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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공간 Aug 26. 2019

꿈을 이루는 꿈을 꾸는 꿈을 그리다

제주도에 내 식당 창업하기 Ep.10











시식회를 마치고 팀원이 정해졌다. 그동안 주방을 나눠 쓰기 위해 팀을 나눠서 진행했기 때문에 그대로 운영될 줄 알았는데, 팀원이 바뀌었다. 첫 달에는 메뉴가 좀 더 완성된 사람들이 투입되고 나머지 사람들은 조금 더 노력해서 두 번째 달에 식당을 운영해보자고 했다. 나는 두 번째 조에 편성됐고, 사실 자존심도 조금 상했다. 바로 투입될 수 있을 정도로 완성된 메뉴는 아니라는 뜻 아닌가. 게다가 2조는 주방 경험이 없는 사람이 두 명이나 됐다. 어떻게 한 달을 이끌어나갈지 눈앞이 캄캄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 일은 전화위복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서울에서 캐나다를 떠난 순간부터 제주도에 오기까지 마법 같은 시간들이었다. 마치 누군가 나의 성공을 간절히 원하고 있는 것처럼. 온 우주가 나를 도와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내 식당 창업 프로젝트 역시 우연처럼 이뤄졌지만 펍 아르바이트부터 박찬일 셰프님과 레이먼킴 셰프님을 만나게 되었으니 여한이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식당 운영까지 한 달의 시간이 남는 것이 이처럼 귀한 순간을 선사할 줄이야.


내 식당 창업 프로젝트의 모의 식당 운영 프로그램은 팀원들이 각자 주방장이 되어 자신의 요리를 선보이는 형태로 진행된다. 한 달 동안 고민하고 레시피를 보완한 메뉴를 선보이고 고객의 반응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1조의 경우 각자 야심 차게 준비한 메뉴들을 선보이고 고객의 반응에 따라 변화를 주며 음식을 완성해나가고 있었고, 우리 역시 그렇게 하면 될 일이었다.


문제는 메뉴에 있었다. 비건으로 만든 봄동 만두, 일본식 장어덮밥, 대만 요리 우육탕, 그리고 내가 준비한 불고기 샌드위치까지 우리 조원들의 메뉴는 함께 판매하기에는 뭔가 조화롭지 않았다. 우리는 어떤 메뉴와 어떤 메뉴를 함께 묶어서 판매할까? 추가할만한 메뉴는 뭐가 있을까를 논의하기 위해 회의를 하기로 했다. 아울러 주방의 동선과 역할 분담도 이야기해야 했다. 다소 서먹한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친목 도모의 장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고 큰 기대는 없었다.






"우리 프로젝트 이름이 내 식당 창업 프로젝트잖아요? 진짜로 제주올레에 내 식당을 창업해서 운영한다고 생각하면 어때요? 가게 이름도 정하고 메뉴도 한 명이 다 구성하고. " 주방 경험이 없는 팀원이 아이디어를 냈다. 처음엔 요리 경험이 없어서 식당 운영이 어려운 줄 모르고 하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곱씹어볼수록 진짜 내 식당이라고 생각하고 운영할 수 있다면 배울 점이 많을 것 같았다. 당장 식당의 콘셉트부터 정해야 했고, 메뉴도 통일성 있게 구성해야 했다. 내 식당이라고 생각하면 홍보도 해야 하고 예산부터 결산까지 일목요연하게 경험해볼 수 있겠다 싶었다. 동시에 한 주를 내가 온전히 다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엄청난 부담감도 들었다.


그런데 우리 조원들의 에너지가 정말 좋았다. 언제나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어 했고, 배울 점이 많다면 일이 많아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면 우리가 지난 한 달 동안 배운 걸 써먹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겠네! “ 가장 나이가 많은 조원이 말했다.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우리는 도전해보기로 했다. 도전해야 성공할 수 있을 테고, 실패하더라도 더 많이 배울 수 있을 테니까!








회의의 주제가 바뀌었다. ”내 식당이라면 지금 뭘 해야 할까? “ 우리는 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하기로 했다.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오요리아시아의 PM님께 협조를 요청했더니 흔쾌히 멋진 디자인과 함께 리플릿을 만들어주셨다. 동갑내기 조원과 서귀포의 마트와 공공기관에 찾아갔다. 나의 이야기를 듣기도 전에 지나쳐가는 사람, 소개 책자를 받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씩씩하게 리플릿을 건네며 눈길을 끌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 오늘 이 일은 진짜 내 식당을 갖게 되었을 때 귀한 경험이 될 것이다. 팀원 중 한 명은 자주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 저절로 되는 것은 없다. 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


온라인 마케팅으로는 틈틈이 내 식당 창업 프로젝트의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우리의 활동을 알리고 지역 카페에 홍보하기로 했다. 직접! 원래는 매니저님이 운영하는 일이라 양해를 구했다. 다소 어설플 수는 있지만 청년 셰프가 직접 운영한다는 데 의의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물론 하기로 한 이상 잘해야 했다.


한 주 동안은 한 명의 팀원이 사장님이 되고, 다른 세 명이 종업원 역할을 하기로 했다. 메뉴의 구성부터 주방동선, 역할을 사장님의 의견에 따라 맞췄다. 주방 경험이 있는 나와 동갑내기 조원이 주도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서로의 의견을 모두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우리 조는 회의를 정말 많이 했다. 팀원 한 명은 제주시에서 매 번 내려와야 했는데, 늘 에너지를 얻고 간다고 했다.


내 식당을 창업한다고 생각하니 불고기 샌드위치만으로는 부족했다. 식당의 구성을 갖추려면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있어야 했다. 나는 식당의 테마를 브런치로 잡았다. 다른 조원들은 각각 한식, 중식, 일식을 선택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한 조가 됐는데 이렇게 팀워크가 좋을 수가 있을까 놀라울 정도였다. 식당 이름과 메뉴 구성은 다 같이 아이디어를 모았다. 우리는 3월에 식당을 운영하게 되느니만큼 ‘봄’을 느낄 수 있는 콘셉트로 꾸미기로 했다. 첫 주는 환영회, 2·3주는 사랑과 낭만, 마지막 주는 벚꽃엔딩을 테마로 정했다. 그리고 각자의 주는 각자가 책임지기로 했다. 한 주 동안의 내 식당이 생긴다.







나는 ‘자연 제주의 브런치’라는 식당 이름을 정하고 제주의 건강한 식재료를 활용한 브런치 메뉴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감귤나무로 훈연한 햄버거, 토마토 스튜, 가지 치아바타, 스테이크 치아바타, 자이언트 토스트, 옥돔 샐러드가 탄생했다. 팀원들이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해달라고 장난처럼 부담을 줬다. 다른 팀원들의 운영을 통해 배울 시간이 많은 것도 마지막 주의 장점이었다.


한 달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하나하나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었다. 도대체 사람이 얼마나 올지, 도대체 몇 인분의 식사를 준비해야 할지 몰라서 덜덜 떨던 첫날부터, 재고가 남을까 봐 걱정한 것이 무색하게 모든 요리가 완판 되어 추가 메뉴를 구성해야 했던 마지막 날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에피소드가 쏟아졌다. 그리고 우리의 팀워크는 더욱 단단해졌다. ”우리, 프로젝트가 끝나도 일 년에 한 번 씩은 만나요 “라는 인사가 무색하게 제주도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사이가 될 정도로! 하하-








나도 모르게 변화는 시작되고 있었다. 나의 어려운 도전을 위해 힘을 나눠주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저절로 힘이 났다. 아침에 일어나면 서귀포 앞바다를 바라보며 조깅을 했다. 추운 겨울에 땀을 흘리고 마시는 커피 한 잔은 마술처럼 에너지를 주었다. 꿈꾸던 일들이 현실이 되어 가고 있었다. 이렇게 내 식당 창업의 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제주도에 내 식당 창업하기


프롤로그

그동안 내 인생에 이렇게 열정적인 순간이 있었던가?

1부 목차

ep. 1화 서울! 서울! 서울?

ep. 2화 캐나다는 인생을 도전이라고 했다

 ep. 3화 길이 하나라면 길을 잃어버릴 일은 없을 것이다

ep. 4화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시작하면 되니까

ep. 5화 길을 떠나면 길이 된다

2부 목차

ep.1화 시작하려면 시작하라

ep. 2화 성공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거야?

ep. 3화 시도를 공부하는 즐거움

ep. 4화 일단 해보자

ep. 5화 꿈을 이루는 꿈을 꾸는 꿈을 그리다 <현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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