과 통솔력을 타고나지 못함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스스로 교단의 소속이 되기로 자처한 후로는 서류와 기도문 외의 검도, 흙도, 피도 손에 쥐어본 적이 없었다.

“대신께서 추천하다니, 어떤 사람이길래?”

“수많은 전장에서 항상 살아남은 자이지요. 하늘의 이름을 모르더라도 땅의 법칙만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세바스티안이 상념에 빠져 고개를 들어 창문을 바라보자 창문 너머에서, 낮게 울리는 종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언제나 규칙적으로 울렸으나 오늘따라 마치 처음 듣는 기분이었다. 미묘한 감정의 꿈틀거림과 함께 자신에게 못 박아 두었던 존엄성의 질서가 요동치고 있었다. 그리고 단 한마디를 내뱉음으로써 오늘부로 다른 삶을 살 것이라는 다짐이 된다는 것을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를 데려오시오.”


말이 끝나자 루카르가 고개를 숙인 후 자리는 나섰다. 문이 닫히는 순간, 방 안의 공기가 서서히 바뀌었다. 세바스티안은 방금 전까지 읽던 보고서를 덮었다. 기록 위에는 손자국이 남았고, 잉크가 번진 손을 매만졌다. 오래도록 바라보던 신의 질서가 손 안에서 서서히 흔들리고 있었다. 방안의 향유 냄새는 여전했지만, 그 속에서 묘하게 거친 냄새가 스며드는듯한 기분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성직의 화랑에서 여태 듣지 못했던 발소리가 들려왔다. 군화가 바닥의 대리석에 닿을 때마다 묵직한 소리가 고요하게 울렸다. 문이 열리고 루카르와 함께 한 남자가 걸어 들어왔다. 세바스티안은 오랜만에 향유 냄새 대신 쇠와 먼지 냄새를 맡았다. 그 냄새가 코끝을 스치자 자신이 지금까지 얼마나 순결한 듯이 살아왔는지를 다시금 깨달았다. 군화를 신은 남자는 굳게 닫힌 입, 눈빛엔 단 한 줄의 두려움도 없는 용모를 하고 있었다. 세바스티안이 남자를 꼼꼼히 살피던 중 루카르가 말없이 문서를 내밀었다. 세바스티안은 문서가 중요하지 않다는 듯 그 문서를 읽지도 않은 채 그 남자에게 물었다.

“이름이?”

“알베르트...입니다.”

“계급은”

루카르가 알베르트 대신 말을 이어갔다.

“평민 출신입니다. 최전방에서 통솔하는 지휘관을 두 번 잃었음에도 살아남았지요. 전쟁에 참여하는 커다란 명분은 없습니다. 굳이 명분을 찾자면 살기 위해 전쟁에 참여하는 것이겠지요."

"'그런가..' 알베르트.. 자네는 신의 뜻을 알고 있나?"

황자 세바스티안의 물음을 들은 알베르트의 눈동자에는 신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세바스티안과는 다른 생과 사의 질서가 정확히 담겨 있었다.

“명령이 있으면 움직이고, 없으면 기다립니다. 만약 그게 신이라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세바스티안에겐 알베르트의 말이 신의 뜻보다도 더 정확한 말로 들렸다. 그래서인지 이 남자라면 자신이 세워온 신의 질서를 전장의 질서로 바꾸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잠시 고민을 하던 세바스티안에게 알베르트가 먼저 한마디 덧붙였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으며 마치 말이 아닌 선언처럼 들렸다.

“황자 전하의 명령만 있으면.. 저는 됩니다.”

“좋다. 나는 지시를 내리고 자네는 움직인다. 신의 뜻이 질서라면, 나의 뜻은 전장의 질서가 될 것이다. 명심해 두도록."


두 사람의 시선은 서로를 끌어들이는 마주했다. 루카르는 그 광경을 보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짧은 정적 속에서 세바스티안은 자신이 만들 세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걸 느꼈다.


전차의 두 바퀴

둘의 첫 만남으로부터 며칠 후 세바스티안은 교단 대표로 전장에 파견되었다. 그리고 알베르트는 그를 보호하는 지휘관 자격으로 배치된다. 끝없이 이어진 모래 언덕 사이에 포르투나 엘렉티오의 군막이 박혀 있었다. 하늘은 불그스름하게 가라앉고, 불길한 바람만이 전선을 훑았다. 세바스티안은 성직복 위에 얇은 전투용 망토를 걸친 채 진영을 둘러보고 있었다. 향유와 흙, 피와 불이 한데 섞인 처음 맡는 냄새. 그는 그 속에서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마치 오래된 질서에 새로운 문장이 덧붙여지는 것만 같았다. 그때 살기 위해 전쟁에 참여하던 알베르트가 생존을 위해, 지도 위에 세워 놓은 세바스티안의 전략을 보고는 물었다.

“황자전하께서는 여기를 안전하게 두실 생각이십니까?”

“안전은 질서의 일부일 뿐이다. 무엇 때문에 그러지?”

“그럼, 질서가 깨질 때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땐 내가 판단할 것이다.”


둘의 대화는 짧고 건조했다. 그러나 그 속에는 미묘한 힘의 교환이 있었다. 세바스티안은 뛰어난 전략가였으나 알베르트는 세바스티안의 뛰어난 전략만큼 전장의 현실을 알고 있었다. 뛰어난 전략에는 통솔이 빠져있었기에 보지 못했던 것을 알베르트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짧은 대화 속에서 알베르트를 통해 세바스티안은 현 상황의 문제를 읽어냈다. 세바스티안은 뛰어난 전략을 세우기 위함과 통솔하기 위함이 다르다는 것과 전쟁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알베르트를 인정할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둘의 질서가 맞물리자 전선의 공기가 달라졌다. 둘의 관계는 명령자와 수행자로 시작했으나 첫 전장에서부터 그 경계가 미묘하게 흐려졌다. 밤이 되자 군막의 그림자 속에서 병사들의 숨소리만이 들렸다. 세바스티안은 전황 지도를 펴놓고 전장의 바람 방향과 움직임을 계산했다. 알베르트는 그 옆에서 그에 따른 병사들의 심리선을 읽고 있었다. 서로의 손끝이 한 점을 가리켰을 때, 그곳이 바로 다음날의 전장이 되었다. 세바스티안의 전략을 확인한 후 알베르트가 낮게 말했다.

"그곳에서 정확히 시작하려면 여기부터 전력을 가다듬어야만 합니다."

세바스티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한 번의 끄덕임은 앞으로 군부의 통솔을 확실하게 알베르트에게 넘겨줌을 의미했다.

"좋다. 나의 전략대로 움직일 수 있다면 자네의 뜻대로 하도록."


무패의 시작

날이 밝아오자, 언덕 위에 희미한 불빛들이 일렬로 깔렸다. 불길은 희미했으나, 마치 하나의 긴 숨결처럼 움직였다. 알베르트가 명령을 내릴 때마다 군막의 그림자가 같은 방향으로 기울었다. 세바스티안은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알베르트의 손끝에서 깃발이 흔들렸고, 언덕 아래의 병사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모래가 날리고, 철의 울음이 터져 나왔다. 명령과 행위 사이엔 단 한 호흡의 틈도 없었다. 전장을 바라보던 세바스티안은 자신이 계산하던 통계와, 알베르트가 체득한 생존의 법칙이 서로의 부족한 면을 채우며 완전한 원형을 이루고 있음을 느꼈다. 상대의 전선은 무너졌고, 포르투나 엘렉티오의 깃발이 바람에 휘날렸다. 모래 언덕 아래로 적의 함성이 사라져 갔다. 세바스티안은 그 모든 소리를 향유처럼 들이마셨다. 그 냄새, 그 소리, 그 진동이 그의 내면에서 신의 질서를 대신했다. 알베르트가 검의 날을 흙에 박으며 세바스티안을 바라보며 말했다.

“끝났습니다.”


세바스티안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의 눈은 아직 모래 위를 응시하며 불타고 있었다. 전장의 불길이 천천히 꺼져가고 있었으나 오히려 그의 안에서는 무언가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람에 섞여 사라질 속사임을 내뱉었다.

“전쟁의 질서란 이런 것인가.”


그 후 여러 번의 전쟁이 끝날 때면 세바스티안은 군막 안에서 향유를 피웠고 그 옆에서 알베르트는 검을 벗 삼아 조용히 앉아 있었다. 향유와 피의 냄새가 섞이며 천천히 공기를 메웠다. 그 냄새가 처음엔 낯설었으나 이제 세바스티안에게 그것은 오히려 안정의 냄새로 다가왔다. 승리와 함께 자신의 전략으로 전장을 지배했다는 쾌감을 느꼈다. 알베르트 또한 생존을 위해 선봉장으로 서서 전장을 누비며 지휘관의 부재 속에 살기 위해 통솔하던 때를 떠올리며 그때는 느끼지 못했던 희열이 온몸의 피를 끌어 오르게 만들었다.


승리가 보장된 반복된 전투로 대륙의 환호와 황제의 신임까지 얻게 된 둘은 끝을 모르고 전쟁을 이어갔다. 자신들의 질서가 세워진 전장에서 세바스티안은 정당화된 쾌감을, 알베르트는 살아있음의 희열을 느끼며 없던 명분마저 만들어냈다. 포르투나 엘렉티오는 지배를 위한 전쟁이 아닌 지키기 위한 전쟁을 추구했으나 세바스티안은 '지키기 위한 지배'라는 명분을 만들어 알베르트를 데리고 수많은 곳을 누볐다. 다가오는 포르투나 엘렉티오의 깃발을 보고 전쟁은커녕 항복을 선언한 지역마저 무자비하게 짚 밟고 약탈에 가까운 행위마저 서슴지 않았다. 둘은 어느새 오로지 전쟁을 하기 위한, 승리를 하기 위한 전쟁광만이 남아있었다.


전차의 종말

한계가 없을 것 같은 승리, 피로와 향유의 냄새가 뒤섞인 천막 안 세바스티안은 문득 자신이 몇 번째 전선에 와 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지도 위의 붉은 선들은 더 이상 구분되지 않았다. 그는 손끝으로 그 선들을 문질렀다. 잉크가 번져 검붉게 변했다. 그 색은 처음엔 전쟁의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그 자신을 삼켜버리는 늪 같았다. 그때 천막 안으로 루카르와 함께 언제부턴가 루카르를 보좌하던 카일리스가 들어와 알베르트와 인사를 나눈 뒤 세바스티안에게 다가왔다.

"황자 전하."

루카르의 음성은 괴이할 정도로 낮고 부드러웠다. 세바스티안은 그 모습에서 자신이 홀로 화랑에 앉아 있을 때의 기억, 그때의 차가움을 느꼈다.

“황자 전하께선 이제 신의 질서를 넘어서신 것만 같습니다.”

"나는 신의 질서는 모르오. 이젠 전장의 질서만이 남아있을 뿐. 전장에서 그저 신의 뜻을 대신할 뿐이오."

루카르의 눈이 가늘게 찢으며 미묘한 웃음과 함께 말했다.

“그렇다면 황자 전하는 신을 이기신 거군요.”

세바스티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침묵은 곧 긍정이었다.

“황제 폐하께서 새로운 진지구축을 명하셨습니다.”

“승리를 이어가라 하셨겠지.”

“승리는 질서를 강화시키고 황자전하의 자리를 견고히 하지요.”

전쟁에 미쳐있던 세바스티안이 미묘한 기류를 눈치채고 잠시 시선을 돌렸다. 루카르의 말속에는 전쟁을 멈추지 말라는 뜻 속에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겠다는 마음이 섞여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때 피로 얼룩진 갑옷을 입은 또 다른 전쟁광 알베르트가 검을 집으며 일어나 말했다.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세바스티안은 자신이 언제부터 전장에서 황제의 명을 대신 내리고 있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루카르의 미소가 아주 희미하고 교묘하게 번졌다.

“황자 전하는 질서를 세우셨지요. 하지만 질서는 언제나 대가를 요구합니다. 이번 전선의 폐하의 뜻은 진압이 아닌 숙청입니다.”

황제폐하의 명한 진지 구축과 숙청의 뜻을 망설이는 세바스티안을 숙청의 전선으로 이끈 것은 다름 아닌 알베르트였다.

"황자전하. 전쟁을 멈추면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사리질 것입니다. 그러니 뜻을 받으셔야 합니다.”

그의 말은 설득이 아닌 고백에 가까웠다. 세바스티안이 알베르트의 눈을 바라보자 과거 성직의 화랑에서 스스로를 질서의 가두던 때의 자신이 떠올랐다. 삶을 얻기 위해 안정된 질서를 얻었었다면 지금은 삶을 쟁취하기 위한 나아가야만 한다.

"좋다. 멈출 수 없다면 끝까지 가는 것이 곧 신의 뜻일 것이다."

“황자 전하의 결정을 받들어 폐하께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루카르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네면서도 눈빛은 멀리 내다보고 있었다. 루카르를 따라 곧바로 황궁으로 가야 했을 카일리스가 웬일인지 잠시간 남아 말을 전했다.

"황자 전하. 미천한 자가 한마디만 올려도 되겠습니까?"

"말하게"

"승리함에도, 죽음을 면치 못하는 전장이라 할지라도 나아가실 생각이십니까?"

"우리에겐 패배는 없다. 죽음도 없다. 내가 전장의 질서를 바로잡을 것이다."

카일리스는 둘의 의지를 확인한 후 쪽지 하나를 건넨다.

"그렇군요. 혹여나 저의 말이 떠오르신다면 그때 한번 읽어봐 주실 수 있겠습니까?"

쪽지를 건네받으며.

"더 할 말이 남았는가?"

"주제 넘긴 하나 딱 한마디만 더 올리고 물러서겠습니다. 질서를 세우는 방법이, 꼭 하나일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카일리스가 고개를 깊게 숙인 후 떠나자 세바스티안은 향로의 불을 끄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알베르트가 홀로 남은 그곳에서 향로의 불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다. 이 냄새는 이젠 성스러움의 냄새가 아니었다. 피와 모래, 불의 냄새가 성스러움을 덮어 어떤 냄새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그날 밤 황제의 명을 받은 둘은 곧바로 진지구축의 전선으로 향했다. 세바스티안의 전략과 알베르트의 통솔은 전장에서 틀린 적이 없었고 이날도 다르지 않았다. 모래바람이 뒤엉키며 불길이 솟았고 숙청의 비명이 하늘을 메웠다. 세바스티안은 그 불길 속에서 향유의 냄새를 맡았다. 이제는 피와 불, 전장의 냄새가 위로처럼 느껴졌음에도 습관처럼 향유의 냄새를 맡았다. 그렇게 위로의 냄새가 바람을 타고 자신에게서 멀어져 가자 문득 카일리스의 쪽지가 떠올랐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이끌림에 쪽지를 꺼내 읽었다. 쪽지를 전부 다 읽어 내려갈 때쯤 이미 끝났던 전장의 땅이 요동쳤다. 그러자 밖에 있던 알베르트가 뛰어들어와 소리쳤다.

"전하 후퇴하십시오! 루카르의 계략입니다!"

세바스티안은 체념한 듯 한 번도 들지 않던 검을 빼들며 웃음을 지었다.

"아니, 다시 전진이오."

알베르트는 희열의 미소와 함께 호탕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제 뒤에 꼭 붙어서 따라오시면 됩니다."


불길이 두 사람의 그림자를 삼키며 하늘로 치솟았다. 그럼에도 둘은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바퀴는 계속 굴러갔으나 닿을 땅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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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 카드 - 추진력, 정복욕, 성취욕

삶의 이유, 존재의 이유를 찾기 위해 신의 질서를 따르던 세바스티안.

그리고 생존, 살기 위해 전쟁을 누비며 생계를 유지하던 알베르트.

둘은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듯 보여도 삶의 방식이 닮았다.

서로가 자신의 위치에서 가장 치열한 삶을 견디며 살아왔다.

둘이 따로였을 때는 각자가 삶을 견디며 살았다면,

함께 하나의 전차를 완성하자 삶을 쟁취하며 살아갔다.

그러나 묵혀있던 욕망과 욕구로 인해 삶을 제어할 수 없었다.

쟁취는 곧 중독이 되었고 중독은 곧 죽음에 도달했다.

함께하지 않았다면 삶을 더욱 많이 견뎠을 것이나

쟁취하는 삶을 살지는 못했을 것이다.

마지막일지 모르는 전장을 나서며 함께 웃고 있는 둘은

아마도 이번 삶에서의 아쉬움, 죽음의 두려움은 없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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