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 물고기 되기 프로젝트 23
오른쪽만 쓰면서 한팔접영을 할 때 얻었던 오른쪽 날갯죽지의 아픔은, 번갈아 한팔접영을 하고부터 왼쪽으로 고통이 분산되었다. 잘된 일이겠지? 오른쪽 날갯죽지가 덜 아파오기 시작했으니, 아마도 그간 과부하가 온 게 맞았던 것 같다.
그렇게 나의 번갈아 한팔접영이 그럭저럭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었다. 강사님은 역시나 그러기가 무섭게 나에게 양팔접영을 시키셨다. “이제 양팔로 돌려볼게요.”
말이야 쉽지. 무서움에 떨며 처음으로 양팔을 모두 돌려본 첫 시기는 아니나 다를까 물을 한껏 들이켰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팔접영 수련이 부족한 것 같다. 그날 수업에서는 그냥 억지로 양팔접영을 시도해 보고, 수업이 끝나자마자 한팔접영을 더 조지고 집으로 돌아갔다.
양팔접영을 시작하니까 더 모르겠다. 한팔접영을 할 때보다 더 헷갈린다. 강사님은 팔이 돌아올 때 손등이 서로 마주 보게 물에 입수되면 된다고 하셨는데, 팔이 물 밖에서 돌아가지를 않는데 무슨 손등을 마주 보나. 답답하다, 정말.
팔도 팔인데, 킥도 도루묵이 되었다. 출수킥은 정말 타이밍을 모르겠다. 자유형을 처음 배울 때처럼, 팔로만 가는 느낌이다. 발이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아레나 접영 움짤을 봐도 수영 유튜브를 봐도, 출수킥은 손이 물을 반쯤 저었을 때 차던데 나는 그게 안 된다.
정말, 한국인의 빠름 빠름 마인드란.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인가 보다. 무조건 입수킥에 딱 붙여서 출수킥을 연달아하게 된다. 이론적으로는 이해가 되는데! 머리로는 알겠는데! 도저히 입수킥 후에 차분히 출수킥 타이밍을 기다리지 못하겠다! 아는데 못하니까 더 화가 난다!! 아무래도 한팔접영하면서 출수킥 타이밍을 기다리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그렇게라도 익혀야지 이렇게 계속 양팔접영을 멋대로 시도했다가 어깨가 나갈 것이 분명하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가슴 누르기는 대충 알겠다는 것이다. 내가 흉추 가동성이 좋지 않아서 가슴만 깊게 누르는 건 잘 안되지만, 그래도 앞 겨드랑이 스트레칭을 열심히 하니까 느낌은 알 것 같다.
가슴 누르기 그 자체보다, 팔을 수면 가까이에 내버려 두고 가슴만 물을 눌러주는 느낌이라고 생각한 것이 통했다. 최대한 팔을 수면 가까이로 뻗어두고 가슴만 냅다 빼보는 것이다. 출수킥 타이밍의 혼돈 속에 그나마 가슴 누르기는 이해가 돼서 참 다행이다.
근데 이제 모든 것을 합하면 뚝딱거리는 한 마리의 짐승이 되어버리는 것이 문제다. 하지만 접영은 모든 수영인의 눈물이자 괴로움이니, 나도 그저 수영인이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로울 것 같다.
접영을 하면서 수영을 시작하고 한 번도 없었던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바로 호흡을 신경 쓰지 못한다는 것. 다른 말로는 호흡 따위는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지금 입수-출수킥 타이밍, 가슴 누르기, 팔 수면에 놓고 글라이딩, 다리와 발 모아서 차기, 손등끼리 마주 보며 입수하기, 팔 약간 꺾어서 물 잡기 등등 신경 쓸 것이 오만가지라서 호흡은 대충 입이 나오면 쉬고 아니면 마는 것이다. 한번 못 쉰다고 안 죽는다.
놀랍다. 자유형 배울 때까지만 해도 호흡이 너무 절실했는데, 이제 호흡은 No 상관이 되었다. 이거 이거, 제법 수영인 같은 걸?
제대로 접영을 배우고 있으니 교정반 올라가기 전까지 교정반에 비벼볼 수 있게 더 연습해 봐야겠다. 한다면 한다! 가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