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를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변호사 우영우가 얼마나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지를. 일상에서 느끼는 모든 감정들이 모두 처음인 것마냥, 영우의 행동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낸다.
"이준호 씨는 고래도 아닌데 마치 고래처럼 제 머릿속에 불쑥불쑥 떠올라요. 자꾸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적은 처음이라서, 너무 이상합니다."
-이상한 변호사 11화 중
헬스장에서 유산소 운동을 하던 내가 이 대사를 듣고 입가에 새어 나오는 미소를 감추느라고 얼마나 고생을 했던지. 영우에게 밀당 따위는 없었다. 얼굴이 보고 싶어 영상 통화를 걸고, 마음 고백인지도 모르고 자신의 감정을 상대에게 전했다. 물론 이 드라마의 우영우의 경우는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져 그런 것이라고는 하지만,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대리만족이 가능한, 너무나 흡족한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이렇게 흡족한 장면이 있는 반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장면도 많았다. 의뢰인과 대화하며 굳이 말을 바로 잡지 않아도 되는 부분에서 끼어들어 분위기를 싸-하게 만든다든지, 홀로 영우를 키운 아버지에게 너무나 솔직하게 말해 아버지를 서운하게 만든다든지. 이런 점들 말이다.
사실 현대 사회에서 '솔직함'이라는 단어는 우호적인 상황보다는 무언가를 거절하거나, 피해야 하거나 하는 순간에 부각된다. 좋은 감정이야 들켜도 누군가 뭐라고 하지 않지만, 솔직하게 상대방에게 싫은 내색을 드러내는 것은 돌려돌려 말하기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상 맞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나 허세 가득한 상사의 농담이나 부당한 업무지시 등, 웃어넘기지 못하는 순간에도 어떻게든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이 시대의 각종 회사원들은 솔직하게 대처할 수가 없다.
필자가 제목에 끄적거린 '아뇨, 싫습니다.'라는 말. 사실 필자도 못한다. 한국인의 정서를 백 프로 반영하여 "아,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라고 돌려 말할 뿐. 그저 영우처럼 솔직하게 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적어 본 제목이다. 그런 솔직한 답변을 용인하는 사회가 온다면 누구나 얼굴에 쓴 가면을 벗고서 살아가겠지만, 그런 사회가 오려면 mz세대들이 저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몇십 년 후에나 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그런 사회가 오면 필자 또한 어느 정도의 꼰대가 되어 상사의 위치에 있을 수도 있을지도. 그러니 이 글에서 필자는 다짐한다. 그때 후배 직원이 생긴다면 이렇게 말해주겠다고.
"아뇨, 싫습니다.라고 말해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