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하지 Dec 14. 2023

초급반 막바지는 교정?

물 만난 물고기 되기 프로젝트 25

  자유형만 다시 배우고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영법을 새롭게 다시 배우고 있다.


  지난 글에 이어서 자유형에 대해서 이어서 말해보자면, 팔꺾기와 팔 11자로 뻗기가 끝이 아니었다.

  강사님이 갑자기 내 이마를 들어 올리더니, 고개를 들어야 한다고 하셨다. 살짝도 아니고 생각보다 많이. 진짜 이마로 물을 가르는 느낌이었다. 고개를 많이 들어버리니 상체가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그 와중에 팔도 꺾고 11자로 뻗어야 하니, 정말 산 너머 산이다. 안 그래도 자유형이 제일 싫었는데, 더 싫어질 것 같다. 자유형 언제 좋아지나.


  다음은 배영. 분명 처음 배울 때는 보노보노가 된 기분으로 재밌게 배웠는데, 지금은 아니다. 물에서 편하게 몸에 힘을 못 빼겠다. 다리도 자꾸 가라앉는다. 미쳐버리겠다.

  강사님은 배영을 시도하고 있는 나를 어김없이 잡아 세우셨다. 그러더니 배영 팔 돌리기 할 때 몸을 더 휙휙 돌려야 한다며, 배영 롤링을 알려주셨다. 사실 나도 나름대로 롤링이라 생각되는 것을 행하고 있었는데, 그게 전혀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팔을 물 뒤로 빼서 물을 젓고 있었고, 배영 롤링은 정말 상체를 돌려서 쇄골선에서 뻗어 나온 팔이 물 안을 젓게 하는 것이었다.

  어깨가 이만큼이나 물 밖으로 나온다고? 배영을 하며 처음 마주하게 된 나의 뽀얀 어깨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것이 배영 롤링이구나.


  하지만 이렇게 하니, 뭔가 아귀가 맞지 앉는 느낌이었다. 바로 다음 턴에 강사님께서 나의 께름칙함을 해결해 주셨다. 배영 롤링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팔의 속도가 더 빨라져야 한다고 하셨다. 예? 얼마나 빨리요? 하며 배영을 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빨라서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양팔을 폈을 때 직선을 유지하도록 계속 돌려야 한다고 했다. 한팔이 물 중간에 있으면 나머지 팔은 공기 중간에 있어야 한다.

   이렇게나 빨리 해야 하는 거였어요? 배영이? 배영은 무릇 보노보노처럼 유영하는 것이 포인트인 여유의 상징 아니었냐고요!

  더구나 강사님도 내 하체가 가라앉는 것을 알고 계셨다. 더 하체를 수면 위로 올리고 턱을 쇄골로 붙여서 고개를 45도 아래로 해야 한다고 덧붙여 주셨다. 아니, 이걸 한 번에 다 할 수 있겠냐고요! 시키는 대로 했더니 물을 자꾸 먹었다. 물을 안 먹으려면 속도가 더 빨라야 하는 것인가. 도대체 왜 자꾸 물을 먹는 거지? 배영, 너무 어렵다.




  마지막은 평영. 평영 물 잡기를 하고 숨을 들이쉴 때, 엄지손가락 정도는 물 밖에 나왔다가 들어가야 한다고 하셨다. 엄지요? 꼭 엄지만 나오게 해야 하나요? 말의 핵심이 이해가 안 됐다. 엄지 손가락이 나오면 뭐가 좋지? 손을 찌르는 높이를 더 높은 데서 시작하라는 건가? 모르겠다, 정말.


  접영은 교정을 할 군번도 되지 않는다. 접영은 그저 아직도 배우는 중인 것 같다. 그냥 양팔 접영으로 앞으로 나가기는 하는 수준인데,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다. 접영 물 잡기도, 가슴누르기도, 유선형 자세도, 올바른 출수킥도. 이론적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몸으로는 전혀 이행되지는 않는 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심지어 접영 물잡기는 제대로 배우지도 않았다. 이거 맞나?

  그럼에도 다음 달에는 교정반으로 넘어가야 한다. 조금 두렵다, 뺑뺑이의 틈바구니 속에서 헤맬 내가.


  하지만 그래도, 사람이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잘라야 하는 것! 갈 때까지 가본다! 아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