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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지 Nov 16. 2023

한팔접영까지인가

물 만난 물고기 되기 프로젝트 22

   양팔접영을 배우긴 배웠다. 근데 이제 내가 잘하냐, 못하냐는 나중일이다.


   오른팔로만 한팔 접영을 하며 전면호흡을 시도하고 있던 나에게, 강사님은 왼팔이랑 번갈아가며 해보라고 말씀하셨다.

   번, 번갈아요?

   자유형이랑 비슷한 느낌인 건가? 일단 또 시키니까 냅다 물속에서 팔을 휘저어 봤는데, 말도 안 되게 코조차도 물밖에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내 왼팔이 이렇게 나약했던가.

   해도 해도 힘이 부족한 느낌이 여실했다. 힘이 부족하니 얼굴이 물밖으로 못 나오고, 숨은 쉬어보겠다고 얼굴을 들이미는데 그게 또 허리힘이 쓰이는 것이다. 산 너머 산이다.


   그래도 오른팔은 많이 해봤다고 물이 잘 잡히면서 숨은 쉴 수 있을 정도의 높이가 확보되는데, 왼팔은 난리 그 자체였다.

   그렇게 오른팔 한 번, 왼팔 한 번을 하기도 전에 꼬르륵. 다시 오른팔 한 번, 왼팔 꼬르륵. 이게 계속 반복되다 보니 너무 답답했다. 잘되는 쪽으로만 스타트를 끊으니까 진도가 전혀 안 나가는 것 같아, 아예 왼팔부터 시작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진짜 가관이었다. 왼팔부터 시작하니 아예 처음부터 꼬르륵 이었다. 참나. 짜증이 날대로 난 나는, 왼팔이 말을 안 듣는다면 숨을 못 쉬고 물을 먹는 한이 있어도 '일단 못 먹어도 고'를 시전했다. 숨은 오른팔 돌릴 때 들이쉬면 된다. 왼팔 돌릴 때 꼭 숨을 쉬어야만 하는 건 아니니까, 아직은.

   왼팔은 꼬르륵 우아악, 오른팔 한 번, 왼팔 꼬르륵 어억, 오른팔 한 번. 이런 식으로 냅다 물에 덤벼드니 그래도 왼팔 힘이 좀 생기는 것도 같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제대로 된 방법은 아닌 것 같았다. 나의 수영은 한팔접영까지인가보다, 싶었다.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자주 참고했던 ‘아레나 영법 움짤’을 돌려봤다. 맨날 평영 움짤만 보다가 접영 움짤을 아주 오랜만에 봤는데, 이럴 수가. 물속에 있는 팔이 묘하게 굽혀져 있는 상태에서 물을 젓는 것이 아닌가! 이것이 바로 물 잡기?!

   이게 맞나 싶었던 나는 연거푸 수영 유튜브 채널에 접영 팔동작을 쉼 없이 찾아봤고, 접영 팔동작에는 수많은 단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아직 나에게는, 과도한 가르침이었다. 그, 그만! 그만 알고 싶어요!

   그래서 나는 그냥 ‘팔이 약간 굽은 상태로 저어야 물이 더 잘 잡히나 보다’에서 멈춰서 혼자 뚝딱뚝딱 연습해 보기로 했다.


   바로 다음날 물에서 팔을 약간 굽힌 상태로 물을 저어봤다. 역시 제대로 된 방법이 있는 것이다. 방법대로 가르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물이 훨씬 잘 잡히는 느낌이었다. 사실 아직도 물을 잡는다는 느낌을 확실히 내 것처럼 알지는 못하는데, 팔을 약간 굽힌 상태로 물을 젓는 것은 확실히 몸이 앞으로 잘 나가는 느낌이 든다!

   새롭게 알게 된 원리는 다른 영법에서도 시도해 보는 것이 인지상정! 물을 젓는 방법을 깨달은 나는 자유형에도 그 원리를 적용해 보기로 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시도해 본 이른바 ‘물 안으며 젓기’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자유형에도 원리가 싹 들어맞았다. 확실히 속도가 빨라졌다.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수영의 세계였다. 이러니 수영인이 많지. 정말 알면 알수록 너무 재밌다, 수영!


   ‘물 안으며 젓기’ 때문인지 이제 왼팔을 휘저으며 전면호흡을 해도 숨을 쉴 수 있다. 역시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다. 한 걸음, 한 걸음 잘 밟아나가면 못하는 일은 없는 것 같다. 너무 조바심 내지 말고, 꾸준히 물에 들어가서 휘적거려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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