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 친구가 수영을 배우고 있고, 원정수영을 가도 이것저것 물어볼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 것인지 깨달았다.
10월 초 연휴를 틈타서 (연휴라서 휴강이기도 했다) 주말 원정수영을 계획하고 친구와 약속을 잡았다. 친구는 너무 웰컴이라며 친절히 개강시간에 맞춰 약속시간을 정했고, 기대하던 당일이 되었다.
역에서 만나 같이 수영장으로 이동하기로 한 우리는, 도란도란 걸으며 수영장으로 향했다. 마침내 도착한 수영장은 우리 센터보다 훨씬 큰 규모를 자랑했고, 무려 6레인이란다! 우리 센터가 조금 앙증맞게 느껴졌다. 우리 센터는 3레인에 유아풀이 있는 정도로 작은 수영장이었기 때문에 살 부대끼는 인정이 느껴지는 공간이었지만, 원정수영을 간 수영장은 광활함과 돈냄새가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락커룸도 달랐다. 아니, 락커키 시스템도 신기했는데, 회원증을 내면 락커키가 배정되는 시스템이었다. 놀랄 노자다. 락커룸에 들어서면 우리 센터의 배가 넘는 숫자에 락커가 미로처럼 들어서 있었고, 락커 역시 우리 센터 보다 신식 제품이었다. 부럽다.
샤워장 역시 달랐다. 우리 센터는 벽을 따라서만 샤워기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여기는 사우나 시설처럼 벽뿐만 아니라 중간에도 기둥처럼 샤워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렇게 샤워장을 나와 수영장으로 나가면, 광활한 6레인이 두 눈을 사로잡았다. 레인 끝에는 세로는 짧고 가로로 긴 통창이 나있었고, 천장은 유리로 되어 있어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너무 멋졌다.
특히 내가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유리로 된 천장이었는데, 해가 어둑어둑 해지자, 유리로 내가 배영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내가 왼쪽 발을 조금 덜 찬다는 것을 확인할 수도 있어서 좋았지만, 가장 기분 좋을 것은 내가 보노보노처럼 물 위를 유영하고 있다는 것이 아주 뿌듯하고 즐거웠다.
레인의 구조도 우리 센터와는 달랐다. 우리 센터는 샤워장 출구와 가까운 레인 끝이 계단으로 되어 있어서 평영을 해도 걸림이 없었는데, 이곳은 굉장히 애매한 곳에 철로 된 사다리가 있어서 평영을 하면 발이 걸렸다.
친구에게 물어보니 가장 바깥쪽 레인은 자유형과 배영만하고, 평영은 2번째 레인부터 하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했다. 하지만 이미 내 발은 철 사다리에 여러 번 걸려 멍이 들어가고 있었다. 그래도 멈출 수는 없었다. 너무 재밌었다.
레인의 구조뿐만 아니라 물도 달랐다. 우리 센터는 염소 냄새가 폴폴 나는 락스물이었는데, 이곳은 소금물이었다! 진짜 미끈미끈하고 부들부들한 것이 내 몸을 더 감싸는 것 같고 포근하게 느껴졌다.
찾아보니 소금물이 수영복도 오래가고, 머리카락도 덜 상한다고 하더라. 다음에 등록하는 수영장은 제발 소금물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물의 깊이도 달랐는데, 고작 0.2~0.3m 차이였지만 확실히 다르게 느껴졌다. 똑같이 자유형을 하는데도 물이 더 무겁게 느껴지고 힘들었다. 깊이가 이렇게 중요하다니, 너무 신기했다. 이 점은 우리 센터가 더 좋은 거 같다. 물 가벼운 거 좋아요!
하지만, 교정반이 되고 연수반이 되어서 플립턴과 스타트 등 고급기술을 배우게 되면 물의 깊이가 어느 정도 받쳐줘야만 했다. 우리 센터에서는 플립턴이 절대 안 된다. 고수가 되면 수영장을 확실히 옮겨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1시간 30분 정도 수영장에서 휘적거리고 친구랑 노닥거리고 나서 수영장 건물을 나오니, 확실히 찬바람이 느껴졌다. 수영을 한 판 하고 나온 뒤에 맞는 찬바람이란 이루 상쾌하기 그지없다.
그대로 헤어질 수 없어서, 아시안게임 축구 한일전도 하겠다! 치맥을 때리기로 하고, 역 근처 치킨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아직 축구가 시작하기 한참전이여서 그런지 가게는 한산했고, 우리는 회사 밀집지역에 있는 치킨집의 치킨 양에 놀라며 치킨 한 마리를 더 주문했다. 축구는 1대1의 스코어를 가리키고 있었고, 우리는 생각보다 늦춰져 버린 귀가시간과 거의 노상에 가까운 창이 열린 테이블에 너무 오래 앉아있었던 것은 아닌가 고민하다가 막 외투를 입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찰나! 우리나라가 한 골을 더 넣었다!
우리는 “그래, 전역은 절실한 사람이 따내는 거야!”라며 골을 넣은 조영욱 선수를 칭찬하며 치킨집을 빠져나왔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여간 먼 것이 아니었지만, 돌아오는 길 내내 꿈속에 있는 것만 같았다. 아직도 소금물의 부들부들함이 남아있는 것 같고, 물속에 둥둥 떠있는 것도 같고, 여러모로 신기한 기분을 느끼면서 열차에 실려 집으로 향했다.
원정수영이 이렇게 좋을 거구나를 절감하며 원정수영을 혼자라도 더 많이 다녀봐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혼자..도 재미가 있을까?ㅎ
여담이지만, 그때 물에 너무 오래 있었는지 아니면 노상에 가까웠던 치킨집 때문에 바깥공기를 너무 오래 쐐서인지, 몸살감기에 심하게 걸려서 병가를 3일 반을 쓰고 일주일을 앓아누웠다. 하지만 앓아누웠던 게 아깝지 않을 만큼 재밌게 놀았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