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편 소설] - 일곱 번째 -
한 남성과 한 여성이 숲 속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서로의 시선이 마주쳤다. 남성은 처음으로 가슴 벌렁이는 감정이 샘솟는 걸 느꼈다. 그 감정은 이내 몸짓으로 변했다. 남성은 여성에게 다가가 여성을 와락 껴안았다. 그러자 여성은 남성의 귀를 물어뜯고 발로 걷어찼다. 남성은 한쪽 귀를 움켜잡고 땅바닥에 엎어졌다. 여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괴성을 내지르며 근처에 돌을 집어 남성에게 던졌다. 남성은 이마에 돌을 맞아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남성은 놀라서 여성에게서 멀찍이 떨어져 머리를 긁적거리며 여성을 향해 울부짖었다.
여성은 등을 돌려 다시 발길을 옮기며 숲 속으로 사라져 갔다. 남성은 멀찍이 떨어져서 여성을 몰래 따라갔다. 그리고 그녀가 사는 곳을 알아내었다. 그날 이후부터 남성은 그 여성이 사는 곳에 거의 매일 찾아와 그녀가 살고 있는 곳 앞에 고기나 생선 혹은 열매 같은 먹을 것을 놔두고 사라지곤 했다. 만약 먹을 것이 놓여있지 않은 날은 예쁜 들꽃이나 신기한 모양의 조약돌 같은 것이 놓여있기도 했다.
여성은 궁금했다. 누가 자신이 사는 곳 앞에 자꾸 이런 것들을 가져다 놓는지를... 그래서 하루는 밖으로 나가지 않고 사는 곳에 숨어서 지켜봤다. 아니나 다를까 해가 중천에 떴을 쯤이었다. 남성이 수풀을 헤치고 모습을 드러냈다. 손에 커다란 생선 한 마리가 들여 있었다.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여성이 사는 곳 앞으로 다가왔다. 그때였다. 여성이 갑자기 남성 앞에 불쑥 나타났다. 남성은 깜짝 놀라며 뒷걸음질을 쳤다. 이번엔 여성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남성에게 조금씩 다가갔다. 그러자 남성은 뒷걸음질 치며 여성과의 거리를 좁히지 않았다. 남성은 두려웠다. 또다시 다칠까 봐. 남성은 손에 들고 있던 커다란 생선을 여성이 서있는 쪽을 향해 '툭' 던지고는 등을 돌리고 도망치듯 숲 속으로 사라졌다. 여성은 머리를 긁적이며 땅바닥에 놓인 생선과 도망치듯 사라지는 남성을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그날 이후에도 여성이 사는 곳에는 어김없이 먹을 것이 놓여 있었다. 여성은 남성에게 관심이 없었지만 매일같이 반복되는 그의 행동에 조금씩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여성은 또다시 숨어서 남성을 기다렸다. 남성이 나타났다. 그런데 남성의 온몸이 상처투성이다. 상처 곳곳에선 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남성의 표정은 시무룩했고 손에는 노란 들꽃 한 송이만 들려 있었다. 남성은 여성이 사는 곳 앞에 꽃 한 송이를 덩그러니 놓아두고는 다시 힘겨운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엔 여성이 멀리 떨어져서 몰래 남성을 뒤쫓았다. 남성은 한쪽 다리까지 절뚝거리며 힘겹게 걸음을 옮겼다. 반나절이 훌쩍 지나서야 남성이 사는 곳에 도착했다. 꽤나 먼 거리였다. 여성은 남성이 살고 있는 곳을 알아냈다. 여성은 서둘러 자신이 사는 곳으로 돌아가야 했다. 숲 속에서 해가지면 위험하다는 것을 알기에 빠른 걸음으로 돌아갔다.
그날 이후 그 여성이 사는 곳 앞에는 먹을 것이 아닌 꽃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날이 많았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인가 그 꽃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여성은 이전에는 느껴본 적 없는 알 수 없는 허전함과 불안한 감정들이 밀려왔다. 무슨 일을 하든 계속 그 남성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어느 날 여성은 다시 남성이 살던 곳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남성이 나타나길 기다렸다. 해가 기울 때까지 남성은 보이지 않았다. 여성을 발길을 돌리려던 찰나 한 무리의 남성들을 걸어오는 것을 발견했다.
여성은 남성 무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나뭇가지를 꺾어 자신이 찾는 남성의 모습을 바닥에 그렸다. 그러자 남성 무리는 잠시 서로를 바라보며 웅성거리더니 그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한 남성이 그 나뭇가지를 받아서 그 옆에 또 다른 그림을 그렸다.
거기에는 커다란 짐승이 입을 크게 벌리고 남성을 집어삼키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러자 여성은 가슴이 미어지는 듯한 아픔이 밀려들었다. 여성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부짖었다.
기원전 117만 년의 어느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