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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05 수
하얀 눈꽃이 내리던 날
그는 떠났다
조금씩 쌓이는 눈꽃 위로
치열한 삶의 흔적쯤은 새길 수 있었음에도
아무런 미련 없이 그는 떠났다
남겨진 이들의 부르짖음에도
쓰인 것들의 처량함에도
새롭게 나타날 것들의 찬란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 무엇 하나 남기지 않고
그는 떠났다
마지막의 마지막에서야
모든 것과 초원하려던 다짐을 지키고
그는 떠났다
아아
눈부시게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주던
그의 삶은 내겐 천상의 악기와 같았구나!
추앙해 마지않던 그대여
무엇 하나 남기지 않고 떠나가려더니
비탄에 잠겨 있는 남은 자들의 악기에서 연주될
처절하게 울릴 선율은 어찌하여 남기고 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