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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습히 Feb 08. 2021

기계식 키보드는 당신의 손목터널증후군을 고쳐주지 못한다

<키보드 잡담과 손목 통증>

인터넷에서 키보드 글을 읽다보면 손목이 아파서 기계식 키보드를 구입했다는 이야기를 접하곤 합니다.
그리고 기계식 키보드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마치 키보드의 모든 해답이 기계식 키보드에 있다는 식의 홍보 문구도 쉽게 보입니다. 하지만 일부 기계식 키보드는 멤브레인보다 못한 내구성으로 사용자들에게 외면받는 경우도 있고, 손에 편하다는 마케팅으로 유혹하지만 사용해보면 생각보다 편하진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키보드와 손과 손목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본문은 키보드에 대한 설명과 내용을 주로 담고 있습니다.
손목 통증이 심하다면 전문의와 상담하시고 올바른 치료를 받으시길 바랍니다.




▶︎ 기계식 키보드는 왜 쓰나요?

손목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왜 기계식 키보드가 손목터널증후군과 함께 언급되었는지를 풀어보고 싶습니다.

멤브레인 시트 방식의 키보드가 보급되기 전에는 기판에 금속 접점과 스프링을 내장한 키보드가 보편적이었습니다. 그러나 개별 키마다 독립적인 스위치를 모두 내장하다 보니 1980년대에는 높은 공급 가격이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1990년대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대량으로 제작이 가능한 맴브레인 키보드가 더 많이 보급되었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자 멤브레인 키보드의 퀄리티가 전반적으로 낮아지면서 퍽퍽한 키감과 바닥까지 꾹꾹 눌러줘야 인식되는 문제가 부각되며, 꾸준한 키감과 높은 내구성을 가진 기계식 키보드가 다시 주목을 받게 됩니다.

독일산 체리 MX스위치가 독점되던 특정 시기에는 일정 이상의 퀄리티가 보장되었지만, 중국산 유사 스위치들이 대량으로 공급되면서 인식이 안되는 접점부 문제가 쉽게 일어났고 이후에는 멤브레인보다 못한 내구성을 가진 기계식 키보드도 발견되기 시작합니다. (중복 입력되거나 키를 눌러도 안 눌리는 채터링 문제)

채터링 [chattering]
『전기·전자』 전자 회로 내의 스위치나 계전기의 접점이 붙거나 떨어질 때, 기계적인 진동에 의해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접점이 붙었다가 떨어지는 것을 반복하는 현상. 회로 오작동의 원인이 되는 동시에 접점의 마모를 재촉하게 되므로 방지 조치가 필요하다.
https://dic.daum.net/word/view.do?wordid=kkw000830674


하지만 문제가 있는 제품이라도 이미 만들어진 물건을 팔아야 하는 판매자들은 부풀려진 내용으로 홍보하였고, 멤브레인보다 좋은 키감이라는 내용과 함께 손에 편한 키보드라는 홍보 문구로 구입자들을 현혹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곤 점차 모든 기계식 키보드가 손목에도 좋다는 의미로 희석되고 변질되기 시작합니다.




▶︎ 그러면 기계식 키보드를 왜 쓰는데요?

기계식 키보드의 장점을 표현할 때 보편적으로 키감 이야기를 주로 합니다.

대부분의 멤브레인 접점 키보드는 금속 스프링보다는 러버돔 방식이 많이 쓰이고, 특히 저가형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소재가 경화되며 키감이 푸석푸석해집니다. 그래서 키마다 독립적인 스위치가 내장된 기계식 키보드와 고무와 멤브레인 시트로 이루어진 키보드를 1:1로 비교하면 기계식 키보드가 상대적으로 뛰어납니다.

그렇습니다. 기계식 키보드는 상대적으로 키감이 좋은 것이지, 모두가 손목에 편안한 키보드는 아닙니다.

CHERRY MX SWITCH - ACTUATION GRAPH




▶︎ 그런데 멤브레인을 쓰다가 기계식을 쓰니까 손과 손목이 편하던데요?

이유는 있습니다. 멤브레인 방식은 회로가 그려진 겹쳐진 시트가 서로 만나면서 인식이 되기 때문에 비교적 힘을 줘서 바닥까지 꾹꾹 누르게 되지만, 기계식 키보드는 스위치에 내장된 금속 접점이 만나는 부분까지만 눌러줘도 인식이 되기 때문에 손에서 키보드를 누르는 부담이 적습니다.

물론 정전용량무접점(静電容量無接点)에서는 멤브레인이나 기계식 같은 접점이 없기 때문에 인식되는 전기용량만큼만 눌러주면 되니, 인식률에서 기계식보다 정전용량이 더 뛰어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래서 정전용량키보드에서는 구름타법이라 불리는 반쯤만 누르는 가벼운 타건 방식이 적응하기 쉬운 경향을 보입니다.

(다른 이야기로 광축 방식으로 대표되는 센서 타입은 기판에 장착된 센서의 퀄리티만 보장된다면 구조상 금속 접점보다 높은 내구성을 자랑하지만, 옵티컬이나 레이저 센서가 망가지면 스위치 모습을 한 구조물이 아니라 기판에 내장된 개별 센서를 교체해야 돼서 일부에서는 선호도가 낮습니다.)

멤브레인 시트 제조 과정 (https://dhlab.lmc.gatech.edu/floorchart/why-keyboards-matter/)




▶︎ 그럼 손목에 편안한 키보드는 무엇인가요?

손목이 편안한 키보드는 대부분 인체공학 키보드(ergonomic keyboard)입니다.

대표적으로 좌우 분할 방식의 디자인과 팜레스트와 일체형인 키보드가 많은 편입니다. 좌우 분할 방식은 오른손과 왼손을 각각 편안한 방향, 각도, 위치에서 사용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그리고 팜레스트는 손목이 꺾이지 않고 평평하게 유지시켜주기 때문에 통증 완화와 예방에 좋습니다.

인체공학 디자인 키보드도 기계식과 멤브레인등 다양한 방식의 제품군이 존재합니다.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된 키보드 중에서 숫자패드가 없는 텐키리스 방식이 많은 이유는 스페이스바를 중심으로 화면과 키보드를 몸의 중심으로 바르게 고정하기 쉽고, 마우스와의 동선이 짧아져서 그만큼 손의 이동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체공학 키보드가 모든 사람에게 편안하진 않습니다. 기존에 쓰던 키보드와 사용성이 다르기 때문에 불편하다고 여기고 일반적인 표준 키보드를 더 편하게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체 공학 키보드를 사용하지 않고도 손목을 편안하게 하는 방법도 있을까요?

제 경험상 방법은 있었습니다.




▶︎ 키보드의 각도를 낮추고, 가능한 얇은 키보드를 사용하기

손목터널증후군이 악화되는 대표적인 이유는 키보드의 각도를 크게 높이거나 두꺼운 키보드를 팜레스트(손목받침대) 없이 사용하여 손목이 장시간 크게 꺾여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키보드의 각도를 최대한 낮추고 두께가 얇은 키보드를 사용하여 장시간 키보드를 사용하며 발생하는 손목의 부담을 줄여줘야 합니다.

키보드 각도를 높이거나, 두꺼운 키보드를 손목받침대 없이 장시간 사용하면 손목에 큰 부담이 됩니다.

최근에는 키스트로크(keystroke)가 짧은 로우프로파일 스위치가 내장된 얇은 기계식 키보드도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기 때문에, 다소 누르는 깊이가 짧더라도 상관없다면 최대한 두께가 얇고 평평한 키보드를 고려해보시길 추천합니다.




▶︎ 손목 받침대

손목의 통증을 조금이라도 줄여주는 방법은 손목 받침대(palmrest)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본인이 느끼기에 손목이 꺾이지 않고 평평하게 유지되며 손목이 편안하다면 그것이 좋은 손목 받침대입니다. 손목받침대는 말 그대로 손목을 받쳐줘야 하기 때문에, 손이 아니라 손목을 충분히 받쳐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팜레스트를 키보드와 가까이 두면 스페이스바 같은 하단열에서 다소 간섭이 생기기 때문에 키보드와 조금 띄우고 손목을 고정하는 편이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키보드와 팜레스트를 엄지손가락 길이 정도 거리를 띄워서 손목만을 충분히 받쳐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https://duckduckgo.com/?q=keyboard+palmrest

그리고 팜레스트 두께가 키보드보다 낮으면 손목이 조금이지만 꺾이게 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물론 팜레스트의 편안함은 개인마다 다른 것이고, 소재와 디자인에 따라서 느껴지는 느낌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다양한 제품을 사용해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팜레스트와 키보드가 일체형인 제품도 추천되지만, 이러한 제품에서는 팜레스트와 키보드가 이어지는 자체 경사와 각도로 인해서 손목은 꺾이지 않지만 그만큼 팔이 접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팜레스트 각도가 큰 제품도 주의하고, 필요시 반대로 돌려서 사용합니다.)




▶︎ 키보드 사용에 편안한 환경과 자세

https://support.microsoft.com/ko-kr/windows/%ED%82%A4%EB%B3%B4%EB%93%9C-%EC%82%AC%EC%9A%A9-18b2efc1-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제공하는 키보드 도움말에 따르면 7가지의 방법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개인마다 키보드 사용하는 환경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본인에게 편안한 방법과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해서 조금씩 바꾸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책상의 높이와 공간, 의자의 종류와 팔걸이 여부, 키보드의 두께와 크기, 팜레스트 사용유무 등)




▶︎ 충분한 휴식과 스트레칭

키보드를 사용하면 손목이 아픈 이유는 휴식 없이 키보드를 오래 사용해서 그렇습니다.

50분 동안 키보드를 사용했다면 최소한 5~10분 정도는 쉬게 하고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심각한 손목 통증은 쉽게 치료되지 않습니다. 미리 예방하고 빠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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