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에도 정지 버튼이 있다면 누르고 싶다
어떤 때는 정말 심란한 마음 때문인지 몸을 가만히 있지를 못하겠는 날이 있다. 암에 걸렸다는 생각을 하면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는 상태가 되어서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갑자기 집 청소나 정리를 막 하게 된다. 가만히 있으면 미칠 것 같은 절망감이 몰려와서 나 자신도 감당이 안 되는 이유에서인 것 같다.
하늘이 나에게 이런 상황을 준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특정 종교를 믿지 않지만, 무슨 일에는 다 이유가 있으니까 결과가 있는 거라고 생각하게 됐다.
암에 걸리고 깨달았던 것은 마음이 우울해지니까 맛있는 음식이 눈앞에 있어도 즐겁지 않고 좋은 것을 봐도 좋지가 않다. 항상 우울한 감정이 기본 베이스에 깔려 있는 듯한 느낌이다.
만약 내가 결혼을 했더라면, 내 옆에 남편이 같이 있다면, 암에 걸려도 혼자보다 둘이 있으니까 지금보다는 우울하지 않았을까? 나는 모르겠다. 항상 엄마가 말했던 얘기가 떠오른다. 나 자신이 혼자 있어도 자신감 있고, 혼자여도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이 누군가와 같이 있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그 말이 정말 맞는 얘기인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런 성격이 못 된다. 그래서 나에게는 요즘 걱정이 하나 생겼다. ’ 내가 과연 이런 상황에서 미혼으로 혼자 살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다. 암에 걸리고 보니 생각이 한번 봇물 터지듯이 나오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면서 우울해지기 쉬워지는 것 같다. 죽음이 예전보다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안락사’라는 말도 왠지 그냥 스쳐 지나가지 않게 들린다. 내가 스스로 나의 끝을 결정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준비 없는 죽음보다 나은 것이 아닐까?
사실 거의 2년 가까이 취업 준비를 하다가 내 예상보다 좋은 회사에 취직이 되어서 그때는 사실 일하다가 문득 든 생각이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였다. 그만큼 그때는 취업만 된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았고 한 고비를 넘긴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나는 ’ 세상은 정말 내 마음 같이 되지 않는다 ‘ 는 것을 암 진단을 받고 나서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 인생은 마치 산을 하나 넘으면 그것보다 더 큰 산이 기다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어떤 산을 넘으면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은 ’ 연속적‘이라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