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고마을(1)
3. 고마을(1)
나의 중국 여행은 고마을, 더 좁혀 말하면 강남수향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 다음은 강남을 벗어나 다른 지역도 몇 군데 다녔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여행 안내서에 나와있는 고마을 방문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중국 고마을에도 형식은 있었다. 물론 중국은 광대한 지역이다 보니 지역마다 자연환경도 달랐고 고마을의 주거 형태도 환경에 적응하느라 다른 형태를 보였지만 문화적인 동질성은 보여주었다. 고마을에 나타나는 개략적인 특징을 말해 보고자 한다.
‘고마을’은 사람들이 살던 집만 모여있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장시간 유지되어온 마을공동시설, 혹은 건축물까지 있어야 한다. 중국 고마을을 이루는 공동시설에는 패방, 사당, 사묘, 교각, 문창각, 희대, 탑 등이 있다. 고마을 형식엔 중국인들을 하나로 엮어주는 전통문화와 그들의 의식을 지배해온 전통 사상이 담겨 있다. 또 마을을 이루는 형식은 그대로 도시에도 적용되어 역사가 오래된 중국 도시에는 과거로부터 내려온 사당, 사묘, 탑 등이 남아있다. 쑤저우성 중심엔 도교사원인 현묘관이 사묘라고 할 수 있고, 호구虎丘는 쑤저우성을 건설한 합려를 기리는 일종의 사당이다. 쓰촨성의 성도에 가면 도시 중심에 제갈공명과 유비를 기리는 무후사武侯祠 사당이 있는 것이 그 예이다. 이런 예는 수 없이 많다.
패방牌坊
마을 입구에 있는 문 형태의 건축물로 마을과 관련된 일이나 인물을 기념하는 경우가 많다. 네 개의 기둥에 세 개의 출입구가 있는 것이 가장 흔하며 큰 건축물 입구엔 여섯 개 기둥에 다섯 출입구가 있는 형태도 있다. 패방은 층층으로 된 지붕으로 되어 있어서 중국 전통 건축적 특색도 보여준다.
사당祠堂
공자 ‘예기’에 의하면 왕이나 제후諸侯, 대부大夫만이 사당을 짓고 종묘제례를 올릴 수 있고, 평민은 집안에서만 조상에게 예를 올리도록 했다고 한다. 그러나 명대에 이르러서 나라에서 집안의 조상을 모실 수 있는 사당을 지을 수 있도록 허락하면서 가묘家廟가 사당의 기원이 되었다. 이후 민간에서 사당을 여러 형태로 지어졌는데, 주로 마을 중심에 크고 화려하게 지었다.
사묘寺廟
사묘는 고래로부터 전해져 오는 민간 신앙과 연관이 있어서 들이나 산에 있던 사당이 도교와 불교와 합쳐진 형태이다. 지역에 따라 토지신이나 용왕신을 모신 경우도 있고 사당에 비교하여 작은 형태로 지어진 것이 많다. 혹은 사당과 합쳐진 형태이기도 하다.
탑塔
탑은 불교가 중국에 전래된 이후 초기에는 전적으로 불교적인 건축물이었으나 후대 민간에서는 탑을 마을의 풍수조절이나 인물 기념 혹은 마을의 조경을 위해 건축했다.
다리橋
고마을은 대개 과거에 풍수지리를 바탕으로 들어서다 보니 대개 한 면이나 삼면으로 물이 흘러나가고 뒤에는 산이 있다. 물길이 마을 안에 있어 많은 다리가 있는 수향 마을이 아니더라도, 고마을엔 돌로 만든 다리, 나무로 만든 다리 혹은 회랑교가 있다.
문창각文昌阁
고마을엔 교각 입구나 빈 땅에 문창각 혹은 보탑寶塔, 문봉탑文峰塔을 건축해놨는다. 이는 풍수지리와 민속신앙 이용하여 마을 인재의 문운文運을 고양시켜 과거급제자가 많이 나오고, 높은 자리로 임관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은 건축물이다.
희대戱臺
연희(연극)나 마을 의식을 하던 건물로 마을에서 가장 번잡한 길 가운데에 있다. 희대 앞엔 작은 광장이 있어서 사람들이 모여서 극을 관람할 수도 있고, 물건을 교역하는 장소로도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