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 물고기 되기 프로젝트 27
새로운 수영장은 이전에 다니던 곳과는 사뭇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3레인이 더 많은 6레인 수영장이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수심이 더 깊다. 들어가면 배꼽정도 왔던 이전 수영장과는 다르게 지금 수영장은 쇄골까지 물이 차있어서 살짝만 무릎은 굽혀도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든다. 수심이 깊어서 그런지, 수영을 할 때도 물이 유난히 더 무겁고 뻑뻑하게 느껴져서 갑자기 수영의 난도가 올라간 느낌이라 정말 보스몹이 있는 스테이지에 들어선 기분이다.
더구나 내 시간대는 6레인이 모두 상급반이라서 그런지 월말이 되어가도 결석자가 별로 없이 바글바글한 샤워장을 유지하고 있다. 나는 그 부분이 제일 신기한 지점이었다.
이전 수영장에서는 월수금 강습, 화목 자유수영이 강습료에 모두 포함이 되어있어서 매일 수영을 해야 하나 하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지금 수영장은 월수 강습만 깔끔하게 강습료를 내고 금요일 같은 시간대에 자유수영이 무려 3타임이나 연속으로 존재한다. 한 번만 돈을 내면 3시간 동안 수영이 가능(50분 수영, 10분 휴식)하다.
그래서 월요일에 오리발, 수요일에 맨발 강습, 금요일에 무한자유수영으로 연습! 이 루틴에 새롭게 정착하고 있는 중이다.
금요일 자유수영에 나가면 6레인을 가득 채운 수친자들의 존재에 크나큰 위로를 받는다. 금요일 저녁 약속과 빈둥거리고 싶음을 물리치고 수영을 하기 위해 일주일 동안 지친 몸을 이끌고 이곳으로 왔을 수많은 수영인들을 보며 존경심마저 끓어오른다.
자유수영 시간대가 무려 3타임이나 붙어서 존재하기 때문에, 정말 하고 싶은 만큼 부족함 없이 자유롭게 수영을 할 수 있어서 좋다.
그도 그럴 것이 막상 초보 딱지를 떼고 보니, 교정반부터는 지독한 뺑뺑이와 IM(접배평자)의 연속이라서 진득하게 내 몸을 느끼면서 물과의 대화를 나눌 수가 없게 된다. 특히나 나는 평영을 사랑하는 개구리로서, 우리 레인 담임강사님께서 평영을 싫어하는 것인지 평영을 잘 부르짖지 않기 때문에 평영을 월수에는 좀처럼 할 수가 없다. 나는 또 평영을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평영 프로 사랑러로서 평영을 자유수영에서 5바퀴를 돌아야 마음이 놓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 레인 담임강사님이 평영을 싫어하는 것 외에도 눈치껏 알게 된 것이 있는데, 첫째는 배영 발차기가 쉬는 타임이라고 생각하신다는 것이다.
이건 정말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쉬는 것은 정말 쉬는 것이어야 한다는 나의 생각을 처참히 무너뜨리시고, ‘숨을 계속 쉴 수 있는 것이 바로 휴식’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깨우쳐주시고 있다는 것이, 그리고 조금씩 그 개념과 루틴에 내가 적응해가고 있다는 것이 나는 조금 슬프다.
그리고 자유형과 접영을 정말 좋아하신다. 나와는 정반대인 것이다. 하, 수강생들이 괴로워하는 것을 즐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가 싫은 것만 좋아하셔서 약간 분하기까지 하다.
내 사랑 평영 돌려줘요, 돌려줘..
그래도 이렇게 나는 새 수영장에 무사히 적응해나가고 있다. 새 사물함, 매일 새롭게 배정받는 락커, 새 샤워장, 새로운 강사님, 새로운 수강생들. 모든 것이 새롭지만, 이제 조금씩 새로움이 흐려지고 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특히 금요일 자유수영은 정말 내가 주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갑자기 가슴이 웅장해지면서 몹시 뿌듯해진다. 금요일 저녁에도 수영하는 수친자의 모먼트에 흠뻑 빠져서 물속을 가르고 다니면 정말 행복하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