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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전쟁

발리에서 생긴 일 ep28

by 글짓는 목수

“어어어어!”


순간 눈앞에 서 있던 카렉이 조각조각으로 나눠지더니 점점 더 작은 티끌로 변했다. 마침내는 먼지가 되어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주변의 모든 것들이 그와 같이 눈앞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와 폴의 주변은 모두 하얗게 백지처럼 되어버렸다.


“Take it easy“(놀라지 말아요)

“What? Can I be calm at this moment you think?“(아니, 지금 이게 놀라지 않을 상황이에요?)

“It’s gonna be happen more surprise.“(하하, 더 놀랄 상황이 생길 거예요)

“What? Oh~~“(뭐라고요? 어어어어!!)


그러자 흩어지며 사라졌던 티끌들이 다시 어디선가 나타나 모이고 뭉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다른 형상과 사물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뭉쳐진 티끌들은 사람의 형상으로 또 사물의 형상으로 새롭게 재 탄생되고 있었다. 그런데 나타나는 사람의 형상 중에 눈에 익은 모습이 나타났다.


“Oh~ Dad! “ (어!? 아빠?!)


티끌들이 뭉쳐서 병상에 누워있는 아버지의 형상을 만들었다. 그리고 주변에 다른 사람들의 형상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의사와 간호사가 나타나고 작업복을 입은 다른 인부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변 배경도 그 형상과 모습을 드러냈다. 나와 폴은 어느새 병원 응급실로 와 있었다. 아직 정확히 얘기하자면 병원이 우리 주변에 만들어졌다. 순식 간에 공간이 바뀌어 버렸다. 내가 공간을 이동한 것인가 아니면 공간이 내게로 온 것인가.


“What is happening now?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Well.. haha I said that something surprise will happen“(그러게? ㅎㅎ 제가 놀랄 일이 생길 거라고 했잖아요)

“Dad! Dad!, Look at me! Do you know who I am?“(아빠 아빠! 눈 좀 떠봐! 나 알아보겠어?)


이런데 이상했다. 나와 폴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았다. 모든 것이 정지된 듯한 모습이었다. 마치 한 장의 스틸 사진 안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랄까? 그 안에 나와 폴만이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Please tell what happened. And why people are not moving?“(이게 어찌 된 일이에요? 어서 설명을 좀 해봐요. 그리고 지금 왜 여기 사람들은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거예요?)

“Wait a sec!“(잠시만요)

“피리리리리” [칸타타 147]


그러자 그가 손에 들고 있던 대나무 피리를 불기 시작했다. 천천히 피리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움직임이 너무 느렸다. 시간이 마치 1/10배속으로 흐르는 것처럼 사람들이 미세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피리리리 피리리리”


그때 폴의 피리소리의 리듬이 조금씩 빨리 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람들의 움직임이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했다.


“咦! 霈云,你什么时候来啦?”(어!! 페이윈! 언제 왔어?)

“叔叔~, 我爸爸发生什么事了?"(아저씨, 저희 아버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他被轰炸了”(폭격을 맞았어)

“什么?“(네!?)


그때 아버지가 누워 있던 병상 옆에 서 있던 현장 동료가 페이윈을 알아봤다. 그는 자초지총을 설명했다. 아버지는 고층 건물 공사장 아래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때 상하이 도시 상공에 수십 대의 무인 항공기가 출현했고 고층 건물들을 무자비로 폭격했다. 그때 고층 건물에서 떨어진 콘크리트 잔해에 나의 아버지가 묻혀 버렸다고 했다. 구사일생으로 아버지는 콘크리트의 잔해 사이에서 목숨은 건졌지만 콘크리트에 묻혀있던 철근이 아버지의 몸통을 관통해 버렸다.


“您是谁?当监护人吗?”(누구세요? 보호자 되세요?)

“是,我是他的女儿“(네 저의 아버지예요)

“是吗?那你得心里准备。“(아~ 그래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거 같습니다)

“什么?不行!求救你,救我爸的命吧“(네!?, 안돼요 제발 저희 아버지를 좀 살려주세요)

“对不起, 这状态下没那可能 “(죄송합니다. 지금 상태로선 도저히… 가망이…)

“不要~~~~“(아아아 안되에!)


나는 의사의 옷자락을 붙들고 하소연했다. 눈으로 직접 보고 있으면서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커억 풋웁!”

“爸!”


아버지가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 산소 호흡기 안이 붉은 핏물로 범벅이 되었다. 나는 아버지의 입에서 산소 호흡기를 떼어내었다.


“霈~云, 你要得活着,一定要活,好吗?”(페…이이 위 인, 살아~ 남아야 해 꼭~ 꺄악 속 해! 아.. 알았지? 꺼억 풋웁!)

“你别啥说, 醒醒~打起精神来啊“(무슨 소리야 아빠? 정신 차려 죽으면 안 돼!)

“哔哔哔“(삐이이이이 이~)

“霈风先生死亡在二零二七年四月二十一号下午三点钟。“(페이펑씨가 2027년 4월 21일 오후 3:00 사망하셨습니다.)

“으아아 앙~ 안돼~! 으어어 엉!”


아버지는 또다시 피를 토해냈고 이내 숨을 거두었다. 나는 아버지를 부여잡고 오열했다.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제 내가 번듯하게 성공해서 아버지의 외롭고 고단했던 과거를 보상해 드리려고 했다. 그런데 하루아침 사이 이렇게 허무하게 아버지를 떠나보낼 수는 없었다. 하나님이 원망스러웠다. 힘든 날이 다 지나고 이제 좀 행복과 안식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시 그 모든 것을 빼앗아가 버리려나 보다.


“쾅 우르르 퍼퍼펑! 우르르 쾅쾅”

“으아아아악!”

“키아아악!”

“아악!”


그때였다. 병원 전체가 흔들리는 진동과 함께 귀가 찢어질 듯한 폭발음들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병원 안은 순간 아비규환(阿鼻叫喚)으로 변해버렸다. 그리고 잠시 뒤 병원 응급실로 수많은 환자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대부분 싣려 온 환자들은 팔과 다리가 날아가고 내장과 머리가 터지고 온몸이 붉게 물든 사람인지 고깃덩어리인지 모를 것들이 들것에 실려 들어왔다.


“Peiyun, no more time, we should go!“(페이윈, 시간이 없어, 이제 가야 해)

“Where? I can’t go anywhere without my father. I can leave him alone here.“(어딜 가요? 못 가요 아버지를 혼자 여기 두고 갈 수 없어요 흑흑흑)

“Don’t you think you should follow your father’s last will.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을 안 들을 거니?)

“呜呜呜“(흑흑흑)

“Come on! Hold my hand.“(자! 어서 다시 내 손을 잡아)


폴은 다시 손을 내밀었다. 나는 울먹이며 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한 손은 아버지의 손을 잡고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피리리리리” [칸타타 147]


그는 다른 한 손으로 피리를 불기 시작했다. 그러자 좀 전처럼 아버지가 티끌로 분해되며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과 사물들도 모두 티끌로 변해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다시 그와 나는 하얀 세상에 둘만 남겨졌다.


“Who are you?“(당신은 도대체 누구예요?)

“I don’t know who I am“(나도 몰라 내가 누군지)

“What? Are you kidding me now?“(뭐예요 장난해요? 나랑)

“Don’t you think it’s too realistic as a kidding? hahah“(장난치고는 이 상황이 좀 심각하게 리얼하지 않니? 하하)


그 사이 또다시 사라졌던 티끌들이 날아와 눈앞에 카렉의 형상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뒤로 천국의 문과 삼위일체의 탑들이 만들어지고 멀리 아궁산과 떨어지는 석양까지 모든 주변의 배경과 사물들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폴은 잡고 있던 내 손을 놓고 그 손 마저 피리로 가져가더니 빠른 리듬으로 피리를 불기 시작했다. 그러자 멈춰있던 공간에 시간이 더해지기 시작했다. 시간은 1/10배속에서 점점 빨라져 1배속으로 바뀌었다.


“Peiyun, Are you Ok now?“(페이윈, 어떻게 괜찮아?)

“What?“(어?! 뭘?!)

“You father is is in critical condition now “(아니 아버지가 위독하시다고 했잖아)

“Ah yes…“(어… 어!)

“You should go back to China as soon as possible?“(중국으로 빨리 돌아가봐야는 거 아냐?)

“I have been there before a moment. “(이미 갔다 왔어)

“What? What do you mean?“(뭐!? 그게 무슨 소리야)

“Nothing, It’s all over.”(아무것도 아냐, 이제 모두 끝났어)

“….”


카렉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나는 카렉의 핸드폰을 빌려 인터넷 뉴스를 확인했다. 인터넷 세상에는 온통 속보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뉴스의 헤드라인 모두 “미중 전쟁의 서막”이었다.

중국이 타이완을 침공했다. 그리고 그 즉시 미국과 일본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중국은 미국의 본토로 미사일을 날렸고 한국에 주둔하던 주한 미군의 무인 드론들이 일제히 중국 본토를 공습하기 시작했다. 그 틈을 타서 북한이 남한을 침공했다. 중국의 상해는 그 첫 번째 폭격의 타깃 도시가 되었다. 미군의 공습에 상하이는 초토화가 되었다. 아버지는 그 미국적 무인 드론기의 폭격에 희생당했다.

그리고 나는 방금 그곳을 다녀왔다. 알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이상한 이 남자와 함께. 설명할 수 없는 힘을 통해서. 그런데 나와 폴이 그곳을 다녀오는 동안 공간만 이동했을 뿐 시간은 흐르지 않은 것 같았다. 카렉은 아무렇지 않게 마지막에 이어가던 대화를 지금 다시 이어가고 석양은 아까 본 그대로의 위치에 떠 있었다.


“삐이이이 이”


그때 카렉의 핸드폰으로 문자메시지가 날아들었다. 그 메시지는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전 국민에게 보내는 메시지였다. 미국과 중국의 전쟁에 대한 경보를 알리는 대국민 발표 같은 내용이었다. 각자 개인의 안전에 만전을 기하라는 내용들이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도 이 미중 전쟁에 자동적으로 개입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슈우우우윙~”


그때였다. 하늘에 또다시 수십 대의 전투기가 나타났다. 북쪽을 향해 아궁산 위의 석양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It started evetually.” (드디어 시작됐어)


폴이 날아가는 전투기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는 무엇이 시작되는지 주어를 말하지 않았다. 나는 그 주어가 미중 전쟁을 말하는 거라 생각했다. 우려하던 두 개의 태양이 부딪쳤다.


"I can hear the trumpet." (나팔소리가 들려)

"What are you talking? nothing I can hear." (뭐라고, 난 아무것도 안 들리는데요)

"We should born again." (다시 태어나야 해요)

"What do you mean?" (무슨 소리예요?)


그리고 그가 들린다는 나팔 소리는 나에게 들리지 않았다. 그는 하늘에서 무언가가 보이고 들리는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하늘을 향해 있을 때 나는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건 땅에서 진동이 느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폴은 나의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그리고 순간 또 한 남자가 한 여자의 손을 붙잡고 있는 모습이 나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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