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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보름달 가득 찬 날

아픈 사람 안아프게 달 보고

by 손큐

한가위! 모두가 보름달 아래에 있었다.

누군 아프고 아버지는 나이듦이 아쉽고 꼬맹이들은 희망이 가득하다.


긍정과 겸허 사이 어딘가에서. 자신을 사색하는 황금 휴일. 아픈 사람이 있어 발이 묶여 황금 연휴가 아쉬워 밝음을 찾아 베어브릭 더현대 전시 산책을 시작했다


역시 한국의 가을하늘은 한가위날 최고다.

작품도 에너지를 주기에 밝음을 찾아 나서니.
“BE@RBRICK WORLD WIDE TOUR 3 in SEOUL — 한국 최초 공식 전시” 를 만난다.
전시의 풍경과 찰나
전시장 안에는 122명의 아티스트가 만든 베어브릭들이 한국 전통 정원의 공간감과 조화를 이루며 배치돼 있었다.각 베어브릭 위에 전통 문양이 얹히기도 하고, 정원 연못의 반영이 연상되는 배치도 보였다. 움직이거나 반짝이는 조명 효과가 더해진 조형물도.


“놀이와 명상의 경계”가 전시장 곳곳에서 흐르는 듯했다.
방 한쪽 벽면엔 대형 베어브릭이 중심점처럼 서 있었고, 곁엔 작은 미니어처들이 마치 동행자처럼 둘러섰다. 관객은 어느 땐 아이처럼 설레고, 또 어느 땐 고요히 멈춰 서서 형태와 그림자를 감상하게 된다.

긍정 그리고 겸허, 예술이 건네는 언어
전시장 속 베어브릭들은 “긍정의 에너지”를 시각적으로 환기시킨다.
장난감이면서 예술품이라는 이중적 존재 —
이는 우리 삶도 놀이와 진지함 사이를 오가며 균형을 잡는 존재임을 일깨운다.

작가들이 표현한 색채의 밝음, 형태의 다양성,
그리고 전통과 현대의 조화는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고, 작은 것일지라도 의미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렇지만 그 밝음 속엔 언제나 겸허가 스며 있다.
베어브릭이 단순히 “귀엽다”로 머무르지 않는 이유는
그 뒤에 숨어 있는 작가의 내면,
관객의 해석 가능성,
그리고 공간과 시간의 맥락 때문이다.

긍정은 과하지 않게,
겸허는 무너지지 않게,
그 선을 지키는 게 매우 어렵다.
전시장은 그 경계 위를 걷는 공간이다.

전시의 장점, 그리고 남는 여운
첫 공식 전시라는 상징성
한국에서 베어브릭의 공식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것은 팬들에게는 성대한 축제이고,
아트 토이 영역엔 하나의 이정표다.
다양한 예술가의 참여와 협업
122명의 아티스트가 작품을 출품했다는 소식은
다양한 감성과 관점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공간과 맥락의 통합
단순히 베어브릭만 전시한 게 아니라,
전통 정원이라는 모티프를 끌어들임으로써
한국적 맥락과의 연결을 시도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직관과 사유가 공존하는 경험
이 전시는 눈으로 보는 재미만 있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고 생각하게 만드는 여지를 남긴다.

긍정에너지의 비슷한 결
나는 전시장을 나와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조용히 되뇌었다.
긍정은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빛이고,
겸허는 그 빛 아래 우리가 서 있는 땅이다.
베어브릭들은 미소를 머금고,
하지만 자신을 과시하지 않는다.
빛나더라도 다른 것의 가능성을 지우지 않는 태도.


걷는 길이 초라하지 않길 바라며
오늘처럼 밝은 빛과
겸허한 마음을 품은 채
우리는 또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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