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 물고기 되기 프로젝트 24
내가 진짜 다음 달에 교정반에 올라가나 보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는데, 아직 응애인데...
그날도 어김없이 체조를 끝마친 초급반 사람들이 일렬로 서서 킥판 자유형 발차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강사님께서 나만 콕 집어서 "발차기 출발하지 말고 여기 잠깐 계세요." 하는 것이 아닌가. 예? 왜요?
늘 앞순서에서 발차기를 출발하는 지라, 다른 회원들이 출발하지 않는 나를 보고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출발 안 해요? 안 가요?" 자꾸 이렇게 물으시길래, "저보고 가지 말래요.. 먼저 가세요.. 뭐 가르쳐주시려나 봐요.. 먼저 가세요..." 하며 긴 대답을 연신 내뱉었다.
그렇다. 나의 예상대로 강사님은 '자유형 팔꺾기'를 알려주셨다.
강사님은 자유형 호흡을 처음 가르쳐 주실 때처럼 수영장 턱을 손으로 잡고 팔꺾이를 설명하셨다. 그리고 내가 해볼 차례가 되었는데, 팔꺾기가 상상했던 것보다 너무 어려운 것이다!
온 팔의 근육이 새로운 자극을 받는 느낌이다. 어깨부터 손가락 끝까지 신경과 근육이 처음 받는 자극에 놀라 비명을 질렀다. 이래서 수영을 하면 어깨가 넓어지는 건가. 다 이유가 있었구나.
그동안 어깨 유연성을 많이 길렀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턱도 없었다. 수영장 턱을 잡고도 어기적 거리는데, 물 안에서는 어떨지 앞길이 캄캄했다.
킥판을 잡고 팔꺾기를 하며 발차기를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정말 가관이었다. 정말 양철로봇이 따로 없었다.
정말 이게 무슨 일인지. 아예 처음으로 돌아간 것 같다. 이렇게 뚝딱인다고?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물속에서도 고개를 계속 갸웃거리면서 팔꺾기를 했다. 팔꺾기를 하면서 발차기를 하니까 사이드킥도 이상해지고, 상체가 평소보다 깊게 물에 들어가면서 호흡도 이상해지고, 아주 총체적 난국이다.
킥판을 잡고 5바퀴를 돌고 이쯤이면 되겠다 싶어서, 킥판을 떼고 팔꺾기를 시도해 봤다. 하, 얼마 못 가서 멈췄다. 진짜 생경한 느낌이었다. 정말 원래도 자유형을 힘들어서 안 좋아했지만, 팔꺾기를 배우고 나서 조금 더 싫어지게 된 것 같다.
잘 못하는 팔꺾기로 강사님 앞까지 갔는데, 이번에는 머리 위로 손을 뻗을 때 양손을 겹쳐서 모으지 말고 11자로 곧게 뻗어야 한다고 교정해 주셨다. 아니, 팔꺾기 오늘 배웠다고요. 강사님 말대로 11자로 뻗으니까 의지할 곳 없는 손이 물아래로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산 너머 산이다...
자유형을 다시 배우고 있다.. 이런 게 교정인가요. 수영이 좀 쉬워질까 했는데, 개뿔, 점점 어려워지는 기분이다.
그래도 아직 단계가 남은 느낌이라서 두근거리면서 수영장에 계속 갈 수 있어서 좋다. 여전히 나는 아직 초급반이니까! 꾸준히 계속해보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