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2

색연필 그림일기

by Eli

어머니 다시 입원하시다.

여의도 성모병원 718호.

천식,호흡 곤란, 기력 약화, 결핵 증상



우리는 사는 게 아니고 소멸해 가는 것이라고 어디선가 들은 말이 어머니를 보며 생각이 났다.

불가에서 그랬던가. 존재하기를 그치는 것이 소멸이라고.

짧은 시간 빠르게 작아지신 어머니.


어쩜 어머니는 성모병원 718호에서 소멸로 향한 여정을 시작하신 건가.

생명은 숨을 쉬는 것인데 어머니는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어 거친 호흡을 뱉어내신다.


아버지께선 13년 전 77세를 일기로 본향으로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입원하시고 끝내 소멸하신 그 병원에 지금 어머니가 계신다.

어느 날 우리들의 일상에서 사라지신 아버지.

...아버지.

어느 날 툭,

관계가 끊어지고 물리적으로 보거나 만질 수 없는 아버지와의 이별은 지금 거친 숨을 몰아내쉬는 어머니께 깊은 연민을 갖게한다.

내가 죽어 세상에서 사라질 때에도 내 곁에 계실거라고 여겼던 자식의 어리석음은 자식이기에 어리석은 줄 모른다.


허나 소멸은

눈만 뜨면 선택 없이 견뎌내야 하는 고단한 일상으로부터 놓여나는 것.

고단한 실존이 비로소 휴식에 드는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가 가엾다.

아버지를 잃었을 때의 익숙한 감정이 다시 일어나 몹시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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