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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리 Apr 12. 2024

가슴 덜컹한 무서운 이야기

20240412

우리 고2 소풍 끝나고 아이스링크에서 놀다가 늦게 집에 갔던 날, 네가 집 근처에서 깡패 만났잖아. 그래서 그다음 날, 야간 자율학습 끝나고 내가 너네 집까지 데려다줬던 거 기억나? 그날 헤어진 시간이 11시 즈음이었을 거야. 4단지 끝 너네 집에서 2단지 끝 우리 집까지 혼자 집에 오는데 늦은 시간이라 상가 불빛도 모두 꺼져있고 경비 아저씨들도 주무실 시간이었지.

그날따라 단지 내를 다니던 차도 없고 사람도 없고 노란 가로등만 켜 있었어. 길어졌다 줄었다 하는 내 그림자를 보고 가는데 다른 그림자가 다가올까 봐 얼마나 가슴 졸였나 몰라. 발소리보다 불쑥 나타날지 모르는 그림자가 더 무서웠어. 그렇게 무서운 가슴 부여잡고 종종걸음으로 3단지 다상가를 지나다가 상가 앞에 방치되어 있던 세발자전거를 발견했어. 그 작은 자전거를 타고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커다란 몸을 자전거에 욱여넣고 무릎을 바깥으로 90도로 꺾고 힘들지만 세차게 페달을 밟았어. 상상해 봐, 한참 몸무게의 고2 여학생이 교복치마 안에 체육복을 입고 책가방을 메고 꼬꼬마 세발자전거를 타고 달렸다니 얼마나 기괴했겠어.

하지만 그날따라 너무 무서워서 그런 거는 신경 쓸 만큼 강심장은 아니었어. 네가 만났던 깡패들을 나도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발소리도 그림자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전속력으로 달렸던 거 같아. 그렇게 2단지로 들어서는 커브 내리막길에 접어들었고 2개 동만 지나면 우리 집이었지. 그 안도감 때문일까 미처 앞을 보지 못하고 턱에 걸려 자전거랑 같이 내리막을 뒹굴어 화단에 처박혔어.

누가 봤을지도 모른다는 걱정보다는 화단 방지턱에 제대로 받친 가슴이 불에 타는 것처럼 아팠어. 아픈데 주저앉아 아픔이 가실 때까지 기다릴 정신도 없었어. 너무 무서웠거든. 집으로 뛰는 내내 가슴이 점점 아파져 도착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갔어. 거울로 가슴팍을 확인하니 온통 피멍이 들었더라고. 그때 정말 겁에 질리고 서러워서 엄청 울었어. 정말 인생이 끝난 것처럼 너무 무서웠지 뭐야. 심지어 네가 미안해할까 봐 다음날 학교에서 말도 못 하고 혼자 벙어리 냉가슴 앓았단다...

나 이제 가슴이 망가져서 결혼도 못하겠구나, 엉엉엉.


그 당시에 미래의 내가 30개월 완모를 할 줄 알았다면, 그렇게 공포에 사로잡혀 울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사진출처 픽사베이

#한달매일쓰기의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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