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발적인 경단녀의 쌓여가는 고민
암 진단을 받고 항암 치료가 길어지면서 나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야 되는데, 내가 하는 일의 특성상 그때마다 양해를 구하기는 어려웠고 항암약의 부작용 때문에 갑자기 컨디션이 안 좋아질 때는 조기 퇴근을 신청해야 되는데 그것도 점점 부담스러워졌다.
그렇게 회사를 퇴사하고 항암 치료받느라 정신이 없는 동안 정신 차려 보니 몇 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암에 걸리고 싶어서 걸린 것도 아닌데 병에 걸렸기 때문에 치러지는 대가가 너무 혹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암치료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너무 힘들어서 다른 생각도 못하다가 이제야 조금씩 컨디션이 돌아오기 시작하면서 생각해 보니, 내가 회사를 퇴사한 지도 벌써 5년이 지나가고 있었다. 사실 이 병만 아니었으면 지금 한창 일하고 있을 나이인데, 수입이 없어지면서 내 통장 잔고는 점점 바닥이 나기 시작했다.
병 때문에 의도치 않게 갑자기 백수가 되어버린 나는 벌써 경력이 단절된 지 시간이 오래 지나 버렸다. 그래서 요즘 점점 고민이 되기 시작한다. 적지 않은 나이인 데다 미혼이고 경력 단절된 지 너무 오래됐는데 도대체 무슨 일을 하면서 먹고살아야 할까? 그리고 요즘 들어 나를 간병해 주는 엄마가 부쩍 많이 힘들어하시는 모습이 보여서 더 고민이 된다.
만약 어떤 이유로든 나처럼 경력 단절된 지 오래된 사람들이 있다면, 서로 얘기로든, 아니면 글로 써든 소통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P.S. 만약 저와 비슷한 상황에 있거나 저와 같은 고민이신 독자분들이 있다면, 댓글을 남겨주시거나 이메일을 보내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