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인생을 어떻게 써 내려가야 할까
나는 나름대로 지금까지 내 인생의 시나리오를 써 내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암 진단을 받고 난 뒤, 누군가가 내가 쓰고 있는 시나리오를 완전히 다르게 바꿔버린 것 같다. 예상치도 못한 시나리오로 바뀌었을 때,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마치 나는 이 시나리오를 들고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는 채로 그 자리에 멈춰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시나리오에는 선택지가 별로 없다. “그 자리에 멈춰 있느냐”, 아니면 ”두려움을 이기면서 앞으로 나아가느냐 “의 선택 같다. 나는 글을 쓸 때 종종 공감되는 노래 가사가 생각나곤 하는데, 지금은 이런 가사가 생각난다.
“거기서 멈춰 있지 마. 그곳은 네 자리가 아니야. 그대로 일어나 멀리 날아가기를.”
지나간 일은 뒤돌아보면 나만 힘들어지는 것 같아서 지나간 일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말자고 수없이 다짐했지만, 내 성격 때문인지 몰라도 자꾸 뒤돌아보게 돼서 나 자신을 괴롭힌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고 절망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 같던 그 순간에도 어김없이 동이 트던 그 새벽, 나 자신이 정말 작게 느껴졌다. 내가 없어져도 티도 안 날 것 같은 세상. 나의 존재와 상관없이 무심하게 해는 뜨고, 밤이 찾아오고, 어슴푸레 새벽 동이 튼다.
이상하게 요즘은 기분이 계속 가라앉는다. 나는 그럴 때마다 글을 쓴다. 마음이 답답하거나 힘들 때, 요즘은 글을 쓰게 된다. 예전에는 이럴 때면 맥주 한 잔 정도는 마시곤 했었는데 이제는 그럴 수도 없다. 역시 나라는 사람은, 이 병을 이겨내는 데 있어서 안 좋은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안 좋은 일이 있으면 툭툭 털어낼 수 있는 성격을 가진 사람이 부럽다. 나는 계속 곱씹고 기억해서 내 자신의 마음에 계속 상처를 내는 것 같다. 사람은 좀처럼 바뀌기 힘들다던데, 나의 이런 점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오늘 밤도 답이 없는 생각들에 잠들지 못하는 밤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