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내 식당 창업하기 Ep.11
제주올레에서 3개월 동안 진행한 내 식당 창업하기 프로젝트가 모두 끝났다. 모든 것이 일상으로 돌아왔다. 아침에 눈을 뜨면 서귀포의 푸른 바다가 아닌 제주시의 높은 건물들이 반겨주었다. 제주시의 높은 건물이라니! 도시 사람들이 들으면 웃을지도 모르지만, 역시 3개월 만에 돌아온 제주시는 도시였다.
모든 것이 그대로 돌아왔지만 모든 것이 그대로인 것은 아니었다. 창업에 대한 열망은 커졌고 든든한 지원군이 생겼다. 아침이면 메신저 창의 단톡 방에 메시지가 쏟아졌다. “오늘은 뭐해? 어느 지역을 보고 왔어? 브랜드는 정했어?” 다들 창업 준비로 바쁜 나날들이었다.
나 역시 질 수 없다. 4년 전 배낭을 메고 온 그 순간처럼 다시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섰다. 꿈을 펼칠 순간이다. 이제 앞으로 나와 함께 할 공간을 찾으러 제주도를 탐험하기로 했다. 여행을 위해 찾은 제주도와는 또 다른 모습의 제주도가 나를 기다린다. 지난 시간들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간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지난 모든 시간들이 오늘을 위해 존재했던 것만 같다. 꿈꾸던 나만의, 날 위한 그곳은 있을까?
- 역시 도시 사람들이 들으면 웃을 이야기겠지만 - 제주에서 나의 공간은 높은 빌딩을 벗어나 구옥의 정기와 바람, 풀냄새를 맡으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그런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몇 년 전만 해도 제주에는 구옥이 많았다. 그런데 최근 불어닥친 제주도 개발의 시대를 거치면서 많이 사라졌다. 최소한의 수리로 공간의 역사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미래의 모습을 그리곤 했는데 곱씹어 볼수록 아쉬운 일이다.
자전거를 이용해 제주도를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마을 사람을 만나면 언제라도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눈높이에서 언제라도 멈출 수 있는 속도로. 자전거를 타면 늘 편안했다. 가고 싶은 곳으로 천천히 가고 쉬고 싶을 땐 어디라도 쉬면서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그 여유가 좋았다. 자전거를 타면 골목도 해변도 두렵지 않았다. 어쩌면 공간을 찾는다는 핑계로 자전거 여행을 시작한 셈일지도 모르겠다. 하하! 어쨌든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제주시 용담동에서 삼양동을 향해 달려갔다. 삼양동은 삼양해수욕장을 중심으로 아름다운 해변이 있는 곳이다. 그곳에는 오래된 집, 지역주민들이 찾는 몇 개의 노포가 있다. 관광지는 아니지만 삼양해수욕장을 통해 관광객과 지역주민이 융화될 수 있는 동네가 아닐까 싶다.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었다. 평소 즐겨 찾던 튀김집에서 식사를 하려고 가는데, 골목길 순대 국밥집 앞에 손님이 가득한 것이 아닌가. 자동차로 지날 때에는 못 보던 풍경이다. 그곳에서 순댓국 한 그릇 먹고 다시 길을 떠났다.
골목길 어귀에 앉아계신 어르신을 만났다. 자전거를 멈춰 세워 인사를 드렸더니 좋아하셨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동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니 좋은 일이다. 이곳에서 다양한 청동기 유적물이 발견되기도 했다고 말씀하시는 어르신의 표정에서 자부심이 느껴진다. 제주도에 살면서 숱하게 지나갔던 길이다. 오늘도 차를 타고 왔으면 지나쳤을 곳일 테다. 자전거를 타고 오길 잘했다.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바다를 따라가다 보면 올레길이 나온다. 길을 걷던 여행자들과 인사를 하고 가끔은 멈춰 서서 이야기를 나눴다. 제주도는 그런 곳이다. 낭만이 있고, 자유가 있는 곳. 이제 내 식당만 찾으면 환상의 섬일 테다.
나의 공간은 제주의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제주의 감성을 담아내면서도 역사와 이야기가 있는 곳이면 좋겠다. 그런 공간을 찾으면 세상이 다 내 것 같을 것 같다. 치즈가 줄줄 흘러내리고 육향이 진하게 나는 질 좋은 고기로 만들어낸 패티,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신선한 채소, 이 둘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햄버거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다시 힘차게 페달을 밟는다. 심장이 뛰는 느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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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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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목차
ep. 3화 길이 하나라면 길을 잃어버릴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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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목차
ep. 2화 성공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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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목차
ep.1화 이상을 찾아 일상을 떠나다<현재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