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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리 Apr 11. 2024

회전문을 열고 들어왔다

20240411

"엄마, 난 세상에서 아빠를 제일 좋아해! 그리고 두 번째로 엄마를 제일 사랑해."
"어머 우리 또 통했네!"
"왜?"
"엄마도 그렇거든."
"안돼! 엄마는 나를 제일 사랑해야 해."
"왜? 엄마가 아빠를 제일 사랑하니까 결혼했지. 그래서 우리 예쁜이를 낳았고."
"그래도 지금은 나를 제일 사랑해야지. 엄마잖아."
"엄마는 아빠 부인이기도 한걸?"
"싫어. 그래도 나를 제일 사랑해. 알았지? 나 제일 사랑하지?"
"알았어 알았어. 이제 자자."


"자기야 아까 한 말 뭐야?"
"응?"
"재울 때..."
"아! 당연한 거 아냐? 자기를 제일 사랑하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나 자신이었다. 낳아주신 부모님도, 동생들도, 만나던 상대방도 아닌 내가 제일 중요한 사람이었다. 그러다 연애의 치열한 감정과는 또 다른 범접할 수 없는 감정을 주는 남자를 만나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보니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여럿이 돼버렸다. 가장이라는 말을 붙여도 되나 싶지만 분명 가장 사랑하는 나와 가장 사랑하는 신랑과 가장 사랑하는 아이가 번갈아 가며 내 안에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한다. 마치 출구 없는 회전문을 돌며 번갈아 방문한다고 해야 할까.

신랑이 회전문을 열고 들어오면 든든한 나무가 주위에 둘러쳐진 든 안정감이 느껴진다. 그 사이에 내려오는 한줄기 빛이 따뜻함을 가져온다. 화려한 후광은 없지만 포근히 안아주는 듯한 온기가 가득한 푸르고 안전한 숲에 들어서는 듯하다. 크게 숨을 쉬지 않아도 신선한 공기가 내 온몸을 돌아다닌다. 가끔 몰아치는 폭풍에 나뭇가지가 미친 듯이 흔들리고 나뭇잎이 떨어지지만 나무가 뽑히지는 않는다. 구름이 걷히고 다시 햇살이 내려온다.

부지불식간에 수시로 회전문을 열고 아이가 뛰어오면 온통 주변이 무지개 빛 롤리팝 동산이 된다. 연두빛 잔디 위에 롤리팝 꽃이 피고 무지개 폭포가 위로 올라가는 신기한 일들도 일어난다. 파란 사자와 빨간 토끼가 사이좋게 큐브를 돌리고 솜사탕 비행기가 날아다닌다. 황금 비가 내리기도 하고 연못이 맥주로 변하기도 한다. 모든 일이 상상 그 이상, 통통 튄다. 정신이 없지만 즐겁다. 말도 안 되게 힘들지만 정말 소중하고 사랑스럽다. 머리가 심하게 아프고 어지럽지만 짜릿하고 재미있다.

가장 사랑하는 두 사람이 그렇게 나에게 들어온다.

나는 그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회전문을 열고 들어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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