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그게 인생
이제 막 30살이 되었다. 아니, 이제 막이라고 하기엔 벌써 2023년의 반이 지나 버렸네. 30대에 진입한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망망대해에 표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29살이 되던 해 7월. 가족들에게 독립을 선언했다. 나 혼자 살아보겠노라고. 사람으로 복작이던 집을 떠나왔다. 물론 그래봤자 버스타면 15분도 안 걸리는 거리지만 말이다.
내 공간이 생기니 좋았다. 일단 조용한 공기가 좋았고, 또 무슨 일이든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자유가 좋았다. 친구들과 밤새 놀 수도 있었고, 먹고 싶은 것도 부모님 눈치 보지 않고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건 모두 내 선택이었다. 그 당시에는 이것이 바로 어른인가 싶었다. 내 인생을 내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것. 내가 돈을 벌어 의식주를 해결하고 인생을 개척해나가는 것.
10개월여 기간이 지난 지금, 그저 나는 인생을 편하게 살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침마다 먹으라고 챙겨주던 과일, 속 차가우면 좋지 않다며 덥혀 주던 홍삼액, 직장에서 힘든 일이 있었으면 그 기분을 맞춰주던 부모님. 이 모든 것은 누군가와 함께 사는 집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였다. 부모님이 자식에게 할 수 있는 최선, 그리고 사회에서 누구에게도 받을 수 없는 배려.
누구나 혼자가 된다. 날 돌보아주던 부모님도, 항상 곁에서 서로의 삶을 대신 욕해주던 친구들도, 혹은 평생 옆에 있을 것만 같던 남자친구도. 언젠가는 떠나간다.
이 독립은 나 혼자 어떻게 단단하게 삶을 이어나갈 수 있을 지, 미리 체험해보는 과정이다. 20대까지 부모님의 곁에서 단단해질 필요도 없이 의지해서 살았다면, 지금은 나 혼자의 시간, 그리고 공간을 어떻게 꾸며 나갈 것인지 찬찬히 들여다 보는 시간.
이상하게 혼자 있기만 하면 허기가 지고, 그래서 술을 마시고 싶고, 안주를 찾고. 밤마다 무언가를 먹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이고. 운동도 가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 '혼자'임을 잘 견디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난 '혼자'일 때 마음의 허기가 지는 사람이었던 듯 싶다.
생각보다 엇나가는 내 인생에 대해 며칠 간 고민한 결과는 바로 이렇다. 생각보다 짧은 방황이었으면 좋겠다. 혼자 살아가는 인생에 대한 재미를 찾고, 그리고 단단하게 30대의 나를 쌓아올려갔으면 좋겠다. 흔들리지 않는 인생이 어디 있겠냐만은, 흔들리지 않게 뚝심있게 나아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