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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 Aug 02. 2022

심심파적 객소리

색연필 그림일기 2


대출기일을 하루 넘긴 책을 뒤늦게 숙제하듯 읽더니 반납하러 간다며 남편이 채비를 한다. 나는 내가 하루 만에 다 읽은 책을 당신이 그토록 오래 걸린 것은 핸드폰 때문이라며 잔소리를 날렸다. 도대체 그놈의 핸드폰은 왜 다들 손에서 놓지 않는 걸까. 각설하고 양파가 떨어졌으니 사 오시오. 하니 빵도 사 올까? 묻는다. 빵은 왜? 당신 먹으라고. 흠,흠...그럴까... 어디서 살 거냐 물으니 00에서 산다며 아들이 일하고 있는 카페를 댄다. 요즘은 웬만한 카페에선 다 빵을 구워 판다. 그래서 우리 동네 빵집 하나가 문을 닫은 걸까. 상관관계가 없진 않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며 거기 비싸다고 일러 준다. 남편의 소비 성향을 보건대  하나에 만 원짜리 한 장을 내놓을 리 없어서 굳이 일러 준 말이었다.


남편의 반응이 의외다. 얼마나 비싸? 그 집 커피값보다 비싸요(그 집 커피값은 7,000원이다). 왜? 맛있나? 응, 이쁘고 맛있을 걸. 당신 안 먹어봤어? 거기 빵은 안 먹어봤지. 근데 카페 빵은 대체로 쁘고 비싸. 이쁘고 맛있으면 비싼 거야? 이쁘고 맛있으면 비싸지. 맛있는데 이쁘기까지 하니 사람들이 좋아라 하잖아. 그러니 비싸지. 이쁘고 맛있게 만드는 건 기술이라 빵값에 반영되는 건 맞지만 사람들이 좋아하기까지 하면 빵을 사는 소비자들이 을이 버리는 거야. 얼마든 돈을 낼 테니 제발 빵을 팔아주세요, 이렇게 되거든. 그래서 비싸. 나의 사설에 남편은 알았다는 듯 사 올게. 이쁜 걸로. 한다. 현관을 나서는 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사 온다고??


그는 빵을 사 왔다. 우린 밥 대신 이쁘고 맛있어서(생각보다 쁘진 않았다) 비싼 카페 빵으로 점심을 먹었다. 빵을 먹으며 이쁘고 맛있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아이를 가졌을 때 이~쁘고 맛있는 걸 먹어라, 하시던 어른들 말씀이 떠올랐다. 쟁반에 담으려다 손님 오면 내놓는 커다란 접시를 꺼내 빵을 담았다. 이쁜 걸 먹으니 그릇도 뻐야 어울린다. 아, 그래서 이쁜 것들은 이쁜 것끼리 어울리는구나, 객쩍은 생각을 다. 빵을 먹으며 나는 칼로리와 이쁜 것에 대해 생각을 했고 남편은 근처에 카페 베이커리가 더 있나 검색하느라 빵을 못 먹었다!!!





객소리 더 :   '이쁘다'와 '예쁘다'의 차이는 뭘까?둘 다 표준어다. 다만 '이쁘다'가 '예쁘다'보다 발음이 편함. 'ㅣ'는 단모음이고 'ㅖ'는 'ㅓ+ㅣ'인 이중모음이라'ㅣ'보다 입술을 많이 움직여야 한다. 발음하기 편한 'ㅣ'가  들어있는 '이쁘다'가 개인적으로 더 이쁘다고 생각한다. 각설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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