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자락 옷깃 옷맵시 하나에 울림
오래가는 울림.
사람에게서 받은 가장 오래가는 울림은
사람을 겸허하게, 고요하게, 단단하게 만든다.
예술과 시간이 만나는 자리에도 잔상이 남고,
자잘한 울림이 스민다.
옷깃 하나에도 울림이 있고,
플루트 소리에도 여운이 남아 울린다.
그리고 전시장에서도,
회색 블라우스 하나가 무겁게 가슴에 떨어졌다.
옷매무새.
기세 하나가 옷자락으로 툭 떨어진다.
말 한마디,
행동 품새 하나가
인생을 만들 수도 있다.
예술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그래서 평생 가까이할 수 있다.
전시를 보고, 출장을 다녀간 자리에,
뜻밖에 미술이 아닌 문학의 장르로 옮겨가 보기도 하고,
미술학 박사가 미술행정의 영역으로 발을 들이기도 한다.
내게 이 모든 것은 전율이며, 에너지요, 파장이며, 울림이다.
지나갔지만, 한글날을 맞아 참석했던
세계한글작가대회의 울림을 기억하고자 한다.
그 무대는 시인 채인숙 님이 마련한 문학 행사였고,
문학과 음악, 언어와 소리, 한글과 한국문학의 전환기를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그곳에서 시인이자 음악가 정태춘,
그리고 송솔로몬의 아들이자 송솔잎의 아버지인
송솔나무 플루트 연주자의 음악을 들으며
그들의 공통점이 ‘울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세계한글의 날.
그 자리에 함께하며, 예술이 주는 영감과 감동으로
마음 한가득 풍요로워졌다.
연세대학교 백양누리와 연희관의 추억을
글로 되새김질해본다.
정태춘이 노래하고,
송솔나무가 연주하던 그 순간—
문학과 음악의 경계가 흐려졌다.
정태춘, 시인이 노래하던 시절.
그의 목소리에는 오래 견딘 시간의 결이 있었다.
삶에서 건져 올린 문장들.
지나간 시대와 마주한 채 노래를 부르는 이의 얼굴.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담담하게 자신을 낮추며,
기억과 저항, 사랑과 상처가 한데 섞인 울림이었다.
송솔나무의 플루트 소리는
그의 말대로 ‘고향의 소리’였다.
그 연주 앞에서는 말로 닿지 않는 감정들이
소리의 파장 속을 떠다녔다.
그의 연주는 말보다 깊고,
표정보다 진하게 다가왔다.
말이 통하지 않아
“4학년이 6학년으로 된 타국의 삶”이라며
웃음을 터뜨리던 그의 스토리텔링은 리얼했고,
삑사리 나는 피리소리조차 진짜였다.
그의 무대엔 삶이 묻어 있었다.
그들은 문학의 무대에서도, 음악의 무대에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말없이 녹였다.
두 사람의 목소리는 나즈막했고,
그 나지막함 속에서 나도 그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온 시간의 문장.”
“하루하루 버텨낸 영혼의 숨.”
잔잔한 호수 위의 파문처럼
마음 깊은 곳을 울렸다.
이 기억은 앞으로 전시를 기획할 때,
음악 프로그램을 연결할 때
잊지 못할 터치 포인트가 될 것이다.
그날의 장면 하나하나,
풍경은 참 아름다웠다.
연세대학교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행사였고,
큐레이터계의 에르메스라 불리는 안현정 박사도
행정학 강의를 마치고 늦은 밤 합류했다.
문학, 음악, 미술, 사람—
여러모로 가슴이 울린 날이었다.
사람에게도, 작품에게도 울림이 있다.
나도 울림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깊이 울려서 울게 하기보다,
울림과 진동으로 힘이 되게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언젠가 되어보고 싶다.
소리에도 여운이 남듯,
오늘은 글에도 여운이 남는다.
“예술가는 다섯 감각이 살아 있어서
늘 아프고 예민할 수 있지만,
세 가지 감각—감사, 감탄, 감동—으로
그 다섯 감각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다.”
– 미야자마 타츠오-
나는 예술가라 부르기엔 부족하지만,
자유로운 영혼임은 틀림없다.
사람을 좋아하고, 돕고, 격려하다가
가끔 희생의 끝에서 아픈 교훈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조금씩, 나도 울리고 싶다.
두둥.
#세계한글작가대회 #국제펜본부 #연세대학교 #손큐 #손정화 #융합의 밤
일전에 모아둔 내게 울림있던 작품들과
음악이 주는 울림의 모먼트 #송솔나무 피리 스토리 참 울림있었다.그리고 사람과의 시간도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