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물 가까이에 살거나 물을 자주 접하는 직업을 갖거나 하다못해 물을 활용한 취미라도 갖는다면 부족한 물을 채울 수 있을 거라는 얘기에 ‘수영이나 해볼까’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한참이 흘러, 아쿠아리움에서 자살하는 돌고래들의 소식을 접하면서, 아쿠아리움에 방문해서 고래를 관람하기보다는 내가 수영을 배워서 그 아이들이 있는 곳에 직접 가서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즈음 이런 말도 들었다. ‘지구의 3분의 2가 바다인데, 평생 3분의 1만 경험하다가 죽을 순 없다’라는 말이었다. 내가 수영을 할 줄 안다면 내 세상은 무려 3배 넓어진다!
그리고 또 얼마가 흘러, 제주도 한달살이를 하면서 서핑의 즐거움에 눈을 뜨게 되고 서핑을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수영을 배우면 더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떨어지는 게 덜 무섭겠지?’ 하는 생각에 수영을 배우고 싶어졌다.
하지만 나에겐 큰 벽이 있다. 바다에 한바탕 빠졌던 경험이 내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초등학교를 다닐 때였던 거 같은데, 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밀물 때가 되어 바닷물에 휩쓸려 간 적이 있다. 높은 파도 안에 있던 내가 물 안에서 밖으로 해수욕장을 바라봤던 장면이 아직 생생하다. 해수욕장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나를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돌아오라 손짓하던 그 모습이.
그 뒤의 기억은 없지만 내가 살아있는 것을 보아 잘 구조되어 지금까지 잘 살고 있는 거겠지. 하지만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해서 물에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 하기엔 물이 좀 무서운 상태이다.
또 내 몸이 수영을 하기에 완벽한 상태가 아니었다. 장시간 앉아서 일을 하다 보니 디스크 협착이 와서 허리가 온전치 않은 상태였다.
서핑을 배울 때 나를 가르치던 강사님께서 내게 말씀하셨다. 내가 허리를 튕기면서 보드 위에 서다 보니, 코어 근육을 기르지 않으면 보드를 타면 탈수록 몸이 안 좋아질 거라고. 그래서 나는 서핑을 배우기에 앞서서 코어 근육을 길러 허리를 온전히 하는 것을 먼저 해야만 했다.
코어 근육을 기르기 위해 1년 동안의 필라테스 수련 끝에 직감적으로 수영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바로 수영 수강신청에 뛰어들었다.
역시 한 번에 성공하면 재미가 없지. 통과의례처럼 3월에 신청했던 4월 수강신청은 처참히 실패했다.
구민체육센터에 노려서 경쟁률이 너무 높아서 그랬던 건지, 이번엔 사설 스포츠센터에 수강신청을 하기로 했다. 수영 왕초보인 내가 처음부터 한 타임에 80명이 동시에 바글바글한 수영장에서 첫 수강을 하는 것보다는 한 타임에 20명인 수영장에서 시작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다행히 이번 달에 신청한 5월 수강신청은 성공하고야 말았다. 비록 원하는 시간대를 등록하진 못했지만, 일단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된 것이 어디냐. 수영을 뚫긴 뚫었으니 저녁 7시로 듣다가 새벽으로 시간을 옮기던지 할 계획이다.
그리하여 나의 '물 만난 물고기 되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물과 안 친한 내가 물 만난 물고기기 되기까지 지난한 과정이겠지만 함 가보자고. 물 찢어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