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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목수 Jul 07. 2023

이상한 사람

[초단편 소설] - 여섯 번째 -

어느 날 한 남자가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때 모녀로 보이는 한 여자와 어린아이가 닫히려는 엘리베이터로 서둘러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남자는 엘리베이터 문을 여는 버튼을 누르고 그들을 기다려 주었다. 그런데 그 어린아이가 급하게 엘리베이터에 오르려다 입으로 가져가던 음료를 엘리베이터 바닥에 조금 엎질렀다.


"정말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아이가 흘린 음료가 바닥에 튀어 남자의 신발에 묻었다. 남자는 어린아이의 실수이고 또 신발에 얼마 묻지 않아 크게 불쾌하지도 않았다. 어머니는 바닥에 흘린 음료를 닦으려는지 손가방에서 티슈를 꺼냈다. 그런데 어머니는 그 티슈를 어린아이의 손에 쥐어 주었다.


"바닥에 흘린 거 닦아야지"


그러자 아이는 손에 들고 있던 음료를 엄마에게 건네고는 쪼그려 앉아서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엘리베이터 바닥을 닦기 시작했다. 남자는 그 모습을 보고 사뭇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헐... 무슨 이런 엄마가 다 있어? 계모인가?'


남자는 생각했다. 남자는 분명 그 어머니가 직접 바닥을 닦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아이는 많아봐야 이제 3~4살 정도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꼬마 아이가 나의 하얀 신발에 묻은 빨간 음료를 보고는 나의 신발을 닦아주려 하는 것이었다.


"얘야~ 나는 괜찮아~"


나는 순간 당황했다. 아이가 고개를 들었다. 남자는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입가에 빨간 음료가 덕지덕지 말라 붙어 있는 모습이 정말 영락없이 철없는 아이였다. 그러는 동안 엄마는 그 아이가 그렇게 바닥을 닦는 모습을 지켜봤고 아이가 바닥을 다 닦고 나자 아이의 음료를 다시 건네주고는 닦은 휴지를 건네받았다.


엘리베이터 안에 사람들은 그 광경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놀랍고 당황스러운 표정은 그 남자 하나뿐이었다.


그 남자는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어느 날 여자가 이번엔 어린아이를 데리고 지하철을 탔다.


평일의 오후 지하철 안은 한적했다. 지하철이 강 위의 철로를 지나고 있었다. 어머니는 아이를 옆에 앉혀 놓고 책을 읽고 있었다. 아이는 손에 또 음료를 들고 등을 돌려 무릎 자세로 창밖의 풍경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지하철이 지하로 내려가자 아이는 몸을 돌려 자리에 앉으려고 했다. 그때 아이가 손에 들고 있던 페트병 음료가 바닥에 떨어졌다. 둥그런 페트병은 지하철 바닥을 떼굴떼굴 구르며 몸 안에 액체들을 꿀럭꿀럭 바닥에 쏟아내었다. 지하철 안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그 페트병으로 향했다.


그 어머니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서 굴러가는 페트병을 주웠다. 그리고 다시 손가방에서 티슈를 꺼내어 아이의 손에 쥐어 주었다. 그러자 아이는 이전처럼 고사리 같은 손으로 다시 지하철 바닥을 닦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자리에 앉아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지하철 안의 사람들은 모두가 황당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봤다. 좀 전까지 다들 핸드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던 사람들의 시선은 어느새 모두 그 아이에게로 향해 있었다. 핸드폰 속 화면보다 더 흥미로운 광경임에 틀림이 없어 보인다.


"아니, 어미라는 인간이 어찌 애가 실수를 했기로서니 저래 쳐다 보고만 앉아 있니 쯧쯧"


지하철에 앉아있던 한 할머니가 그 모습이 못마땅했는지 한마디 했다. 그러나 그 어머니는 그 말을 들은 체 만 체 했다. 어머니는 아이가 바닥을 다 닦고 가져온 휴지를 받아서 작은 비닐봉지에 담았다. 그리고 아이를 옆에 앉히고는 다시 보던 책을 펼쳐서 읽었다. 지하철 안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모습이다. 걔 중에는 그 모습이 신기한지 핸드폰 카메라로 그 광경을 촬영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 여자는 이상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그 여자는 파란 눈을 가진 호주인이었고

그 남자는 검은 눈을 가진 한국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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